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김구라 대상
김구라 대상
2015년 MBC 예능을 정리하는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이 막을 내렸다.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는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2015년 풍성했던 MBC 예능처럼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은 볼거리가 가득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약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을 기역(ㄱ)부터 히읗(ㅎ)까지 14개의 단어로 정리해봤다.

# 김구라 : ‘2015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영광의 주인공. 물론, 김구라의 대상 수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그가 수상소감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전히 그의 방송 스타일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2015년 김구라는 충분히 대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는 2015년 무려 5개의 MBC 예능에 출연해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다. ‘라디오스타’, ‘세바퀴’(종영) 등 장수 프로그램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능력자들’과 같이 독특한 색깔을 지닌 신규 예능이 자리를 잡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김구라는 스스로 ‘방송계의 문제적 인물’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런 그의 내년이 또 기대되는 이유는 “방송 스태프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방송 덕후’가 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방송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아는 김구라의 2016년을 기대해본다.

# 노래 : 특별한 날, 특별한 무대가 빠질 수 없었다. 이날 ‘방송연예대상’ 1부 오프닝에서는 지난 1월, 방송된 ‘무한도전-토.토.가’ 특집을 가득 채운 90년대 명곡들을 ‘진짜 사나이’의 멤버들이 재현했다. ‘무한도전’과 ‘진짜 사나이’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1부 말미에는 초대 복면가왕 EXID 솔지가 무대에 올라 ‘마리아(Maria)’를 열창했다. 이어 은행잎 가면을 쓴 박슬기가 등장해 박정현의 ‘꿈에’를 부르며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2부의 오프닝 무대에서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세 커플이 특별 무대를 꾸몄다. 곽시양♥김소연 커플의 키스 퍼포먼스, 오민석♥강예원 커플의 자작곡 무대, 육성재♥조이 커플의 풋풋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 대상후보 : ‘방송연예대상’ 예고에서는 유재석, 김구라, 박명수, 김영철의 얼굴이 등장했다. 모두가 당연히 이 4명이 대상후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생방송에서는 유재석과 김구라, 단 두 명만이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후보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현장에서 대상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박명수와 김영철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무한도전’에서 “대상을 주지 않는다면 EDM 디스곡을 내겠다”고 했던 박명수는 인터뷰를 통해 “본부장 이하 직원들을 상대로 디스를 하겠다”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방송연예대상
방송연예대상
# 라디오스타 : ‘라디오스타’ 팀이 PD상을 수상했다. MBC PD들이 직접 뽑은 상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윤종신은 “‘라디오스타’는 묵묵히 MBC 수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새로운 웃음, 개성 있는 스타들을 ‘라디오스타’를 통해 발굴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규현은 과거 MBC 로고송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을 부르고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김구라는 소감을 말하려던 찰나 ‘수상소감 엔딩송’이 흘러나와 MC석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 무한도전 : 지난 10년 간,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무한도전’이 공로상을 받았다. ‘무한도전’의 리더로서 10년간 멤버들을 이끌어왔던 유재석은 “이 상은 시청자 여러분과 제작진 덕분에 받을 수 있는 상이다”라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형돈이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2016년에는 (정형돈이) 함께 뛰고 땀 흘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유재석은 “(저) 대상 아닌가 봐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말은 씨가 됐다.

# 부재 : ‘KBS 연예대상’에 이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도 여성 예능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이 없었으면 과연 상을 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날 여자 수상자들 중에서 신봉선과 박나래를 제외한 나머지 수상자들은 모두 가수, 배우 등 비예능인들이었다. 또한, 신봉선이 우수상이 아닌 특별상을 수상한 것, 데뷔 10년차 개그우먼 박나래가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단발성 출연을 한 것을 인정받아 ‘신인상’을 수상한 것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부분이다.

# 수상소감 : 재미있는 수상소감은 시상식을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 버라이어티 부문 인기상을 수상한 강예원은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상이 좀 많은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자신인상을 수상한 비투비 육성재는 MBC 예능국 김엽 본부장에게까지 감사인사를 남겼다. 이에 김구라는 “어린 친구가 아주 정치적이네”라고 평해 웃음을 더했다. 김성주는 “저랑 잘맞는 사람들은 공황장애 같은 걸 앓고 있다”는 ‘웃픈’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어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려는 예능인들에게 감동을 받는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 엑소 : 그룹 엑소가 가수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엑소는 훈훈한 비주얼을 자랑하며 “예능에 관심이 많다”는 말로 내년 MBC 예능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런데 왜 매해 예능인들의 잔치에서 가수 부문 인기상 시상이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 종이접기 아저씨 :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2030세대들에게 위로를 안겨줬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잘생긴 코딱지들 여기 다 모였네”라고 말한 뒤, “이 상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때 나와 채팅했던 2030세대들과 나눠 갖고 싶은 상이다. 잘 보관하겠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함께했던 청년 세대들을 끝까지 생각하는 ‘종이접기 아저씨’의 마음이 느껴지는 수상 소감이었다.

