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계춘할망’에 출연한 배우 김고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계춘할망’에 출연한 배우 김고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김고은은 2012년 영화 ‘은교’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20대 여배우 기근’을 외치던 충무로에 단비가 되어줄 신인 배우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김고은의 행보는 비범했다. 김혜수·전도연·이병헌·이선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당당히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김고은은 ‘좋은 배우’ ‘특별한 배우’가 됐고, 동시에 대중들이 어려워하는 배우가 됐다.

그랬던 김고은에게 지난 1월, 첫 방송 된 tvN ‘치인트(이하 치인트)’는 터닝 포인트가 됐던 드라마다. 김고은은 ‘치인트’에서 옆집 동생 같은 친숙한 매력을 전달하며, 대중들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대중들과 눈을 마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계춘할망’에서는 영원한 관객들의 편이 되기를 자청하는 김고은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10.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긴 머리였는데, 시사회 때 쇼트커트를 하고 등장해 깜짝 놀랐다. 보통 여자들은 심경의 변화가 있을 때 과감하게 헤어스타일을 바꾸지 않나?
김고은: 평상시에 염색이나 파마를 잘 안 하는 편이다. 머리 손질 같은 걸 잘할 줄 몰라서 샵에 가면 “탈탈 털고 바로 나갈 수 있는 머리로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치즈인더트랩’을 하면서 계속 염색을 하느라 머리가 많이 상했다. 그래서 확 잘라 버렸다. (웃음)

10. ‘계춘할망’은 지금까지 김고은이 찍었던 작품과 결이 많이 다르다. ‘계춘할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고은: 스무 살 때부터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전작에서 워낙 감정 소모를 많이 해서, 밝고 쾌활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계춘할망’은 할머니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라 선택하기 망설여졌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단숨에 읽었는데 정말 오열하면서 읽었다. 그래도 내가 잘할 수 있을 법한 감정선인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다. 작품 선택을 주저했던 이유도 할머니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할머니다.

10. 제작보고회에서 갑자기 할머니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고은: 신인상 받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 거기서 눈물을 흘릴지는 나도 몰랐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에도 순식간에 운다. 오열 신을 찍을 때도 눈에 벌이 쏜 것처럼 부을 때까지 펑펑 운다. 우는 신은 3번 이상 찍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 거의 한 번에 오케이를 받는다.

10. 창 감독은 김고은을 처음부터 혜지로 생각했다고 하던데?
김고은: 왜 나였을까. 잘 모르겠다. (웃음) 윤여정 선생님도 감독님께 날 얘기하셨다고 그러던데, 그냥 진짜일까 싶었다. 선생님이 또 내 앞에선 그런 얘기를 안 해주ㄹ시니까.

10. 대선배 윤여정과 함께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김고은: 어른들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스타일이 아니라 어려운 건 없었다. 선생님께선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편인데, 옆에 계속 있다 보면 따뜻한 분이란 걸 알 수 있다. 말 한 마디에서 정이 느껴진다.

10. 김고은이 전도연·김혜수·윤여정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상대역으로 낙점되는 이유는 뭘까?
김고은: 선배님들과 함께했던 작품들이 전부 쉬운 작품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겁을 먹고 못 하겠다고 했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선배들과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당시에는 나를 내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내던졌다. (웃음)

배우 김고은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김고은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작품의 결은 다르지만, ‘계춘할망’의 혜지도 전작에서 김고은이 맡았던 캐릭터들과 비슷하게 상처를 받거나 어두운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뭔가?
김고은: 그런 캐릭터에 애착이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다. 영화에서 사연 없는 캐릭터는 없지 않나? (웃음) 한동안 밝고 쾌활하고 혹은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그런 시나리오가 많이 없었다. 멜로물에 관심을 가져도 20대 이야기보다 30대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처음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치즈인더트랩’을 선택한 것이다.

10. ‘계춘할망’의 혜지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
김고은: 혜지의 성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혜지가 ‘비행청소년’이란 단어로 이야기되는 친구이긴 하지만 어떤 아픔이 있어서 밖을 돌아다니게 되었을까, 그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비행청소년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한동안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10. 그밖에 혜지를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김고은: 꼭 할머니와 손녀의 사랑만이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에 관해 얘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을 주는 대상이 부모님일 수도 있고, 또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든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감정들을 느껴봤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연기가 그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들이 보기에 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관객들에게 눈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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