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항상 고민이에요. 정규 음반을 내야 할지, 디지털 싱글을 내야 할지요. 그냥 버려지기엔 곡들이 아까우니까요.”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 가수의 말이다. 10곡 이상의 곡을 가득 채워서 내놓는 정규 음반을 준비하던 중에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절충안이 5, 6곡을 실어 발표하는 미니음반의 형태인데, 이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아깝다’는 반응이다.
대중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내놓은 음반인데, 음원시장의 온라인 스트리밍화가 정착되면서 수록 곡을 모두 듣는 이들이 현저히 줄었다. 팬을 제외하고는 타이틀만 겨우 듣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고, 음악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쉽게 소비돼 버린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다. 정규 음반이 갖는 의미는 있지만,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건 디지털 싱글이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를 시도하자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처럼 시각과 상황, 또 곡이 갖는 의미에 따라 발매 형태가 달라지는 셈이다. 고집을 지키며 고수하는 이들과 흐름에 발맞춰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이들로 나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갈 길을 간다
컴백을 준비하면서 늘 하는 고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곡 이상을 가득 채워 정규 음반을 낸다. 가수로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 정규 음반을 내는 이유다.
샤이니 종현은 24일 솔로로는 처음으로 정규 음반 ‘좋아’를 발표했다. 그룹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규 음반인 만큼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실제 종현은 총 9곡 중에 8곡을 직접 작곡했고, 전곡의 작사를 맡았을 만큼 참여도가 높다. 곡이 지닌 특성과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뮤지션과 협업하며 노력했다.
오랜만에 남성듀오 바이브도 총 14곡을 담았다. 정규 7집 ‘리피트(Repeat)’가 그것인데, 멤버 류재현이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맡았고 윤민수 역시 자작곡을 다수 수록했다.
류재현은 컴백 인터뷰에서 “(정규 음반을 낸 것이) 시대의 역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바이브로는 한 번도 싱글을 낸 적이 없다. ‘정규’는 우리의 인생을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브는 7집을 통해 ‘초심’을 담았고, 그 노력은 빛을 발했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1년 365일’과 ‘비와’는 주요 음원차트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호응을 얻었다.
약 7개월 만에 컴백을 알린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도 다음달 1일 데뷔 후 첫 정규 음반을 발매한다. ‘위 아래’를 통해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한 이들이 정규 음반을 내놓고 음악적인 기량을 맘껏 뽐내겠다는 각오다.
데뷔 5년차, 걸그룹이란 타이틀 앞에 ‘실력파’를 붙이기 위해서는 정규가 훨씬 유리하다. 멤버 개개인의 자작곡, 솔로곡 등을 담으며 참여의 폭도 훨씬 넓어지기 마련이다. EXID는 최근 진행된 음감회에서 “피땀 어린 노력으로 긴 시간 정규 음반을 준비했다. 더욱 열심히 준비해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8년 만에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밴드 못도 공백기 동안 고민을 거듭했지만, 자신들만의 색깔을 선명하게 하기로 뜻을 굳혔다.
보컬 이이언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멜로디의 템포, 건반 연주의 차이, 기타의 차이 등 단 1%의 차이일지라도,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완성도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며 “집약적으로 봤을 때 구별되고, 완성도 높게 들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마음에 안 드는 걸 내놓을 수는 없다. 최소한 내 마음에는 들어야 한다”고 가수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 그렇다면, 변화에 발맞추자
역발상을 꾀한 이들도 있다. 싱글을 내놓으며 신곡 발표 기간을 좁히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의 변화에 영리하게 대응하며 음악을 하게 됐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장르, 색다른 시도와 도전은 디지털 싱글을 내놓으며 부담을 더는 것.
남성 아이돌그룹 블락비 박경은 지난해 9월 디지털 싱글 ‘보통연애’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룹의 일원으로 팀의 색깔에 분위기를 맞췄던 만큼 솔로로서의 등장은 주목받기 충분했다.
그는 24일 두 번째 싱글 ‘자격지심’으로 또 한 번 분위기를 바꾼다. 두 곡 모두 직접 작사, 작곡을 하며 블락비와는 전혀 상반된 색깔로 대중 앞에 섰다. 블락비가 아닌, 박경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신곡 작업에 한창인 에디킴 역시 이색 행보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최근 텐아시아와 만나 “음악에 공(公)과 사(私)가 있다면, 싱글의 형태는 사에 가까운 것 같다. 정규보다는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용기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디킴은 지난 2014년 ‘너 사용법’과 2015년 ‘싱싱싱(Sing Sing Sing)’ 등 연이어 정규 음반을 내놓고 음악적인 역량을 발휘한 다음,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싱글의 형태로 내놓으며, 또 다른 ‘에디킴’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발 빠른 변화를 보인 건 가수 윤종신이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라는 음반 프로젝트를 시작, 현재까지 매달 하나의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자신이 가창하지 않더라도 프로듀서로 나서 다양한 가수들과 협업, 음악시장을 풍성하게 하는데 큰 몫을 한다. 예능인으로도 활약 중이지만, 매달 신곡을 내놓으며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디지털 싱글과 정규 음반.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다만, 가수들의 이 같은 변화 혹은 고집이 현재 대한민국 음악 시장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항상 고민이에요. 정규 음반을 내야 할지, 디지털 싱글을 내야 할지요. 그냥 버려지기엔 곡들이 아까우니까요.”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 가수의 말이다. 10곡 이상의 곡을 가득 채워서 내놓는 정규 음반을 준비하던 중에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절충안이 5, 6곡을 실어 발표하는 미니음반의 형태인데, 이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아깝다’는 반응이다.
