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언제부터 우리가 가수 싸이에게 빌보드 진입을 바랐고,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길 기대했나. 그리고 또 싸이는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을 대상으로 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었나. 언제부터 그랬다고. 시비를 따지는 듯한 이 말을 대중들이, 또 싸이가 했다. “내가 언제부터”.
‘강남스타일’로 전에 없는 기록을 달성하고, 인기를 얻었다. 예외 없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성과였다. 단순히 국내 음원차트에서 노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노래를 불렀고, 춤을 췄다. 그 결과, 빌보드 차트 2위에 떡하니 이름을 올렸고 ‘강남스타일’ 하나로 싸이는 ‘국제 가수’의 행보를 밟았다.
벼락을 맞을 확률이 이와 비슷할까, 싸이는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까지 모든 걸 한꺼번에 이뤘다. 단 두 달 만이다. 이전에 싸이는 친근함이 하나의 무기인, 그런 가수였다.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것만 같고 바로 옆에 있어도 편하게 말 붙일 수 있는 그런. 그런데 ‘강남스타일’을 내놓고 두 달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싸이는 마돈나의 공연 무대에 올랐고, 윌아이엠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으며 스눕독의 지원사격을 받아 디지털 싱글도 내놨다. 멀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 변화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와 흠뻑 젖은 겨드랑이 땀으로 모두를 웃게 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어찌됐든, 싸이의 위치는 대한민국의 가수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통하는 싱어로 달라졌다. 두 달이지만 이 같은 변화에 싸이도, 또 우리도 변했다. 원하는 것이, 또 바라는 것이 달라졌다. 좀 더 높은 곳을 봤고, 기대치는 하늘까지 솟았다. 그래서 더욱, 싸이의 다음 음반에 눈과 귀가 쏠렸다. ‘제2의 강남스타일’이 나올까 하는 기대, 그 압박감은 싸이를 짓눌렀다.
싸이가 아니라,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신이 났다. ‘유 노(You Know), 강남스타일?’ 한 마디면, 모든 게 통하게끔 싸이는 그렇게 만들어 놨다. ‘자, 이제 또 한 번 ‘강남스타일’ 같은 음악을 내놓으렴’하며 턱을 괴고 싸이를 바라보는 우리가 대한민국에 있고, 기대는 덜할지 몰라도 ‘강남스타일’로 싸이를 알았으니, 그 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전 세계의 눈도 무시할 수 없었다.
다음은 ‘젠틀맨’이었고, 그다음은 ‘행오버’였다. 당연히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였다. 기대가 지나치게 ‘오버’스러웠고, 싸이의 부담도 역대 최고였을 터다. 빌보드 진입엔 성공했지만, 2위가 아니라 김이 샜다는 식의 반응, 뮤직비디오 역시 유튜브 조회 수가 전 같지 않아 아쉽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리고 싸이는 한동안 신곡 따윈 내놓지 않았다. 아마 ‘언제부터?’란 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건 이즈음이다.
‘강남스타일’과 같은 성과를 바라는 우리, 그리고 싸이 역시 부푼 꿈과 헛된 욕심, 도를 넘은 기대를 가라앉히는 데 꼬박 3년 5개월이 걸렸다. ‘강남스타일’ 발표로부터 딱 일곱 계절이 지난 뒤 싸이는 정규 7집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돌아온 싸이가 참 반갑다. 우리도 내려놨고, 싸이도 한결 가볍게 돌아왔다. 결국 모두가 웃을 수 있게 됐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허황에 사로잡혀, 더 많은 걸 얻으려 애를 쓰는 게 아니라 싸이의 겨드랑이 땀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던 그때로. 싸이도 노래하는 업을 선택했던 처음의 마음을 상기했다. ‘강남스타일’을 넘어서는 곡을 만들자, 미국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노랫말로 구성해보자 등 머릿속 말 많은 사공을 하나로 정리했다. 하고 싶을 걸 하려고 마이크를 잡았고, ‘딴따라’의 길을 걷게 된 싸이의 처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 했던 ‘그때의 나’로. 결과는 대만족이다. 신곡 ‘나팔바지’와 ‘대디(DADDY)’는 히트를 기록했다. 7집 음반의 전곡은 공개 직후 음원차트 상위권 줄세우기를 기록했고, 타이틀 넘버인 두 곡은 여전히 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음악 프로그램 정상도 거머쥐었고, 해외 반응도 호의적이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의 말이 있고, 싸이가 가사를 붙인 7집 수록곡 ‘좋은날이 올거야’에는 ‘노력하는 놈은 즐기는 놈 절대 못 이겨 즐기는 놈은 미친놈을 절대 못이겨’란 구절이 있다. 우리가 사랑한 건 ‘빌보드에 진입하고 미국을 점령한, 마돈나 친구’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싸이였다. 즐기고 있는 싸이가 참 반갑고, 그런 그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강남스타일’로 전에 없는 기록을 달성하고, 인기를 얻었다. 예외 없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성과였다. 단순히 국내 음원차트에서 노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노래를 불렀고, 춤을 췄다. 그 결과, 빌보드 차트 2위에 떡하니 이름을 올렸고 ‘강남스타일’ 하나로 싸이는 ‘국제 가수’의 행보를 밟았다.
