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프로듀스 101
프로듀스 101
전례가 없다. 엠넷(Mnet) ‘프로듀스 101’로 데뷔하게 된 아이오아이(I.O.I)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첫 번째 주인공이다. 더 주목받고, 화제의 중심에 선 까닭이다.

최종 데뷔 티켓을 거머쥔 11인을 뽑는 마지막 생방송에서 1위 전소미(JYP)는 무려 80만 표 이상을 받았다. 11명 모두 데뷔 전부터 두터운 팬덤을 안고 출발점에 나선 것. I.O.I를 향한 관심은 실로 뜨겁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만큼 발걸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기와 비례하는 질책은 오롯이 왕관을 쓴 I.O.I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다음 달이면 데뷔곡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I.O.I. 멤버들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10개월 동안은 YMC엔터테인먼트(이하 YMC)의 진두지휘 아래 스케줄을 소화한다. 일정에 대해 공유는 하겠지만, 전적으로 맡긴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100%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정권은 YMC가 갖고 있지만, 모든 멤버들은 다시 각자 자신의 소속사로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다. 소속사 관계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가장 좋은 방향을 모색,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가령 단기간이지만 숙소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팀과 유닛 또 개별적으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려야 한다. YMC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I.O.I가 10개월 동안 활동하며, 5월 데뷔를 목표로 하고 총 4장의 음반을 낸다는 것만 결정됐다. 2장은 ‘완전체’, 2장은 유닛으로 할 계획인데 멤버의 구성 여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멤버 중 같은 소속사의 일부를 제외하더라도, 8개의 회사가 움직인다. 여기에 선봉에 선 YMC까지,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기 딱 좋은 상황이다. 프로그램의 출발 전에는 전체적인 틀만 세웠다면, 세부적인 사항을 짜는 건 이제부터다. 숙소를 비롯해 활동 중 스케줄 이동 시 각 소속사의 매니저가 대동할 것인지, 개별적으로 들어오는 광고 섭외와 출연 요청 등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YMC의 매니지먼트 아래 활동해야 한다는 건 방송 전부터 인지했고,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에서 내보낸 것”이라며 “10개월 동안의 활동 역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합의된 사안’ 속에서도 일부는 볼멘소리를 낸다. 당장 정해야 할 사안들이 차고 넘친다. 지휘는 YMC가 한다고 하더라도, 멤버들이 다시 돌아갈 곳은 각 소속사이기 때문에 손 놓고 나 몰라라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인 형국이다.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기회는 자주 찾아 오지 않는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 하지만 이는 현재의 I.O.I에게 적용하기 애매하다. YMC의 지휘 아래 움직이다 보니, 완벽하게 노를 저을 수 없는 상황인 것.

또다른 소속사 관계자는 “멤버 개인에게도 광고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 중에서는 이동통신사 등 신인으로는 큰 건들이 많지만, 현재 당사에서 진행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우선 당사에서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일정 정도만 공유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스템을 알고 나간거니, 개인적으로 광고 섭외가 들어와도 YMC에 전달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기회를 소속사 측은 재량껏 결정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눈앞에서 놓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쏟아지는 아이돌그룹의 홍수 속 기획사들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빨리,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장기 계획을 세운다. 반면 I.O.I는 ‘프로듀스 101’의 화제성만으로 10개월의 시한부 활동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완성도보다 당장의 화제성에 의존을 한다는 방증이 ‘크러시(CRUGH)’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5일 내놓은 ‘크러시’는 1위를 거머쥐는 것과 동시에 지적도 한 몸에 받았다. 동시에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마치 휴대전화로 찍은 것 마냥 성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팬들의 실망과 야유가 이어지자, 제작 관계자는 “‘크러시’는 데뷔 평가곡이고, 시간상 정식으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지 않았다. 녹음 장면과 화보 촬영 등을 활용해 만든 팬들을 위한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팬들을 위한 영상이라고 해도,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방송 제작 이후 손을 뗀 엠넷, 매니지먼트만 맡은 YMC, 그리고 YMC에 10개월을 맡긴 멤버들의 소속사까지 I.O.I는 누구든지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칫, 대중들의 혹독한 비판에 멤버들만 상처받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우려를 뛰어넘고, I.O.I가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적과 비판이 없을 수는 없지만, 최소화시키는 것이 숙제이다. 멤버들의 각기 다른 소속사와 YMC가 의견 충돌 없이 무사히 10개월을 마치는 것, 그리고 멤버들은 그 기간동안 미처 보여주지 못한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충족돼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윈윈(win-win)’이다.

적어도 프로그램의 열기가 식기 전까지 ‘국민’의 눈은 I.O.I를 향해 쏠려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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