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공자는 나이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일에 정신을 뺏기지도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요즘 40세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40세는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판단이 흐리다. ‘두 번째 스물’ 속 민구(김승우)는 민하(이태란)에게 이렇게 말한다. “요즘 불혹은 불타는 유혹을 뜻하는 거래.”
영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 제작 민영화사)은 불타는 유혹에 빠진 40대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 연인 사이였던 민구와 민하는 각기 다른 이유로 떠난 이탈리아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다. 반가운 민구와 다르게 민하는 그를 모른 척 하지만 금세 그의 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7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다시 한 번 20대 때 느꼈던 설렘과 열정 사랑을 느낀다.
과거 숱하게 모텔을 들락날락거리며 사랑을 속삭였던 두 사람은 20대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탐닉하기도 하고 “그때 나랑 결혼할 생각은 있었니?”라며 힐난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허무함과 허탈함 역시 커진다. 그들에게는 돌아가야 할 가정이 있다. 이탈리아에서의 7일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걸 그들도 안다.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이탈리아를 여행을 통해 카라바조의 작품을 좇는 것이 인상적이다. 민구와 민하는 지극히 속된 삶을 살면서도 끊임없이 종교적 성스러움을 추구한 이중적인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을 매개로 자신들의 불편한 사랑을 즐기면서도 속죄하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카라바조가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남긴 작품을 보며 민하는 “참회의 의미가 아니었을까”라고 말하며 “우리도 용서해달라고 기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인다.
유부남녀가 사랑에 빠졌다고 더 이상 쇠고랑을 채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간통죄가 폐지됐고, 유부남녀의 사랑을 더 이상 ‘불륜’이라고 단죄할 수 없다. ‘두 번째 스물’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옛 사랑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건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시한부 사랑을 다루는 영화가 그렇듯이 ‘두 번째 스물’ 역시 은밀하고 농염하다. 여기에 영화는 90% 이상 이탈리아 현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로맨틱한 감성을 더한다. 이탈리아 북부의 대도시 토리노부터 제노바, 피렌체, 몬타치노, 시에나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과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인 만토바까지, 이탈리아 북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곳의 숨은 도시들의 풍광을 유려하게 담아냈다.
‘두 번째 스물’은 요즘 한국영화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통멜로에다가 40대 중년의 사랑을 다룬 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흥식 감독은 “죽음과 지난 삶을 돌아보는 중년의 사랑이 진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표현 방식은 아쉽다. 작품은 민구와 민하의 대사로만 그들의 과거를 유추하게 한다. 민구와 민하가 아닌 그저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내는 두 명의 배우만 보인다. 때문에 그저 그런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두 사람이 이유를 깨닫는 장면 역시 드라마틱하거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들이 얼마만큼 사랑했는지가 잘 그려지지 않아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욕망인지 아님 사랑인지 헷갈리게 한다. 민하가 민구에게 어려운 인문학적 지식을 늘어 놓을 때는 영화의 맥이 툭툭 끊기기도 한다. 민구는 계속해서 민하에게 “너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한다. 전날 사랑을 나누고 카라바조의 그림을 감상하며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할 테다. 오는 11월 3일 개봉.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영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 제작 민영화사)은 불타는 유혹에 빠진 40대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 연인 사이였던 민구와 민하는 각기 다른 이유로 떠난 이탈리아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다. 반가운 민구와 다르게 민하는 그를 모른 척 하지만 금세 그의 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7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다시 한 번 20대 때 느꼈던 설렘과 열정 사랑을 느낀다.
과거 숱하게 모텔을 들락날락거리며 사랑을 속삭였던 두 사람은 20대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탐닉하기도 하고 “그때 나랑 결혼할 생각은 있었니?”라며 힐난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허무함과 허탈함 역시 커진다. 그들에게는 돌아가야 할 가정이 있다. 이탈리아에서의 7일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걸 그들도 안다.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이탈리아를 여행을 통해 카라바조의 작품을 좇는 것이 인상적이다. 민구와 민하는 지극히 속된 삶을 살면서도 끊임없이 종교적 성스러움을 추구한 이중적인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을 매개로 자신들의 불편한 사랑을 즐기면서도 속죄하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카라바조가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남긴 작품을 보며 민하는 “참회의 의미가 아니었을까”라고 말하며 “우리도 용서해달라고 기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인다.
시한부 사랑을 다루는 영화가 그렇듯이 ‘두 번째 스물’ 역시 은밀하고 농염하다. 여기에 영화는 90% 이상 이탈리아 현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로맨틱한 감성을 더한다. 이탈리아 북부의 대도시 토리노부터 제노바, 피렌체, 몬타치노, 시에나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과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인 만토바까지, 이탈리아 북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곳의 숨은 도시들의 풍광을 유려하게 담아냈다.
‘두 번째 스물’은 요즘 한국영화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통멜로에다가 40대 중년의 사랑을 다룬 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흥식 감독은 “죽음과 지난 삶을 돌아보는 중년의 사랑이 진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표현 방식은 아쉽다. 작품은 민구와 민하의 대사로만 그들의 과거를 유추하게 한다. 민구와 민하가 아닌 그저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내는 두 명의 배우만 보인다. 때문에 그저 그런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두 사람이 이유를 깨닫는 장면 역시 드라마틱하거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들이 얼마만큼 사랑했는지가 잘 그려지지 않아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욕망인지 아님 사랑인지 헷갈리게 한다. 민하가 민구에게 어려운 인문학적 지식을 늘어 놓을 때는 영화의 맥이 툭툭 끊기기도 한다. 민구는 계속해서 민하에게 “너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한다. 전날 사랑을 나누고 카라바조의 그림을 감상하며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할 테다. 오는 11월 3일 개봉.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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