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ID
EXID
안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으로 상대를 괴롭게 하는 것을 두고 흔히 ‘희망고문’이라고 한다. 주로 ‘짝사랑’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할 때 접하곤 했는데, 최근에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를 두고 한 네티즌이 ‘희망고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봤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없었던 건, 걸그룹 달샤벳의 지율과 가은의 탈퇴 소식을 접한 까닭일까.

EXID, 그중에서도 멤버 하니를 두고 ‘희망고문’이라고 하는 이유는 데뷔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데뷔 3년 만에 빛을 봤고, 소위 ‘떴다’는 반열에 합류했다. 이는 극히 드물고, 이례적이다.

하니는 그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했고, 쏟아지는 아이돌의 틈바구니에서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팀의 인지도 역시 상당히 끌어올렸으며, 최근 내놓은 신곡 ‘핫 핑크’로는 음악 프로그램 1위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달성했다.

데뷔 이후 2년 동안 해낼 수 없었던 것을 불과 1년 안에 다 이뤘다.

작곡가에서 프로듀서로 나선 신사동호랭이가 만든 EXID는 지난 2012년 가요계에 첫 걸음을 뗐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팀을 재정비하고 다시 나왔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하니는 고사하고 팀명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이 당시 EXID의 현실이었다.
EXID 하니
EXID 하니
상황이 완전히 반전된 건 지난해 8월 27일 ‘위 아래’를 발표하고 한참 후였다. 이미 이 곡의 활동을 마무리 지은 상태로, 썩 좋은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이른바 ‘직캠’ 하나로 상황은 역전됐다. 하니의 ‘직캠’이 뜬 이후부터 EXID가 조명받기 시작한 것. 한여름을 겨냥하고 내놓은 곡이었지만, 같은 해 10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팬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EXID의 ‘위 아래’는 음원차트에 고개를 내밀었고, 위를 향해 달렸다. 활동을 접었으나,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이 올라오니, 방송사에서도 출연을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시 음악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낸 EXID는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됐다.

마치 벗겨진 유리구두 덕분에 왕자와 재회하게 된 신데렐라처럼, EXID도 ‘직캠’ 하나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달샤벳
달샤벳
전혀 다른 궤도에 선 걸그룹이 있다. EXID보다도 데뷔가 1년 앞선 달샤벳이 그 주인공인데, 최근 멤버 지율과 가은이 새로운 진로를 찾아 팀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데뷔 4년째를 맞은 시점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것이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다. 하지만 지율과 가은은 각각 연기와 패션 분야에 발을 담글 계획이며,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 만료에 따라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속사도 “각자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지율과 가은에게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고, 두 사람 역시 당장 오는 2016년 1월 새 음반으로 컴백하게 될 4명의 멤버를 향한 호응을 부탁했다.
달샤벳 지율
달샤벳 지율
손편지로 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대신한 지율과 가은은 그동안 ‘달샤벳’으로 살아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절대 잊지 않을 것을 약속,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비난할 이는 없다. 걸그룹으로 시작해 자신의 길을 찾아 오히려 대성공을 거둔 이가 드물지 않기에 지율과 가은의 선택에도 응원을 보낸다.

같은 울타리에 있었지만, 다른 결정과 결과를 맞은 달샤벳과 EXID. 누가 더 낫다, 못 하다, 잘했다, 그렇지 않다의 시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하다 보면 될 것’이라는 게 ‘희망고문’인지, 용기를 북돋는 ‘응원’이 될지, 적어도 이곳, 연예계에서만큼은 ‘해봐야 안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수용되는 법칙, 불문율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텐아시아DB,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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