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허정민 :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이렇게 뜨거웠던 반응의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시청률도 잘 나왔는데, 드라마 안티도 없었다. 배우들의 호흡이 너무 좋았던 작품이었다. 역시 배우는 좋은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는 게 제일 행복하다.
10. ‘연애 말고 결혼’부터 ‘또 오해영’까지 송현욱 PD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허정민 : 감독님과 만난 지 10년이 지났다. 드라마 ‘그 여자의 선택’ B팀 감독과 배우로 만났었다. 둘이 그렇게 술을 좋아했다. 술로 연결된 사이다. 송현욱 감독님은 진짜 고마운 분이다. 나를 구렁텅이에서 꺼내줬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 밥벌이가 안 됐다. 서른이 되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 그런데 나에게 KBS 단막극 주연 자리를 맡겨줬다. ‘82년생 지훈이’였다. 기적 같았다. 군대 제대를 얼마 안 남겨두고 감독님이랑 같이 바닷가에 놀러갔다. 거기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얼마 뒤에 ‘단막극 할래?’라고 물어보더라. 주인공은 생각도 안했다. 지훈이 역이라고만 알았는데, 기사를 보니까 단막극 제목이 ‘82년생 지훈이’더라. 사실 위에서도 말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했다. 다행히 드라마 평도 좋았다.
10. 허정민에게는 은인 같은 분이겠다.
허정민 : ‘82년생 지훈이’ 이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다시 슬럼프가 오더라. 그때 감독님이 tvN으로 옮기고 ‘연애 말고 결혼’을 선보였는데 같이 하게 됐다. 이후 ‘또 오해영’까지 연인이 이어졌다. 나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감독님이 한다고 하면 아침드라마까지 쫓아갈 거다. 감독님을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었지만 화를 내거나 욕을 한 적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늘 웃는다. 정말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10. 송현욱 PD는 허정민의 어떤 모습을 보고 함께 하는 걸까?
허정민 : 감독님이 B급감성이다. ‘왜 날 계속 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침드라마 찍었을 때였는데 지문에 ‘리모컨을 집는다’라고 적혀 있었고, 나는 발로 리모컨을 집었다. 거기서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 그때 이분도 B급감성이라는 걸 알았다. 감독님이 원하는 걸 잘 알아듣는다. 시키는 대로 다 한다. 현장에서 서로 별말 안한다. 편해서 나를 계속 쓰는 것 같다.
10. ‘또 오해영’에 합류하면서 송현욱 PD가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
허정민 : 나는 중간 투입됐다. 부랴부랴 촬영에 들어갔다. 준비할 겨를도 없었다. 다 같이 대본리딩도 못했다. 감독님한테 제발 준비 할 시간만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넌 날것으로 해야 산다’, ‘준비하면 안 된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정말 날 것으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트렌드이지만 오바스럽게 연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진짜 오바하자고 생각했다. 욕먹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남들 따라 해서 욕먹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느낌대로 해서 욕을 먹자는 마음이었다.
10. 이번 작품은 유달리 가수 출신 배우들이 많았다. 허정민 역시 문차일드로 활동했었다.
허정민 : 문차일드를 탈퇴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을 해준다. 사실 가수 활동은 미련이 없다. 너무 힘들었다. 2000년도에 활동했는데, 좋은 조건에서 할 수 있던 시기가 아니었다. 무대에 올라가면 좋았다. 팬들의 사랑도 컸다. 그런데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이런 느낌이 컸다. 몸도 혹사당하고 감정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아역으로 시작했는데,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짧은 가수 생활을 통해서 사회를 배웠다. 상처에도 많이 무뎌졌다.
10. 문차일드에서 탈퇴하고 연기를 했는데, 활동은 부진했었다.