# 처음 : 김영철은 ‘진짜사나이2’, ‘나 혼자 산다’로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소감을 통해 “최우수상을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 동안 오버한다고 시청자들에게 비호감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조금 예뻐해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라며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했다. 김영철과 함께 ‘진짜 사나이2’에 출연 중인 임원희는 인기상을 받았다. 그 역시 고등학교 때 개근상 이후로 처음 상을 받아본다고 밝혔다. ‘진짜 사나이’는 상을 받아본 적 없는 모든 남자 연예인들에게 처음 상을 안겨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다.
베스트커플
베스트커플
# 커플 :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모르모트 PD와 AOA 초아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리 결혼했어요’의 육성재♥조이가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육성재는 “이 상은 조이 덕분에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맙다. 조이야”라고 말했고, 조이는 “성재 오빠랑 즐겁게 놀았을 뿐인데,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쀼 커플’은 베스트 커플상 포함 2관왕에 올랐다, 베스트 커플상 수상에 앞서 조이는 뉴스타상을, 육성재는 남자 신인상을 받았다. 서로를 향한 수상소감 뿐만 아니라 2부 오프닝에서 이들이 보여준 달달한 모습까지.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의 가장 완벽한 커플이었다.

# 투표 : ‘시청자들이 뽑은 올해의 예능’은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은 시청자 투표 약 15만 건 중 67%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보였다. 올해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무한도전’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선택은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올해 연예대상에서 시청자 투표를 받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다수의 사람들이 김구라의 대상 수상 가능성을 점쳤던 것 역시 비슷한 이유다. 시청자 투표 폐지는 다양한 인물에게 대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단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또 내년에 MBC가 ‘대상’과 관련된 룰을 바꾼다면, 올해 ‘김구라에게 대상을 주기위해 시청자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피디 :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무한도전’이 선정되자 해외연수를 떠난 김태호 PD를 대신해 ‘무한도전’ 팀의 후배 프로듀서가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무한도전’이 토요일 방송이라 금요일에 항상 바쁘다”며 “불타는 금요일을 혼자 집에서 보냈을 작가, 조연출들의 남자친구, 여자친구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또, 집에 가지 못하는 우리를 항상 응원해주는 제작진 가족들에게 감사를 돌린다”고 밝혔다. 우리가 매주 ‘무한도전’을 보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한채아 : ‘방송연예대상’ MC로 나선 한채아는 특별상을 수상한 전미라가 윤종신을 향해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며 애정 어린 고백을 하자 “부럽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전미라는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작년에는 혼자 집에 있었는데 올해는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무대 아래 남편 윤종신을 바라봤다. 얼른 한채아도 전미라처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시길.

다음은 ‘2015 MBC 방송연예대상’ 수상자(작) 명단
▲ 대상 : 김구라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능력자들)
▲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 : 무한도전
▲ 최우수상 버라이어티 부문 : 김소연(우리 결혼했어요), 한채아(진짜사나이-여군특집 3기), 하하(무한도전), 김영철(나 혼자 산다, 진짜사나이)
▲ 최우수상 뮤직·토크쇼 부문 : 김성주(복면가왕)
▲ 우수상 버라이어티 부문 : 김현숙(진짜 사나이-여군특집 3기), 황석정(나 혼자 산다), 김동완(나 혼자 산다), 정겨운(진짜 사나이2)
▲ 우수상 뮤직·토크쇼 부문 : 임지연(섹션TV 연예통신), 김연우(복면가왕), 황제성(섹션TV 연예통신, 우리 결혼했어요)
▲ 특별상 : 김영만(마이 리틀 텔레비전), 신봉선(복면가왕), 전미라(진짜 사나이2-여군특집 3기)
▲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커플상 : 육성재·조이(우리 결혼했어요)
▲ 인기상 가수 부문 : 엑소
▲ 인기상 버라이어티 부문 : 강예원(우리 결혼했어요), 오민석(우리 결혼했어요), 임원희(진짜 사나이), 전현무(나 혼자 산다)
▲ 인기상 뮤직·토크쇼 부문 : 샤이니 민호(쇼! 음악중심)
▲ 공로상 : ‘무한도전’ 팀
▲ 올해의 작가상 : 박원우(복면가왕), 이언주(무한도전)
▲ PD상 : ‘라디오스타’ 팀
▲ 최우수상 라디오 부문 : 전현무(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
▲ 우수상 라디오 부문 : 샤이니 종현(푸른밤 종현입니다), 이진우(손에 잡히는 경제)
▲ 신인상 라디오 부문 : 서경석(여성시대), 신봉선(좋은 주말)
▲ 우정상 : 김용건(나 혼자 산다)
▲ 베스트 팀워크상 :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3기 팀
▲ 뉴스타상 : 곽시양(우리 결혼했어요), 조이(우리 결혼했어요), 초아(마이 리틀 텔레비전)
▲ 신인상 버라이어티 부문 : 서유리(마이 리틀 텔레비전), 엠버(진짜사나이-여군특집2기), 육성재(우리 결혼했어요), 슬리피(진짜사나이2)
▲ 신인상 뮤직·토크쇼 부문 : 박나래(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형석(복면가왕)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2015 MBC 방송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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