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공개날짜: 12월 22일(화) 오후 2시
공개장소: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감독: 김대승
제작: 위더스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12월 30일
줄거리: 평안도 유곽 물랑루의 보배인 조선 최고 마술사 환희(유승호). 곱상한 외모와 카리스마로 큰 사랑을 받는 환희는 그러나, 어린 시절 마술사 귀몰(곽도원)에게 받은 학대에 대한 기억으로 엇나가 있다. 누이 보음(조윤희) 외에는 통제하지 못하는 환희가 어느 날 달라진다. 절벽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 청명(고아라) 때문이다. 청나라 왕자의 첩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던 길에 환희를 만난 청명은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신분의 제약과 불쑥 나타난 귀몰로 인해 이들의 사랑은 위기에 처한다.
첫느낌: 마술과 사랑은 닮은 구석이 있다. 한번 빠져들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는 점, 어떤 환상을 동반한다는 점. ‘마술 같은 사랑’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동안 수많은 영화(‘일루셔니스트’ ‘데스디파잉’ 등)들이 마술과 사랑의 속성을 이어 붙여 관객을 만나왔다. ‘조선마술사’가 품고 있는 ‘마술+로맨스’ 공식은 그리 놀랍거나 위험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마술과 로맨스가 적절하게 접착 돼있는가. 그래서 그것이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는가. 아쉽게도 ‘조선마술사’는 마술도 사랑도 그 어느 쪽도 성공적으로 구현하지 못한 인상이다.
일단 이 영화에서 마술은 철저하게 로맨스에 복무하다보니, 이렇다 할 재미를 주지 못한다. 마술이 지닌 신비로움보다, ‘마술=속임수’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속임수라는 것도 상당히 1차원적으로만 표현돼 있어 그리 큰 흥미를 주지 못한다. 마술보다 더 갸웃거리게 하는 것은 러브스토리다. 아역에서 멋지게 성장한 유승호와 ‘응답하라 1994’로 응답받은 고아라가 호흡을 맞췄으나, 거기까지다. 눈길을 끄는 캐스팅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일견 ‘하이틴 로맨스’ 혹은 ‘팬픽’처럼 다루고 있다. 많이 오글거리고, 자주 공허하고, 가끔씩 민망한 설정들이 영화를 볼 관객 수준을 너무 낮게 잡았단 생각을 하게 한다. 유승호의 개별 매력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주인공의 사랑에 신경을 쏟느라, 나머지 캐릭터를 돌보지 못한 인상도 강하게 든다. 동기나 욕망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고 움직이는 조연 캐릭터들의 허술함이 극의 구멍을 키운다.(이 영화에서는 곽도원 조차도 납작하게 보인다. 아무리 곽도원이라도 모든 캐릭터를 구원할 수는 없다.) 베테랑 스태프들이 만든 의상은 멋들어지고 세트도 훌륭하지만, 그 속을 채운 화술은 투박하다.
‘조선마술사’의 만듦새는 ‘번지점프를 하다’(2000년) ‘혈의 누’(2005년)를 연출한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아쉽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지만 신선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었다. ‘혈의 누’는 인물들 간 감정의 밀도와 미스터리 구조를 잘 쌓아올린 웰메이드 시대극이었다. 그때 김대승 감독이 부린 마법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4점
TEN COMMENTS, 2015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한국영화….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공개장소: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감독: 김대승
제작: 위더스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12월 30일
줄거리: 평안도 유곽 물랑루의 보배인 조선 최고 마술사 환희(유승호). 곱상한 외모와 카리스마로 큰 사랑을 받는 환희는 그러나, 어린 시절 마술사 귀몰(곽도원)에게 받은 학대에 대한 기억으로 엇나가 있다. 누이 보음(조윤희) 외에는 통제하지 못하는 환희가 어느 날 달라진다. 절벽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 청명(고아라) 때문이다. 청나라 왕자의 첩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던 길에 환희를 만난 청명은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신분의 제약과 불쑥 나타난 귀몰로 인해 이들의 사랑은 위기에 처한다.
첫느낌: 마술과 사랑은 닮은 구석이 있다. 한번 빠져들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는 점, 어떤 환상을 동반한다는 점. ‘마술 같은 사랑’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동안 수많은 영화(‘일루셔니스트’ ‘데스디파잉’ 등)들이 마술과 사랑의 속성을 이어 붙여 관객을 만나왔다. ‘조선마술사’가 품고 있는 ‘마술+로맨스’ 공식은 그리 놀랍거나 위험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마술과 로맨스가 적절하게 접착 돼있는가. 그래서 그것이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는가. 아쉽게도 ‘조선마술사’는 마술도 사랑도 그 어느 쪽도 성공적으로 구현하지 못한 인상이다.
일단 이 영화에서 마술은 철저하게 로맨스에 복무하다보니, 이렇다 할 재미를 주지 못한다. 마술이 지닌 신비로움보다, ‘마술=속임수’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속임수라는 것도 상당히 1차원적으로만 표현돼 있어 그리 큰 흥미를 주지 못한다. 마술보다 더 갸웃거리게 하는 것은 러브스토리다. 아역에서 멋지게 성장한 유승호와 ‘응답하라 1994’로 응답받은 고아라가 호흡을 맞췄으나, 거기까지다. 눈길을 끄는 캐스팅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일견 ‘하이틴 로맨스’ 혹은 ‘팬픽’처럼 다루고 있다. 많이 오글거리고, 자주 공허하고, 가끔씩 민망한 설정들이 영화를 볼 관객 수준을 너무 낮게 잡았단 생각을 하게 한다. 유승호의 개별 매력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주인공의 사랑에 신경을 쏟느라, 나머지 캐릭터를 돌보지 못한 인상도 강하게 든다. 동기나 욕망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고 움직이는 조연 캐릭터들의 허술함이 극의 구멍을 키운다.(이 영화에서는 곽도원 조차도 납작하게 보인다. 아무리 곽도원이라도 모든 캐릭터를 구원할 수는 없다.) 베테랑 스태프들이 만든 의상은 멋들어지고 세트도 훌륭하지만, 그 속을 채운 화술은 투박하다.
‘조선마술사’의 만듦새는 ‘번지점프를 하다’(2000년) ‘혈의 누’(2005년)를 연출한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아쉽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지만 신선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었다. ‘혈의 누’는 인물들 간 감정의 밀도와 미스터리 구조를 잘 쌓아올린 웰메이드 시대극이었다. 그때 김대승 감독이 부린 마법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4점
TEN COMMENTS, 2015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한국영화….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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