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2013년 tvN ‘꽃보다 할배’ 출연 이후 배우 이서진보다 예능인 이서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MBC ‘결혼계약’(극본 정유경, 연출 김진민)에 출연하는 배우 이서진을 낯설게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결혼계약’에는 ‘투덜이’ 이서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싱글맘 강혜수(유이)를 애절하게 사랑하는 한지훈(이서진)이 있었다.

이서진은 17년 동안 내공을 쌓아온 실력 있는 배우였다. 어떻게 하면 작품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제안했고, 자신의 예능 캐릭터와 맡은 역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했다. 작가와 PD, 상대 배우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이서진의 겉모습은 무심해 보여도 그 안에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진심이 있었다. 그러한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17년 동안 이서진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10. KBS2 예능 프로그램 ‘어서옵SHOW’에 고정 출연을 결정했다. 드디어 나영석 PD의 품을 떠났는데.
이서진: 보통 제작진들은 2번 거절하면 더 이상 제안을 안 하는데, ‘어서옵SHOW’는 작년부터 계속 거절했는데 계속 같이 하자고 말하더라. 이렇게 날 원하는데 어떻게 되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하게 됐다.

10. ‘어서옵SHOW’에선 어떤 역할인가? 나영석 PD의 반응도 궁금하다.
이서진: ‘어서옵SHOW’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 어떤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래 예능하던 사람이 아니라 잘 될 만한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다. 나영석 PD는 아직까지 전화 통화는 못했고, 곧 만나기로 했다. 내가 예능을 시작한 것도 사실 나영석 PD 때문인데, 한때 예능은 나영석 PD하고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자기랑 안 한다고 기분 나빠할 사람은 아니다. 대신 자기하고는 막 촬영하다가 스튜디오 녹화를 해야 하니까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은 할 것 같다.

10. 나영석PD와의 예능 호흡이 참 좋았다.
이서진: 사실 나영석과는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했다. 여행하는 거 찍고, 시골에서 밥 만드는 거 찍고. 그 콘셉트 안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거였다. 나영석도 “형,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만 말했다. 만약 “이런 건 하지마”라고 했었으면, 이런 거 저런 거 다 안했을 것이다. 난 누가 제약을 자꾸 걸면 “그래, 그냥 아무것도 안 할래”하는 스타일이다. 나영석은 누구보다 날 잘 아는 것 같았다. ‘결혼계약’에서도 나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러면 난 정말 신나서 잘 한다. 지나간 일을 담아두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누가 뭔가 시키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렇게 하면 난 자꾸 시키는 것만 한다. 성격이 그렇다.

10. ‘어서옵SHOW’는 왜 지난해부터 이서진을 그렇게 캐스팅하고 싶어했던 걸까?
이서진: 서수민 CP한테도 “나 정말 예능 모른다. 스튜디오는 진짜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방송이 나가야 이 사람이 날 캐스팅한 이유를 알 것 같다.

10. ‘어서옵SHOW’의 분위기는 어떤가?
이서진: 나와 홍철이는 정반대의 성격이고, 종국이가 그 중간이다. ‘어서옵SHOW’가 MC 한 사람마다 한 명씩 게스트가 있어서 그 사람과 방송을 하는 건데, 사실 난 홍철이랑 종국이가 어떻게 첫 방송을 했는지 모른다. 아직 예능이 어떤 건지도 모르겠다. 나름 의욕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힘들더라. 오히려 게스트로 출연한 안정환이 나보다 더 열심히 했다. 20분 생방송을 하는데, 아무리 해도 10분밖에 안 지나가더라.

