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송재정 작가는 달랐다. 송재정 작가는 매 작품마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기억상실’을 전혀 뻔하지 않게 그려냈다. 주인공들이 기억을 잃는 과정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지만, 그들이 다시 기억을 회복하는 맥락 또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반전을 선사한다. 송재정 작가의 ‘맥락 있는 기억 회복사’를 정리해봤다.
# 이종석의 기억을 찾아준 ‘W’ 34권
지난 25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W(더블유)’에서는 오연주(한효주)가 모든 것이 강철(이종석)의 꿈이었다는 내용을 그리며, 오연주와의 관계를 모두 잊어버렸던 강철이 다시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깨닫는 모습이 그려졌다.
“남편이 달달한 것을 4개 밖에 해주지 않고 사라져버렸다”는 오연주에게 이날 강철은 남편이 해주지 못한 숙제를 대신 해주고 싶었다고 밝히며 만화책 ‘W’ 34권을 꺼내 들었다. 강철은 오연주의 행방을 찾던 중 그가 웹툰 세계로 소환될 때 가져온 만화책 ‘W’ 34권을 찾은 것이다. ‘W’ 34권을 통해 오연주와의 일들을 모두 알게 된 강철은 “갑자기 없어졌다는 남편이 나에요?”라고 물었다.
사소한 물건 하나까지 허투루 사용하는 법이 없는 송재정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 조윤희의 기억을 찾아준 영화 ‘보디가드’ LP
2013년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에서는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향을 박선우(이진욱)가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 네팔에서 기념품 삼아 챙겨둔 LP판이 박선우와 주민영의 운명을 뒤집는 ‘키’가 된 것이다.
극중 박선우는 자신이 바꾼 과거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 주민영(조윤희)이 조카 박민영이 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주민영 역시 박선우와 사랑했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런 주민영의 기억을 되찾아 준 것은 영화 ‘보디가드’ LP 안의 메모였다. 주민영은 과거 운명이 바뀌기 전, 박선우 몰래 LP 안에 메모를 남겼다. 기억엔 없지만 분명 자신의 글씨라는 것을 확신한 민영은 선우를 찾아가 “혹시 주민영이 나예요? 우리가 포카라에 같이 간 적이 있어요? 근데 왜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떠오르는 기억을 묻기 시작했다.
선우는 “너도 모르는 망상을 왜 나한테 묻냐”며 민영의 기억을 애써 부정했지만, 민영은 선우의 도움 없이 운명이 바뀌기 전 선우를 사랑했던 기억을 모두 떠올렸다. 신혼여행에서 자신이 LP판에 메모를 남긴 것, 잠들어 있는 선우를 따스하게 바라봤던 자신의 눈빛, 그때의 감정까지 하나하나를 떠올렸다. 민영은 선우에게 달려가 키스하고 “맞잖아..”라며 눈물을 쏟았다.
# 유인나의 기억을 찾아준 다큐멘터리 ‘인현왕후의 남자’
2012년 방송된 tvN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드라마 ‘新장희빈’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중고신인 최희진(유인나)은 부적을 이용해 조선시대에서 현대로 타임슬립한 선비 김붕도(지현우)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붕도는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가고, 그는 자신이 떠난 후 힘들어 할 최희진을 위해 타임슬립의 매개체인 부적을 태워버린다. 부적이 사라지면서 최희진은 김붕도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
‘新장희빈’이 끝나고 스타 배우가 된 최희진은 함께 일했던 PD의 부탁으로 역사 다큐멘터리 ‘인현왕후의 남자’ 내레이션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섭외에 응한 희진은 알 수 없는 그리움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조선시대의 김붕도가 인현왕후에게 남긴 편지를 읽으며 모든 것은 기억해낸다. 김붕도의 편지를 받게 되는 사람이 인현왕후가 아닌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 결국 희진은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빠진 김붕도는 다시 현대로 돌아오게 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 이종석의 기억을 찾아준 ‘W’ 34권
지난 25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W(더블유)’에서는 오연주(한효주)가 모든 것이 강철(이종석)의 꿈이었다는 내용을 그리며, 오연주와의 관계를 모두 잊어버렸던 강철이 다시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깨닫는 모습이 그려졌다.
“남편이 달달한 것을 4개 밖에 해주지 않고 사라져버렸다”는 오연주에게 이날 강철은 남편이 해주지 못한 숙제를 대신 해주고 싶었다고 밝히며 만화책 ‘W’ 34권을 꺼내 들었다. 강철은 오연주의 행방을 찾던 중 그가 웹툰 세계로 소환될 때 가져온 만화책 ‘W’ 34권을 찾은 것이다. ‘W’ 34권을 통해 오연주와의 일들을 모두 알게 된 강철은 “갑자기 없어졌다는 남편이 나에요?”라고 물었다.
사소한 물건 하나까지 허투루 사용하는 법이 없는 송재정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2013년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에서는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향을 박선우(이진욱)가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 네팔에서 기념품 삼아 챙겨둔 LP판이 박선우와 주민영의 운명을 뒤집는 ‘키’가 된 것이다.
극중 박선우는 자신이 바꾼 과거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 주민영(조윤희)이 조카 박민영이 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주민영 역시 박선우와 사랑했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런 주민영의 기억을 되찾아 준 것은 영화 ‘보디가드’ LP 안의 메모였다. 주민영은 과거 운명이 바뀌기 전, 박선우 몰래 LP 안에 메모를 남겼다. 기억엔 없지만 분명 자신의 글씨라는 것을 확신한 민영은 선우를 찾아가 “혹시 주민영이 나예요? 우리가 포카라에 같이 간 적이 있어요? 근데 왜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떠오르는 기억을 묻기 시작했다.
선우는 “너도 모르는 망상을 왜 나한테 묻냐”며 민영의 기억을 애써 부정했지만, 민영은 선우의 도움 없이 운명이 바뀌기 전 선우를 사랑했던 기억을 모두 떠올렸다. 신혼여행에서 자신이 LP판에 메모를 남긴 것, 잠들어 있는 선우를 따스하게 바라봤던 자신의 눈빛, 그때의 감정까지 하나하나를 떠올렸다. 민영은 선우에게 달려가 키스하고 “맞잖아..”라며 눈물을 쏟았다.
2012년 방송된 tvN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드라마 ‘新장희빈’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중고신인 최희진(유인나)은 부적을 이용해 조선시대에서 현대로 타임슬립한 선비 김붕도(지현우)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붕도는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가고, 그는 자신이 떠난 후 힘들어 할 최희진을 위해 타임슬립의 매개체인 부적을 태워버린다. 부적이 사라지면서 최희진은 김붕도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
‘新장희빈’이 끝나고 스타 배우가 된 최희진은 함께 일했던 PD의 부탁으로 역사 다큐멘터리 ‘인현왕후의 남자’ 내레이션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섭외에 응한 희진은 알 수 없는 그리움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조선시대의 김붕도가 인현왕후에게 남긴 편지를 읽으며 모든 것은 기억해낸다. 김붕도의 편지를 받게 되는 사람이 인현왕후가 아닌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 결국 희진은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빠진 김붕도는 다시 현대로 돌아오게 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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