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_마이_비너스 (2)
오_마이_비너스 (2)
KBS2 ‘오 마이 비너스’ 16회 2016년 1월 5일 화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김영호(소지섭)와 강주은(신민아)은 외할머니 이홍임 여사(반효정)에게 결혼 허락을 받은 뒤, 요청하신 ‘거한 혼수(아이)’를 위해 의기투합한다. 오수진(유인영)과 임우식(정겨운)은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결혼을 약속한다. 주은은 깐깐한 할머니와 무뚝뚝한 아버지(최일화)마저 웃게 하며 썰렁한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모두 고대하던 대로 주은은 쌍둥이를 임신하고, 한 달만에 26킬로가 불어 다시 풍요의 여신 ‘고대 비너스’로 돌아간다.

리뷰
소지섭이 출연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드라마에서의 만남인가. 과연 소지섭은 등장하는 것 자체로 화면을 채우는 배우였다. 그렇지만 그가 드라마 속에서 ‘김영호’라는 캐릭터로도 자리매김을 한 것일까. 어쩌면 내내 소지섭이라는 배우의 자체 매력으로 버틴 것은 아닐까. 극중 강주은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대한민국에 김씨 성을 가진 남자 50만명. 그 중에서도 흔한 이름 영호”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소지섭을 말이다.

신민아는 내내 사랑스러웠다. 77kg으로 등장했을 때도 어느 순간부터 최고의 미모를 뽐낼 때도. 마지막에 5분여동안 이어서 보여준 ‘보너스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강주은의 턱살도 21세기 비너스 모습도 새삼 귀여웠다. 존킴 코치님은 물론 코치 3인방도 매순간 재기발랄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장면들을 ‘화보’에서 그치지 않게 할 만한 뚜렷한 줄거리나 흐름은 없었다.

소지섭이 혹독한 감량과 근육 만들기까지 해가며 도전한 남자 주인공 역할이 왜 이 정도에서 그치고 만 것일까. 신민아가 최고의 사랑스러움을 보이며 여자 주인공을 맡았는데도, 왜 대중은 심지어 ‘턱살 비너스’ 시절의 초반 모습을 더 귀엽다고 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비너스가 날씬해진 이후엔 특히 서사가 약했다. 그것을 김영호의 끔찍한 교통사고로 ‘극적 반전’을 노린 것인데, 그저 ‘사고’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사고도 재활도 급작스러웠으니까. 영호 혼자 다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보너스 영상’에서도 대세는 예쁘고 통통 튀는 광고촬영장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 끔찍한 살인행위 같은 사고는 ‘가족 내 다툼’의 결과였다. 그런데 최이사(김정태)는 정해진 악역만 하고는, 극 후반에서 사라졌다. 마지막 부분에서도 영호는 영준에게는 “형”이라고 부르라하면서도, 끝내 새어머니인 혜란(진경)에게는 별 말이 없다. ‘아들’을 어려운 시동생처럼 대하며 영호에게 계속 존대를 하는데도 말이다. 이런 복잡한 집안 내력을 그대로 둔 채 ‘손주 며느리’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는 설정도 조금 무리가 있다.

대구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제일 자의식 강하고 콧대 높을 것 같은 변호사 직함의 두 여자가 결국 로맨스의 끝은 청혼과 임신으로 모든 것이 집약되고 만다. 강주은은 다산 기원으로, 미리 ‘혼수’로 아이를 장만해 가겠다는 야무지고 야한 꿈으로 결혼준비를 대신한다. 오수진은 아이를 못 가질까봐 눈물짓는 가련한 심정으로 마무리 된다. 최고의 변호사가 되는 것에 인생을 걸었던 두 여자가, 봉건적 가부장제의 여인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살’에 대한 강박이 극심해졌다는 부담이 더해진 것일까.

끝내 해결하지 못한 ‘몸의 철학’의 부재는, 그 모든 인생의 단맛의 퍼레이드 같았던 후반 2회로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애당초 색다른 ‘몸의 대화’로 몇몇 ‘새’ 운동과 새로운 의료 서비스 등을 소개하려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 눈요기라면,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라면, 알맹이는 정말 무엇이었는지 혹은 무엇이어야 했는지 알쏭달쏭하다.

수다 포인트
-오늘 최고의 반전. “강주은 양, 지금 의상 말고는 반대 의사 없어요.”
-“다른 종류의 몸의 대화를 나눠야겠다.” 애정씬인지 액션씬인지 알 수가 없는, 운동으로 다져지는 커플.
-“많이 이상했지만 나름 웃겨드렸으니까.” 오버하느라 애쓴 ‘볼수록 신기한 여자’에겐 다리 주물러주기로 보답.

김원 객원기자
사진. KBS2 ‘오 마이 비너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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