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두 번째 스물’ 박흥식 감독은 애초부터 김승우를 남주인공에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김승우가 중년의 사랑을 잘 그려 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도 김승우는 두 번째 스물 그리고 세 번째 스물에도 멜로를 꿈꾸는 낭만 넘치는 배우였다.10. 이탈리아 촬영이 빡빡했다고 들었다.
배우 김승우가 오는 3일 개봉하는 영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 제작 민영화사)로 돌아왔다. ‘두 번째 스물’은 20대 뜨겁게 사랑했던 두 남녀가 두 번째 스물인, 40대가 되어 이탈리아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극 중 김승우는 영화제 참석차 이탈리아에 들른 영화감독 민구 역을 맡아 민하를 연기한 이태란과 로맨스를 선보였다.
김승우 : 이탈리아에서 촬영을 해서 다들 좋았겠다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꿈같았던 시간이었다. 이동 장소가 정말 많았다. 스케줄이 자체가 타이트해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느끼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아 내가 저런 곳에도 갔었지’라고 생각했었다. 외국에 나갈 때는 그냥 여행으로 나가야 된다.(웃음)
10. 첫사랑에 대한 영화다.
김승우 : 개인적으로 첫사랑의 순기능은 가슴 속에 묻어뒀을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굳이 그 감정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나? 첫사랑을 지금 다시 만난들 무슨 상관이 있느냐하는 주의다. 첫사랑은 첫사랑이다. 지금 내 삶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례다. 민구가 민하를 비행기에서 만났는데, 아는 척 하지 말았어야 한지 않았나 싶다.(웃음)
10. 첫사랑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에 출연했다.
김승우 : 설득을 당했다. 낯선 여행지가 주는 설렘이 있다. 그 비행기 안에서 나를 가슴 아프게 했던 첫사랑을 만났다. 그런 상황이라면 첫사랑과의 재회가 이해가 되더라. 최대한 드라마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10. 박흥식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김승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했다.
김승우 : 감독님에게 왜 나를 선택했는지 물어봤다. 극 중 민구가 착한데, 나 역시 착해 보여서 캐스팅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 진짜 사랑을 하면 남자 여자를 떠나서 ‘호구’가 되지 않나. 나 역시 마찬가지다.
김승우 : 서정적이고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웃음) 이름을 잘 지었다.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내가 두 번째 스물을 지났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
10. ‘두 번째 스물’은 타깃층이 명확하다.
김승우 : 현재 진행 중인 연인들에게는 썩 와 닿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사랑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헤어진 연인들에게는 공감을 줄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각자의 입장에 이입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10. 40대의 일탈을 어떻게 그리려고 했는지.
김승우 : 내가 한 말과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위치이고 나이인데, 20대 때 사랑했던 그녀를 만나 일탈을 했던 순간만큼은 그 당시로 돌아가지 않았나 싶다. 20대 했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지금 나이에 하지 못하는 가볍고 유치한, 어쩌면 경망스러운 행동들을 편하게 연기했다. 이미 다 끝난 일이지만 민하와 민구가 누가 먼저 서로를 찾는지를 가지고 언쟁을 하는 장면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20대에 만났던 연인이라 조금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표현했다.
10. 김승우도 그렇고 이태란도 촬영 당시 나이와 극중 나이가 같았다.
김승우 : 극 중 민하와 이태란은 성격도 비슷했다.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이태란이 말수도 적고 적극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민하 역할에 적역이었다. 엔딩을 먼저 찍고 이탈리아에서 거의 극 순서대로 촬영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태란이 민하처럼 느껴졌다. 서로 교감이 잘 됐다.
김승우 : ‘두 번째 스물’을 찍으면서 배우로서 감성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유지한다면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처럼 하얀 머리의 로맨스를 찍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제목은 ‘세 번째 스물’이 될까?
10. 영화에 인문학적 지식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김승우 : 큰 그림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다. 쉽게 허락되지 않은 사랑 말이다. 그걸 인문학에 녹여냈다. 감독님은 이 영화가 불륜 영화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윤리적이지 못한 관계는 맞다. 그거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없다.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영화를 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나쁘게 볼 수도 있다. 그런 관객들의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민하와 민구는 끊임없이 이탈리 화가 카라바조를 이야기한다.
김승우 : 감독님이 인문학적 지식이 상당하다. 그걸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거 같다. 사실 이태란이 대부분 설명을 했고 난 옆에서 듣기만 했다. 평소에 입에 올릴 일이 많이 없는 인물을 설명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실제로 보면 그림들이 거칠고 강하다.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런 의미 있는 작품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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