허정민 : 갑자기 일이 끊겼다. 회사가 없어졌다. 나만 붕 뜬 상황이 된 거다. 그때 집안 상황도 갑자기 안 좋아졌다. 그때 영장이 나오더라. 사람이 안 좋은 일은 정말 한꺼번에 몰아치더라. 그렇게 군대에 다녀왔는데, 돈이 하나도 없더라. 그때가 서른이었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집이 파주 쪽에 있었는데 일단 서울로 와야 될 거 같아서 대학로 근처 쪽방을 잡았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했다. 한 달에 30회 넘게 공연을 하면 150만 원 정도를 번다. 성대가 다 나가면서 돈 번거는 집에 보태면서 살았다.
10.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
허정민 : 몸은 가난할지언정 마음은 행복했다. 사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만 했던 사람이다. 기술이 있거나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TV에서 기업 채용 공고를 내보는 걸 한 시간 동안 봤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연극부터 다시 하자는 마음이었다. 신이 났다. 일이 있고, 차곡차곡 쌓이는 게 느껴졌던 고마운 시절이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또 오해영도’ 못 만났을 거 아닌가?
10. 굉장히 밝은 사람인 줄만 알았다.
허정민 : 솔직히 낮을 굉장히 많이 가린다. 잘 나서는 편도 아니다. 사람 많은 거 싫어하고, 폐쇄적인 면도 있다. 그런데 친해지면 정말 허물이 없다. 약간 ‘돌아이’ 같은 면모도 있다. 그래서 드라마 미팅에 가면 다들 오해를 많이 한다. 내가 되게 밝은 사람인 줄 알더라. 표정이 조금만 어두워도 ‘하기 싫어요?’라고 물어본다. 그것 때문에 요즘 연기를 하면서 산다. 활발하고 밝은 사람처럼 군다. 가식적으로 살고 있다. 하하.
⇒ 인터뷰②에서 계속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유쾌하고 쾌활한 사람처럼만 보였다. 그러나 허정민의 내면은 뜨거운 용암을 품은 사람처럼 단단했다. 아역배우로 시작했다. 밴드로 잠시 눈길을 돌렸으나 이내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다. 배우로서 두각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허정민은 수십, 수백편의 연극으로 밑바닥부터 다졌다. 그렇게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았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에게 보답하기 위해,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신념 역시 짙게 묻어나왔다.10. ‘또 오해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tvN ‘또 오해영’에서 허정민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박훈 역할을 ‘맛깔스럽게’ 소화해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 박도경(에릭)과 박수경(예지원)을 진정으로 생각할 줄 알고,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 열혈남아였다. 능청스럽게 때로는 진정성 넘치게 허정민은 박훈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창조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허정민 :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이렇게 뜨거웠던 반응의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시청률도 잘 나왔는데, 드라마 안티도 없었다. 배우들의 호흡이 너무 좋았던 작품이었다. 역시 배우는 좋은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는 게 제일 행복하다.
10. ‘연애 말고 결혼’부터 ‘또 오해영’까지 송현욱 PD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허정민 : 감독님과 만난 지 10년이 지났다. 드라마 ‘그 여자의 선택’ B팀 감독과 배우로 만났었다. 둘이 그렇게 술을 좋아했다. 술로 연결된 사이다. 송현욱 감독님은 진짜 고마운 분이다. 나를 구렁텅이에서 꺼내줬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 밥벌이가 안 됐다. 서른이 되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 그런데 나에게 KBS 단막극 주연 자리를 맡겨줬다. ‘82년생 지훈이’였다. 기적 같았다. 군대 제대를 얼마 안 남겨두고 감독님이랑 같이 바닷가에 놀러갔다. 거기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얼마 뒤에 ‘단막극 할래?’라고 물어보더라. 주인공은 생각도 안했다. 지훈이 역이라고만 알았는데, 기사를 보니까 단막극 제목이 ‘82년생 지훈이’더라. 사실 위에서도 말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했다. 다행히 드라마 평도 좋았다.
10. 허정민에게는 은인 같은 분이겠다.