10. 공교롭게도 ‘어서옵SHOW’가 나영석 PD의 ‘신서유기2’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서진: 에이, 어떻게 하다보니 시간이 맞았던 것이지 나도 나영석 PD도 맞대결이라고 생각 안 할 거다. 나영석은 내가 자기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웃음)

10. 나영석 PD가 ‘꽃보다 할배’에 또 짐꾼으로 가자고 하면 갈 건가?
이서진: 선생님들이 가신다면 당연히 갈 거다. 나영석 PD한테 항상 ‘꽃할배’ 멤버가 바뀐다면 난 안 간다고 말한다. 처음엔 힘들어서 ‘짐꾼 콘테스트’를 하자고 말한 적도 있었다. 데려가 보고 아니면 현장에서 바로 집으로 보내기. (웃음) 난 매번 누구를 데려가자고 말하는데, 나영석은 형이 고생을 해야 한다고 그런다.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추천 짐꾼이 있는가?
이서진: 난 옥택연을 데려가자고 했다. 걔는 술 잘 마시고, 힘도 있고, 여행도 좋아해서 짐꾼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택연이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같이 가자고 그러면 가는 거지. (웃음)

10. 예능에서 이서진의 캐릭터가 반응이 좋은 이유는 뭘까?
이서진: 시대가 변한 것 같다. 10년 전에 이랬으면 시청자들이 ‘쟤 뭐냐’고 그랬을 거다. 방송에서 솔직하게 성격대로 하는 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시대의 변화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 또 그걸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가 잘 잡아낸 것 같다. 그 두 사람이 원하는 콘셉트에 내가 잘 딱 어울렸던 것 아닐까. 난 만들어진 예능인이다.

10. 평소 집에서 TV를 즐겨 보는지 궁금하다.
이서진: 드라마는 잘 안보고, 예능은 ‘라디오스타’나 ‘복면가왕’ 같은 걸 종종 본다. 내 나이대가 즐겨볼 수 있는 예능들은 자주 본다. 드라마는 본방사수가 너무 힘들고, 지나간 것들을 몰아보는 건 성격에 안 맞아서 잘 안 본다. 대신 영화는 매일 본다. 요즘 오랜만에 영화를 하루에 한 편씩 보고 있다. ‘레버넌트’, ‘스포트라이트’를 봤고, 오늘은 ‘헤이트풀8’을 볼까 생각 중이다.

10. 어느덧 17년 차 배우다.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이서진: 2001년에 ‘그 여자네 집’이란 드라마를 하고 ‘다모’를 하기 전까지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이름은 알렸지만 애매한 위치의 배우였다. 오히려 신인일 때 마음이 더 편했다. 그런데 ‘다모’를 하면서부터 연기자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다모’는 그런 선물을 준 작품이다.

그리고 ‘다모’ 다음에 ‘불새’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연기에 대한 반응이 기사로 쏟아져 나올 때였다. 그러다 영화 때문에 중국도 갔었는데, 내 기사가 확 줄어들었다. 한때 이러다 잊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예 조용히 있다가 좋은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내 인생을 살기에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작품 수보단 어떤 걸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제대로 된 걸 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2003년에 ‘다모’를 했고, 2013년에 ‘꽃보다 할배’를 하면서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됐다. 인생에 10년에 한 번씩 터닝 포인트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2023년에 혹시 뭐가 오려나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 버텨보려고 생각 중이다. (웃음)

10.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서진의 모습은 어땠으면 하는가?
이서진: ‘꽃할배’를 가면 선생님들이 평생 연기자로 사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이 연기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는 굉장히 평범하고 소박한 분들이고. 배우는 평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어떤 역할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직업만 특별할 뿐, 난 평범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다. 나이가 점점 들면 평범해지고, 친근해져서 배우로도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 이르지만 차기작이나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이서진: 생각하는 캐릭터는 항상 있다. 다만 그런 작품들이 들어오는 게 없을 뿐이다. 전문 드라마는 항상 해보고 싶다. 양면성이 있는 것 캐릭터도 한 번 해보고 싶다.

10. 최근 이서진의 화두는 무엇인가?
이서진: ‘어서옵SHOW’. (웃음) 꼭 예능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결혼계약’이 잘 끝났으니 새로 시작하는 거에 집중해야 한다. 나영석 PD랑 같이 하는 거라면 그동안 같이 했던 것이 있으니 걱정은 안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무언가를 해야 하니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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