대중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내놓은 음반인데, 음원시장의 온라인 스트리밍화가 정착되면서 수록 곡을 모두 듣는 이들이 현저히 줄었다. 팬을 제외하고는 타이틀만 겨우 듣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고, 음악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쉽게 소비돼 버린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다. 정규 음반이 갖는 의미는 있지만,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건 디지털 싱글이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를 시도하자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처럼 시각과 상황, 또 곡이 갖는 의미에 따라 발매 형태가 달라지는 셈이다. 고집을 지키며 고수하는 이들과 흐름에 발맞춰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이들로 나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갈 길을 간다
컴백을 준비하면서 늘 하는 고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곡 이상을 가득 채워 정규 음반을 낸다. 가수로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 정규 음반을 내는 이유다.
샤이니 종현은 24일 솔로로는 처음으로 정규 음반 ‘좋아’를 발표했다. 그룹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규 음반인 만큼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실제 종현은 총 9곡 중에 8곡을 직접 작곡했고, 전곡의 작사를 맡았을 만큼 참여도가 높다. 곡이 지닌 특성과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뮤지션과 협업하며 노력했다.
오랜만에 남성듀오 바이브도 총 14곡을 담았다. 정규 7집 ‘리피트(Repeat)’가 그것인데, 멤버 류재현이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맡았고 윤민수 역시 자작곡을 다수 수록했다.
류재현은 컴백 인터뷰에서 “(정규 음반을 낸 것이) 시대의 역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바이브로는 한 번도 싱글을 낸 적이 없다. ‘정규’는 우리의 인생을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브는 7집을 통해 ‘초심’을 담았고, 그 노력은 빛을 발했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1년 365일’과 ‘비와’는 주요 음원차트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호응을 얻었다.
약 7개월 만에 컴백을 알린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도 다음달 1일 데뷔 후 첫 정규 음반을 발매한다. ‘위 아래’를 통해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한 이들이 정규 음반을 내놓고 음악적인 기량을 맘껏 뽐내겠다는 각오다.
데뷔 5년차, 걸그룹이란 타이틀 앞에 ‘실력파’를 붙이기 위해서는 정규가 훨씬 유리하다. 멤버 개개인의 자작곡, 솔로곡 등을 담으며 참여의 폭도 훨씬 넓어지기 마련이다. EXID는 최근 진행된 음감회에서 “피땀 어린 노력으로 긴 시간 정규 음반을 준비했다. 더욱 열심히 준비해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8년 만에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밴드 못도 공백기 동안 고민을 거듭했지만, 자신들만의 색깔을 선명하게 하기로 뜻을 굳혔다.
보컬 이이언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멜로디의 템포, 건반 연주의 차이, 기타의 차이 등 단 1%의 차이일지라도,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완성도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며 “집약적으로 봤을 때 구별되고, 완성도 높게 들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마음에 안 드는 걸 내놓을 수는 없다. 최소한 내 마음에는 들어야 한다”고 가수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역발상을 꾀한 이들도 있다. 싱글을 내놓으며 신곡 발표 기간을 좁히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의 변화에 영리하게 대응하며 음악을 하게 됐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장르, 색다른 시도와 도전은 디지털 싱글을 내놓으며 부담을 더는 것.
남성 아이돌그룹 블락비 박경은 지난해 9월 디지털 싱글 ‘보통연애’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룹의 일원으로 팀의 색깔에 분위기를 맞췄던 만큼 솔로로서의 등장은 주목받기 충분했다.
그는 24일 두 번째 싱글 ‘자격지심’으로 또 한 번 분위기를 바꾼다. 두 곡 모두 직접 작사, 작곡을 하며 블락비와는 전혀 상반된 색깔로 대중 앞에 섰다. 블락비가 아닌, 박경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신곡 작업에 한창인 에디킴 역시 이색 행보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최근 텐아시아와 만나 “음악에 공(公)과 사(私)가 있다면, 싱글의 형태는 사에 가까운 것 같다. 정규보다는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용기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디킴은 지난 2014년 ‘너 사용법’과 2015년 ‘싱싱싱(Sing Sing Sing)’ 등 연이어 정규 음반을 내놓고 음악적인 역량을 발휘한 다음,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싱글의 형태로 내놓으며, 또 다른 ‘에디킴’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발 빠른 변화를 보인 건 가수 윤종신이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라는 음반 프로젝트를 시작, 현재까지 매달 하나의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자신이 가창하지 않더라도 프로듀서로 나서 다양한 가수들과 협업, 음악시장을 풍성하게 하는데 큰 몫을 한다. 예능인으로도 활약 중이지만, 매달 신곡을 내놓으며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디지털 싱글과 정규 음반.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다만, 가수들의 이 같은 변화 혹은 고집이 현재 대한민국 음악 시장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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