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나, 밉지 않은 악녀(인터뷰①)

[텐아시아=김유진 기자]

SBS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서 황보연화 역을 맡은 배우 강한나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려’는 주요 인물들의 비극적 최후를 그리며 슬픈 결말을 맺었다. 주인공 왕소(이준기)와 해수(이지은)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고, 갈수록 극렬해진 황위 다툼은 피비린내 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 가운데 강한나가 연기한 공주 황보연화는 손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룬 유일한 인물이었다. 황궁 안의 누구도 믿지 않고 가문의 배신까지 서슴지 않은 그는 ‘보보경심(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걷다)’이라는 작품 타이틀에 가장 부합하는 캐릭터로 작품의 재미를 한층 높였다.

보조개가 들어간 예쁜 미소와 고고함을 잃지 않는 공주님 말투로 사랑스러운 악녀를 연기한 강한나는 최근 텐아시아와 만나 “이제 웃으면서 말해도 나쁜 말 하는 줄 알더라”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전하며 뿌듯해했다. 스스로 평가하기엔 50점짜리 악녀였다고 겸손함을 드러낸 그는 처음 비중있게 악역을 소화한 소감을 덧붙이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10. 종영 소감이 어떤가.
강한나: 아무래도 사전제작 작품이라 실감은 안났는데 함께 고생했던 배우들과 오랜만에 다같이 모여 마지막 방송을 보니 뜻깊고 기분이 좋더라. 그동안 ‘달의 연인’을 사랑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10. 시청률이 아쉽진 않았나.
강한나: 시청률에 연연하는 편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시청률 보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궁금했다. 원작이 있는 상태에서 새롭게 느껴질 수 있는 저희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에 주목했다. 시청률이 더 높았다면 좋았겠지만 후반에 더 많이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했다.

10. 황보연화를 연기하기에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강한나: 연화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그만큼 연화를 다채롭게 표현하는 방법과 어떻게 더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매 장면마다 끊임없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흐름상 연화와 함께 주변 인물들도 변화를 겪으면서 그런 입체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난 것 같더라. 연기를 하면서는 계속 의심했는데, 방송 후 반응을 보니 시청자 분들도 제가 의도한대로 봐주신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10. 누구보다 욕망이 강한 캐릭터였는데, 몰입에 어려움은 없었나.
강한나: 저는 연화처럼 권력이나 자리에 욕심이 없는 편이라 몰입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고 저도 계속 연화와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몰입이 되더라.

10. 악녀였지만 스스로 위기를 이겨내는 신여성이기도 했다.
강한나: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이겨내야 했고 그 결과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상이 만들어졌다. 어떻게 보면 멋있기도 한 인물이다. 극중 누군가 해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의심하는 게 고려에서 살아남는 법’이란 충고를 해주는데 그걸 가장 잘 실천해서 끝까지 살아남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 있어선 ‘보보경심’이라는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다.

배우 강한나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욕망이 가득 담긴 눈빛 연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강한나: 연화는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라 원동력도 강했다. 그런 설정이 연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더라. 목적이 정확한 만큼 나아갈 지점도 확실했고 자연스럽게 강력한 에너지가 나오면서 그게 강한 욕망으로 표현된 것 같다. 황후 자리에 오르고 난 이후부터는 눈빛에 불안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황제가 되고 달라지기 시작한 광종(이준기)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표현하려고 했다.

10. 원하던대로 왕소와 결혼했지만 출산도 일종의 거래가 되는, 여자로선 비참한 상황이었다.
강한나: 저도 대본을 보면서 정말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속으로는 상처받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저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었고 비참한 모습은 보이게 하고싶지 않았다. 왕소에게 ‘해수를 잊지 못했냐. 그 아이는 당신 앞길을 막을 뿐이다. 황후는 나다’라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내가 황후니까 이제 나를 봐달라’는 속뜻이 담겨있다. 그 대사를 통해 연화도 상처받고 있다는 걸 시청자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했다.

10. 악역을 연기한 소감이 어떤가.
강한나: 악역 연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만큼 비중있고 강렬하게 그려진 건 처음이다. 악역만의 매력이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연화의 악행들이 이유있게 그려지면서 그걸 시원하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악역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표현하면서 고민했던 지점들도 돌이켜보면 재밌었고 공부가 많이 됐다. 극중 웃으면서 독설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이 제가 웃으면서 얘기해도 나쁜말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웃음) 악역했던 선배들이 왜 (악역을) 매력있다고 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10.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이 있나.
강한나: ‘강한나’라는 배우를 알게 됐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았다. 사실 캐릭터 관련한 말이라면 욕도 좋았고, 칭찬도 좋다. 전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니까 뭘 들어도 좋은 것 같다.

10. 황보연화 연기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강한나: 50점. 매 장면마다 반은 만족스럽고 반은 아쉬웠으니까. 전체적으로 조금 더 감정적이거나 심리적인 부분을 표현할걸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왕소를 향한 연화의 감정 표현들이 대표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한 장면을 꼽자면 연화가 왕소를 찾아가 혼인을 청하는 장면. 그때 좀더 왕소를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