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마녀보감’ 제작발표회
‘마녀보감’ 제작발표회


지난 7일 JTBC ‘욱씨남정기’ 마지막 회에 사랑스러운 신입사원이 등장했다. 바로 신입사원 윤시윤. 회사에 ‘마녀’가 산다는 남정기(윤상현)의 농담에 겁먹은 윤시윤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이는 자연스럽게 ‘마녀보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동한 퓨전 사극은 꾸준히 제작되었고, 두터운 마니아 팬층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녀보감’은 독특한 행보로 대중적인 퓨전 사극에 도전한다.



# 판타지가 가미된 한국형 설화
‘마녀보감’은 설화적 요소를 적절하게 풀어낼 것이다. 주술, 저주 그리고 ‘서리’라는 한국 설화형 마녀 캐릭터라는 소재가 그러하다. 이전 ‘해를 품은 달’ 역시 무녀의 저주가 극 흐름의 핵심이 소재였지만 ‘마녀보감’의 저주받은 소녀 연희(김새론)의 저주가 열일곱에 발현되며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흰머리의 마녀 서리(김새론)로 변하는 과정은 설화형 퓨전 사극의 색다른 묘미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새론은 “연희에서 서리로 넘어가는 과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저주를 빨리 풀고, 오빠와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하는 서리의 외로움에 집중하면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 발칙한 상상력이 더해진 ‘청년 허준’
그동안 허준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허준의 훌륭한 인품과 천재적인 의술을 다뤄왔다. ‘동의보감’이 아닌 ‘마녀보감’은 허준을 발칙한 상상으로 비튼다.

실제 동의보감에는 한의학에 대한 지식 외에 귀신을 보는 법, 투명인간이 되는 법 등을 언급했다. 여기에 조현탁 감독은 상상력을 발휘했다. 청춘 허준을 사랑과 욕망에 반응하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린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허준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첫사랑과 그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피 끊는 ‘청춘 허준’의 매력은 ‘마녀보감’을 봐야할 또 하나의 이유다.

윤시윤은 “사극도 우리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이 아니니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사극의 특징에 우리가 알고 있는 허준이라는 인물이 더해져 판타지가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유 있는 악역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은 단연 성수청의 대무녀 홍주(염정아)였다. 그녀의 무서울 만큼 표독스러운 행동 때문이다. 위험 요소가 많은 흑주술을 이용해 저주를 내리는데다가, 타인의 안위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악의 축을 연기하는 염정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염정아는 “악역에게 꼭 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홍주는 자신의 일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물마다 생각과 사연이 있고 그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연기하는 것이 그가 할 일이라는 것.

허준의 이복 형 허옥(조달환) 또한 ‘마녀보감’의 악역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서자인 동생 허준에 비해 둔한 두뇌와 타고난 게으름으로 비교되며 열등감과 콤플렉스를 가졌으며 세상 모든 것이 자신 중심으로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로, 사사건건 허준을 괴롭힌다. 허옥을 연기한 조달환은 “허옥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캐릭터”라며 방어했다. “이 아이(허옥)는 자신이 하는 일이 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왔다. 괴롭히는 것도 성장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라고 대답했다.

악의 중심에 있지만 결코 악하지 않은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와 나름의 성장,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낼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 역시 ‘마녀보감’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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