허정민 : ‘82년생 지훈이’ 이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다시 슬럼프가 오더라. 그때 감독님이 tvN으로 옮기고 ‘연애 말고 결혼’을 선보였는데 같이 하게 됐다. 이후 ‘또 오해영’까지 연인이 이어졌다. 나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감독님이 한다고 하면 아침드라마까지 쫓아갈 거다. 감독님을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었지만 화를 내거나 욕을 한 적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늘 웃는다. 정말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허정민 : 감독님이 B급감성이다. ‘왜 날 계속 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침드라마 찍었을 때였는데 지문에 ‘리모컨을 집는다’라고 적혀 있었고, 나는 발로 리모컨을 집었다. 거기서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 그때 이분도 B급감성이라는 걸 알았다. 감독님이 원하는 걸 잘 알아듣는다. 시키는 대로 다 한다. 현장에서 서로 별말 안한다. 편해서 나를 계속 쓰는 것 같다.
10. ‘또 오해영’에 합류하면서 송현욱 PD가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
허정민 : 나는 중간 투입됐다. 부랴부랴 촬영에 들어갔다. 준비할 겨를도 없었다. 다 같이 대본리딩도 못했다. 감독님한테 제발 준비 할 시간만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넌 날것으로 해야 산다’, ‘준비하면 안 된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정말 날 것으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트렌드이지만 오바스럽게 연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진짜 오바하자고 생각했다. 욕먹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남들 따라 해서 욕먹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느낌대로 해서 욕을 먹자는 마음이었다.
10. 이번 작품은 유달리 가수 출신 배우들이 많았다. 허정민 역시 문차일드로 활동했었다.
허정민 : 문차일드를 탈퇴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을 해준다. 사실 가수 활동은 미련이 없다. 너무 힘들었다. 2000년도에 활동했는데, 좋은 조건에서 할 수 있던 시기가 아니었다. 무대에 올라가면 좋았다. 팬들의 사랑도 컸다. 그런데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이런 느낌이 컸다. 몸도 혹사당하고 감정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아역으로 시작했는데,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짧은 가수 생활을 통해서 사회를 배웠다. 상처에도 많이 무뎌졌다.
허정민 : 갑자기 일이 끊겼다. 회사가 없어졌다. 나만 붕 뜬 상황이 된 거다. 그때 집안 상황도 갑자기 안 좋아졌다. 그때 영장이 나오더라. 사람이 안 좋은 일은 정말 한꺼번에 몰아치더라. 그렇게 군대에 다녀왔는데, 돈이 하나도 없더라. 그때가 서른이었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집이 파주 쪽에 있었는데 일단 서울로 와야 될 거 같아서 대학로 근처 쪽방을 잡았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했다. 한 달에 30회 넘게 공연을 하면 150만 원 정도를 번다. 성대가 다 나가면서 돈 번거는 집에 보태면서 살았다.
10.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
허정민 : 몸은 가난할지언정 마음은 행복했다. 사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만 했던 사람이다. 기술이 있거나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TV에서 기업 채용 공고를 내보는 걸 한 시간 동안 봤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연극부터 다시 하자는 마음이었다. 신이 났다. 일이 있고, 차곡차곡 쌓이는 게 느껴졌던 고마운 시절이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또 오해영도’ 못 만났을 거 아닌가?
10. 굉장히 밝은 사람인 줄만 알았다.
허정민 : 솔직히 낮을 굉장히 많이 가린다. 잘 나서는 편도 아니다. 사람 많은 거 싫어하고, 폐쇄적인 면도 있다. 그런데 친해지면 정말 허물이 없다. 약간 ‘돌아이’ 같은 면모도 있다. 그래서 드라마 미팅에 가면 다들 오해를 많이 한다. 내가 되게 밝은 사람인 줄 알더라. 표정이 조금만 어두워도 ‘하기 싫어요?’라고 물어본다. 그것 때문에 요즘 연기를 하면서 산다. 활발하고 밝은 사람처럼 군다. 가식적으로 살고 있다. 하하.
⇒ 인터뷰②에서 계속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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