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면도가 20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면도가 20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도끼도 춤추게 한다’는 면도(임현도)는 도끼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춤추게 할 듯한 기분 좋은 웃음을 지녔다. 눈이 사라지며 환하게 웃는데, 저음의 목소리로 주위를 숨죽이게 하는 래퍼가 아닌 순수한 소년의 모습이 숨어있다. 짠! 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줄 알았더니, 취미로 시작한 랩으로 ‘쇼미더머니’ 시즌3부터 줄곧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비로소 시즌5에서 빛을 봤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아가 프로듀서로 나선 래퍼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았다. 신스틸러로 등극한 건 순식간이었다. 지금도 떠올리면 꿈같을 정도로 마냥 신기하고 벅찼지만, 편협한 시선에 상처도 받았다. 방송이 끝났으니, 시선과 생각을 바꾸는 건 온전히 면도의 몫이다. 우선, 트랩만 한다는 평을 달리하기 위해 다른 재능도 보여줄 생각이고 다작도 꿈꾸고 있으며, 높은 질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2016년, 면도의 래퍼 인생이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10. ‘쇼미더머니5’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난 줄 알았는데.
면도 :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사실 시즌3부터 참여를 했다.(웃음) 첫 번째는 1차 때 떨어졌고, 시즌4에서는 3차까지 갔지만 크게 인상을 남기지는 못 했다. 이번에는 도끼, 더콰이엇 프로듀서 출연 소식을 듣고 끌렸다. 사실 평화로운 성격이라 ‘쇼미더머니’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10. 그렇다면, 치열한 경쟁의 연속인 ‘쇼미더머니’가 힘들기도 했겠다.
면도 :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쇼미더머니’는 내게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다.(웃음) 지난해 보다 17kg 정도 빠졌다.

10. 그럼에도 면도는 멘토들에게 굉장히 예쁨 받는 참가자였다.
면도 : 2차 무대였는데, 감사했다. 사람들이 나를 두고 ‘도끼도 춤추게 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최초 앙코르 요청’ 등의 말도 나왔고.(웃음) 그런 모든 것들이 감사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주목을 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10. 사실 그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했고.
면도 : 그런 의미에서 내게 ‘쇼미더머니5’는 애증이다.(웃음)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줬지만, 동시에 나의 단면적인 부분,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 것 같다. 애증의 관계라고 해도, ‘쇼미더머니5’를 한 시간은 마치 ‘드래곤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처럼 느리게 흐른 것 같다. 확실한 건 많이 성장했다. 또, 방송과 대중이 무섭다는 것도 느끼게 된 기회였다.

10. 특히 아쉬웠던 무대가 있나.
면도 : 본선까지 올라간 이상, 내가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무대를 멋있게 보여준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기록으로 남는 거니까 만족스러웠을 거다. 그렇게 못한 무대가 특히 아쉽다. 본선 1차에서 ‘베벌리 일즈(Beverly 1lls)’를 슈퍼비와 했는데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스스로 죽을 만큼, 온 힘을 다해서 연습했다고 하기 부끄러운 면도 있고. 여러 가지 면들이 아쉬웠는데, 지금에서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했으면 좋았을걸 싶다.

면도/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면도/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반면에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던 무대는?

면도 : 2차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라갈 때까지 프로듀서들에게 칭찬을 받을 줄도 몰랐는데 기분이 좋았다. 나의 랩 스타일과 색깔을 잘 보여준 무대라고 생각한다. 댑(dab) 동작도 주목을 받았는데, 사실 미국에서 유행하던 춤이었는데 마치 내가 만든 것처럼 됐다.(웃음)

10.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회를 잡았고 인기도 얻었다.
면도 : 사실 강심장이 아니면 하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매시즌 그렇지만 무대 경험이 많은 래퍼들이 높이 올라간다, 그런 무대에서 같이 올랐을 때 떨지 않아야 한다. 결국 경험의 차이가 결정을 짓는 것 같다.

10. 주눅이 들거나, 위축되기도 했나. 무대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웃음)
면도 : 출연했던 지원자들이 대부분 형들이었다. 잘 해주셔서, 많이 친해졌다.