벼락을 맞을 확률이 이와 비슷할까, 싸이는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까지 모든 걸 한꺼번에 이뤘다. 단 두 달 만이다. 이전에 싸이는 친근함이 하나의 무기인, 그런 가수였다.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것만 같고 바로 옆에 있어도 편하게 말 붙일 수 있는 그런. 그런데 ‘강남스타일’을 내놓고 두 달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싸이는 마돈나의 공연 무대에 올랐고, 윌아이엠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으며 스눕독의 지원사격을 받아 디지털 싱글도 내놨다. 멀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 변화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와 흠뻑 젖은 겨드랑이 땀으로 모두를 웃게 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어찌됐든, 싸이의 위치는 대한민국의 가수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통하는 싱어로 달라졌다. 두 달이지만 이 같은 변화에 싸이도, 또 우리도 변했다. 원하는 것이, 또 바라는 것이 달라졌다. 좀 더 높은 곳을 봤고, 기대치는 하늘까지 솟았다. 그래서 더욱, 싸이의 다음 음반에 눈과 귀가 쏠렸다. ‘제2의 강남스타일’이 나올까 하는 기대, 그 압박감은 싸이를 짓눌렀다.
싸이가 아니라,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신이 났다. ‘유 노(You Know), 강남스타일?’ 한 마디면, 모든 게 통하게끔 싸이는 그렇게 만들어 놨다. ‘자, 이제 또 한 번 ‘강남스타일’ 같은 음악을 내놓으렴’하며 턱을 괴고 싸이를 바라보는 우리가 대한민국에 있고, 기대는 덜할지 몰라도 ‘강남스타일’로 싸이를 알았으니, 그 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전 세계의 눈도 무시할 수 없었다.
다음은 ‘젠틀맨’이었고, 그다음은 ‘행오버’였다. 당연히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였다. 기대가 지나치게 ‘오버’스러웠고, 싸이의 부담도 역대 최고였을 터다. 빌보드 진입엔 성공했지만, 2위가 아니라 김이 샜다는 식의 반응, 뮤직비디오 역시 유튜브 조회 수가 전 같지 않아 아쉽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리고 싸이는 한동안 신곡 따윈 내놓지 않았다. 아마 ‘언제부터?’란 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건 이즈음이다.
‘강남스타일’과 같은 성과를 바라는 우리, 그리고 싸이 역시 부푼 꿈과 헛된 욕심, 도를 넘은 기대를 가라앉히는 데 꼬박 3년 5개월이 걸렸다. ‘강남스타일’ 발표로부터 딱 일곱 계절이 지난 뒤 싸이는 정규 7집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돌아온 싸이가 참 반갑다. 우리도 내려놨고, 싸이도 한결 가볍게 돌아왔다. 결국 모두가 웃을 수 있게 됐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허황에 사로잡혀, 더 많은 걸 얻으려 애를 쓰는 게 아니라 싸이의 겨드랑이 땀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던 그때로. 싸이도 노래하는 업을 선택했던 처음의 마음을 상기했다. ‘강남스타일’을 넘어서는 곡을 만들자, 미국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노랫말로 구성해보자 등 머릿속 말 많은 사공을 하나로 정리했다. 하고 싶을 걸 하려고 마이크를 잡았고, ‘딴따라’의 길을 걷게 된 싸이의 처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 했던 ‘그때의 나’로. 결과는 대만족이다. 신곡 ‘나팔바지’와 ‘대디(DADDY)’는 히트를 기록했다. 7집 음반의 전곡은 공개 직후 음원차트 상위권 줄세우기를 기록했고, 타이틀 넘버인 두 곡은 여전히 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음악 프로그램 정상도 거머쥐었고, 해외 반응도 호의적이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의 말이 있고, 싸이가 가사를 붙인 7집 수록곡 ‘좋은날이 올거야’에는 ‘노력하는 놈은 즐기는 놈 절대 못 이겨 즐기는 놈은 미친놈을 절대 못이겨’란 구절이 있다. 우리가 사랑한 건 ‘빌보드에 진입하고 미국을 점령한, 마돈나 친구’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싸이였다. 즐기고 있는 싸이가 참 반갑고, 그런 그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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