[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그룹 비투비와 빅스의 컬러레터
그룹 비투비와 빅스의 컬러레터
대한민국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B사감이 있다면(현진건, 「B사감과 러브레터」 등장인물), 대한민국 아이돌사에는 B그룹이 있다. 한글 자음 ‘ㅂ’으로 시작하는 블락비(BLOCKB), 비원에이포(B1A4), 비에이피(B.A.P), 비투비(BTOB), 빅스(VIXX), 방탄소년단(BTS) 등이 그 주인공. 2011년부터 2013년은 가요계 역사상 가장 많은 보이그룹들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 이때 데뷔해 라이벌 구도를 그리며 성장해온 B그룹들의 2016년 현 색깔을 비교해 본다. [편집자주]
2012년 데뷔한 비투비와 빅스는 기존의 아이돌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적 한계를 깼다. 각각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젤리피쉬 소속으로, 이른바 대형기획사 소속의 대형 아이돌 그룹은 아니었지만, 차별화된 전략과 그룹 콘셉트로 그들만의 팀 색깔을 구축했다. (그룹 나열 데뷔 순)

◆ 비투비, 아이돌의 편견을 깨다

비투비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비투비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비투비는 ‘본 투 비트(Born To Beat, 비트를 위해 탄생했다)’의 약자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탄생했다는 뜻을 담았다. 서은광, 이창섭, 임현식, 육성재 등 보컬 멤버 4인과 이민혁, 프니엘, 정일훈 등 래퍼 멤버 3인으로 구성된 7인조 보이그룹.

2015년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에서 ‘괜찮아요’라는 발라드곡을 타이틀로 내세워 활동했다. 듣는 무대보다 보는 무대를 선호하는 아이돌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행보. 비투비의 하모니가 통했다. 음원 공개 당일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음원차트 1위로 진입하는 쾌거를 이룬 것. 이후 ‘집으로 가는 길’, ‘봄날의 기억’으로 발라드 3부작을 이어갔다. ‘집으로 가는 길’은 음원 공개 직후 앨범 ‘아이 민(I mean)’의 전곡이 음원차트에 진입하며 ‘믿고 듣는 비투비’의 시작을 알렸다. 이를 통해 음악방송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2016년 1월 개최된 ‘서울가요대상’에서는 발라드상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는 베스트 보컬 그룹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댄스 퍼포먼스는 기본적으로 갖췄다. 최근 활동곡인 ‘기도(아일비유어맨)’는 멤버 임현식의 자작곡으로, 댄스 타이틀곡은 2년 2개월 만이었다. 드라마틱한 안무 구성으로 완전체 비투비의 에너지를 발산했다는 평. 이 외에도 앞선 ‘스릴러’, ‘와우(WOW)’, ‘뛰뛰빵빵’ 등 다크하거나 혹은 발랄한 댄스곡을 통해 비투비의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한 바 있다.

비투비의 또 다른 강점은 멤버들의 능력치가 상향평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항간에 ‘7인 래퍼, 7인 보컬’ 설이 돌 만큼 전 멤버가 뛰어난 가창력과 랩 실력을 갖췄다. 이민혁, 정일훈, 프니엘의 보컬 실력은 멤버 하나가 자리를 비워도 무대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상당하다. 보컬 멤버들의 실력은 두말 할 것 없다. 지난 9월 비투비 블루라는 유닛을 결성해 스페셜 음원을 발표,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임현식과 정일훈은 비투비 음반에 꾸준히 자작곡을 실으며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을 뽐냈다. 연기, 예능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육성재와 이민혁은 여러 드라마 작품을 통해 연기 활동을 펼쳤고, 비투비 자체제작 콘텐츠를 통해 예능감을 드러낸 서은광, 이창섭 등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매력을 뽐냈다.

데뷔 5년차에 접어든 이들은 현재 완전체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며, 7인 멤버 개개인의 능력치를 고르게 발휘하는 중이다. 육성재는 tvN 기대작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 출연, 오는 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 빅스, 아이돌 콘셉트의 포문을 열다

빅스 / 사진제공=젤리피쉬
빅스 / 사진제공=젤리피쉬
빅스는 데뷔 당시 성시경, 서인국 등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 소속된 젤리피쉬가 내놓은 첫 번째 보이그룹으로 주목을 받았다. Mnet 데뷔 서바이벌 ‘마이돌’을 통해 결성된 그룹. 데뷔 초 ‘아트돌’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팝아트와 레트로 픽셀아트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접목된 콘셉트를 선보였다. 보이그룹의 데뷔 트렌드로 여겨지는 힙합이나 순정만화 속 남자 주인공을 벗어난 이미지로 차별화의 시작을 알렸다.

소속사의 첫 아이돌그룹이었기 때문인지, 이들은 확실히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세 번째 싱글 ‘다칠 준비가 돼 있어’에서 빅스는 여섯 뱀파이어로 변신했다. 강렬한 메이크업과 컬러 렌즈로 이를 표현했다. 판타지를 자극하는 콘셉트로 빅스의 마니아 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미니앨범 ‘하이드’에서는 동명의 소설이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활동 당시 멤버 전원이 검은색 립 메이크업으로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빅스가 ‘콘셉트돌의 대표’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은 정규 1집 앨범 ‘저주인형’에서였다. 뮤직비디오는 사랑하는 이의 그릇된 욕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저주인형의 운명을 표현했는데, 이를 구현한 요소들로 잔혹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기존의 아이돌 콘텐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색깔을 확실히 구축했다. ‘저주인형’은 빅스에게 음악방송 프로그램 첫 1위의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미니 2집 ‘에러’에서는 사이보그를, 정규 2집 ‘체인드 업(Chained Up)’에서는 사랑의 노예를 콘셉트로 빅스의 그룹 색을 견고히 했다.

‘콘셉트돌의 정점’을 찍은 것은 2016년 발표한 ‘2016 빅스 컨셉션’을 통해서였다. 빅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죽음의 신 ‘케르’를 차용한 아트 필름을 공개하고 대규모 연간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빅스는 올 한 해 질투의 신 ‘젤로스’, 암흑의 신 ‘하데스’, 권력의 신 ‘크라토스’를 타이틀로 내건 신화 3부작 활동을 진행했다.

빅스는 매 앨범 콘셉추얼한 음악과 세계관으로 다양한 시도를 꾀함과 동시에, 음악적으로 성장했다는 데서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티징 프로모션부터 활동 의상과 메이크업, 앨범 아트 등 비주얼 디렉팅까지 공을 들인 작업물로 ‘빅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6인 멤버 전부 활발한 개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엔과 홍빈, 혁은 배우로 켄과 레오는 뮤지컬 배우로도 활약했으며, 라비는 꾸준한 믹스테이프 앨범을 발매하고 솔로 공연을 개최하며 래퍼 겸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빅스는 최근 ‘크라토스’ 타이틀곡 ‘더 클로저(The Closer)’의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최근 엔과 홍빈은 웹드라마 ‘얘네들 머니(MONEY)’에 출연했으며, 엔은 오는 20일부터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무대에 오른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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