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줄 요약
만신창이가 된 오해영(서현진)은 라디오에 사연까지 공개돼 실검을 장악하고 웃음거리가 된다. 그런 해영에게 박도경(에릭)은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한다. 집에 온 해영은 도경에게 마음을 다시 드러내지만 도경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을 긋는다. 도경은 미래의 여러 장면에서 결국 교통사고를 당해 미안하다는 말만 박복하다 사랑해라고 겨우 말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도경은 후회하며 죽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간다.
리뷰
일상생활이 무너져버린 해영. 심지어 라디오 전화 연결은 해영의 비극을 남들 입에 쉽게 오르내리는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해영이 만신창이가 된 과정은 극적인 요소들, 어딘가 과한 듯한 감정처럼 보일지 모르나 비이성적이며 비현실적인 감정의 작용이 아닌가, 사랑은. 꼬일 대로 꼬여버린 도경과의 관계가 다 밝혀진 마당에 여전히 그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해영의 엄마가 말한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시청자들 역시 너무 무너져버린 해영을 보자니 차라리 해영이 여기서 그만하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을 것. 하지만 “다 아는데 마음이 그게 안 돼”라는 해영의 말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해영이 답답해 보이다가도, 알아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해영의 마음을 지켜보노라면 지나간 이별의 경험이 떠올라 사무치게 공감할 수 있었을 것.
‘사랑한다’는 언제나 옳다고 진상(김지석)이 도경에게 말해주지만 도경에게 그 말은 이 상황에 맞지 않는 말, 아양 떨고 달래는 것밖에 되지 않아 보인다. 언제나 망설이고 마음을 참느라, 혹은 자기 나름대로 해영을 배려하느라 자신이 늦었다는 걸 아직도 모르고 있다. 다른 사람 다 전화 안했어도, 너는 했어야한다는 진상의 말처럼 역시나 해영은 그 누구의 연락이 아닌 도경의 통화 한 번이 필요했고, 그 한 마디를 원하고 있었다. 어긋난 타이밍, 이대로 끝내면 무너져버릴 것 같다는 해영의 말과 이를 받아주지 않는 도경의 엇갈린 사랑의 방식은 각자의 입장과 마음이 너무도 잘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해영과 도경은 마음을 저릿하게 했다.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쳤다는 미안한 마음, 자신에게 닥칠 사고의 위험 때문에 더욱 해영을 잡을 수 없는 도경이었다. 하지만 도경이 장회장(강남길)에게 한태진(이재윤)의 회사에 투자 철회를 부탁하기 전에 이미 장회장은 그러기로 결심했었고, 그 원인은 회사 돈을 빼돌리고 있는 태진의 동업자 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장회장은 도경이 자신의 딸과 싸우고, 결혼식을 망쳤다는 이유로 태진을 이용해 도경에게 해코지를 할 계획을 세운다. 도경에게 일어날 사고가 장회장과 태진 때문인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도경만의 잘못으로 이 사달이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다가온다. 이제 도경이 자신의 마음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니.
엄마의 결혼식을 망치고, 짐을 다 뺀 해영의 방에서 혼자 흐느껴 울고, 녹음하러 간 곳에서 자신의 죽음을 느끼며 이번엔 소리 내어 서럽게 우는 도경. 그의 감정은 보는 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만큼 휘몰아치고 있었다.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마지막이 되어서야 겨우 사랑한다는 말을 뱉은 스스로에게서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죽어도 상관없어. 근데 후회하면서 죽지는 않을 거야. 내 마음, 끝까지 가볼 거야”라는 힘 있는 도경의 목소리를 이제는 정말 믿어도 될까.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던 해영과 도경의 마음이 이제는 제대로 만나게 될까.
수다포인트
-버스에서 구르면서도 진상의 행동을 정확하게 본 박수경(예지원)은 동체시력 소유자?
-장회장님 아무리 좋아도 입술 자국은 좀 지우고 다니시지..
-마지막 장면에서 과속 때문에 사고날까봐 불안했어요.
김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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