10. ‘쇼미더머니5’ 출연 이후, 주의 반응도 달라졌을 텐데.
면도 : 가족들이 예상을 전혀 못 했던 거라서, 처음에는 얼떨떨해 했다. 부모님이 다 찾아보시는 것 같더라. 아빠랑 대화를 할 때 음악 이야기는 한 적이 없는데, 출연 이후 먼저 말을 꺼내시더라. 공부를 하신 것 같다.(웃음) 엄마, 아빠가 뿌듯해하시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렸고, 믿으시는 것 같다. 이쪽 길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려고 한다. 사실 이번에 미국에 있는 대학을 가기로 했었는데, 멈춘 상태다.

10. 고민도 했겠다. 아무래도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나.
면도 : 많이 고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을 가더라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최고의 시나리오는 한국에서 대학을 가는 건데, 미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라. 음악적으로는 활동을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아쉬움이 컸다. 꿈이 수의사다. 그 꿈도 접은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음악에 집중을 하다가, 나중에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어질 때 공부를 할 거다.

10. 수의사의 목표도 포기한 건 아닌 거네.
면도 : 슈퍼비와 ‘쇼미더머니3’를 준비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랩이 단순한 취미였다. 그때는 수의사라는 꿈이 훨씬 위에 있었다. 슈퍼비가 음악을 해보자고 연락이 오면서 ‘정말 잘 될 거다’고 말해주고, 같이 지금까지 왔다. 2년이 흘렀는데, 이제는 수의사와 래퍼가 동일선상까지 왔다. 그전까지는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주위에서 인정을 해주고 응원해주시니까 원동력이 됐다.

면도/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면도/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쇼미더머니’를 통해 음악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나.

면도 : 랩이라는 것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내가 가장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다만 하면서 확실한 것이 생겼다. 이제 내가 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주목을 해줄 사람들이 생겼구나라는 것이다. 더 자신감을 얻었다. 방송에서 한 가지 색깔만 보여준 것 같아서 그부분이 아쉽다. 지향하는 음악 자체는 기분 좋은 음악이다. 앞으로 보여주는 음악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다.

10.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면도 : 살짝 걱정되는 점은 보여준다고 보여줬는데, 이거 하다 저거 한다는 반응일까 봐. 방송할 때도 속상했던 것이 면도는 트랩밖에 못한다는 말이었다. 다른 것도 잘하는데, 다른 걸 빨리 보여주고 싶었는데…방송이 끝나고 나니, 또 다른 것들이 걱정이다.

10. 이제 진짜 프로와의 경쟁 아닌가.
면도 : 굳이 말하자면 음악 시장 내의 경쟁이지만 방송이라는 틀에서 나온 이상, 경쟁에 굳이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다. 열심히 하되, 남들과의 결쟁에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 2차 무대에 했던 곡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방송이 끝나자마자 다시 작업을 했다. 곧 공개가 된다. 다른 래퍼들은 이전에 낸 곡들을 찾아보면 나오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게 중요했다. 우선 계획은 다작이 포인트다. 물론 질이 중요하니까, 질적인 부분도 챙기면서 빨리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싱글을 하나 내고 계획으로는 8월, 미니음반도 구상하고 작업 중이다.

10.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면도 : 인생은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 모든 감정이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 인생을 전달하는 사람의 감정이 중요한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도 소중하게 가사로 녹여내면 승화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할 것이다. 기분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하고 있는 내가 기분이 중요하니까. 부정적인 감정을 가사로 쓰면서 승화하고, 그때 감정이 중립 상태가 되고 평온해지듯,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10. ‘쇼미더머니’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걸 느끼겠다.
면도 : 목표는 좀 더 프로다운 래퍼가 되자는 것이다. 래퍼를 직업으로 인식한지도 얼마 안 됐다. 음악을 진지하게 임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프로다운 면이 부족한 것 같아서 물론, 이건 작업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작업 속도도 느린 편이다. 영감을 받았을 때 쓰기 때문에, 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 진지하게 책임감 있게 변하고 싶다. 카리스마적인 부분도 많이 키울 생각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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