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사진. 구혜정
사진. 구혜정
왁자지껄했다. 탑독 멤버 10인이 스튜디오로 들어서면서부터 공기의 질감이 달라졌다. 달뜬 분위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을 듯했다. 사진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이쪽에서 몇몇이 카메라 앞에 자리를 잡아 포즈를 취하면 다른 한 쪽에선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한구석에선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진지한 얘기가 오갔다. 힙합 하는 아이돌이라 이렇게도 자연스럽고, 자유분방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멤버들과 마주앉았을 때, 단순 명료하게 ‘딱’ 떨어질 줄 알았던 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생각보다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한창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음악에 대한 상당한 욕심을 명확하게 내비쳤으며,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꼭 붙들고서는 그것에 대한 애틋함을 솔직하게 내려놓을 줄도 알았다. 열정은 뜨겁고, 마음은 따뜻한, 탑독이었다.

Q. 10인조로 재편한 뒤 ‘더 비트(The Beat)’로 활동했다. 이번 활동에서 얻은 것과 아쉬웠던 건.
비주 : 얻은 건, MBC MUSIC ‘탑독 프로젝트’라는 리얼리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 (웃음) 너무 꿈꿔왔던 거라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소중하다. 아쉬운 건, 1년을 쉬다 나와서 대중분들에게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게 아쉽다.
낙타 :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열 명으로 활동해서 어떻게 보면 완전체가 아닌 완전체이지 않았나. 같이 하지 못하게 된 친구들이 생겨서 아쉬웠다.

Q. 타이틀곡을 ‘더 비트’로 한 이유가 있었나. 수록곡 ‘오아시스(O.A.S.I.S)’나 ‘올 아이즈 온 미(All Eyez On Me)’도 상당히 좋던데.
멤버들 : 다들 그 노래들이 좋다고 그러시더라! (웃음)
P군 : 우리가 그동안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었는데, 아직까지는 ‘더 비트’같이 파워풀한 음악으로 우리의 이름을 더 알려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수록곡들도 들어보면 다 좋은데 무대에서 하기엔 전체적으로 루즈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나중에 더 잘 되고 난 다음에 후속곡으로 활동을 해도 괜찮겠지.

Q. 탑독 만의 이미지를 잘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제니씨 :
이번 앨범이 그 기반이 되어줄 거다. 사실은, 다음 앨범이 정말 중요하다. 이제까지 우리의 앨범을 보면 힙합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너무나 다양한 콘셉트를 해왔기 때문에 산만했거든. 이젠 진짜 우리 탑독의 색깔을 보여드릴 거다. 그래서 지금 활동 중이긴 하지만 각자 바쁘게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아톰, 야노, 제니씨(왼쪽부터)
아톰, 야노, 제니씨(왼쪽부터)
Q. 비주가 ‘탑독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게 이번 활동을 하며 얻은 거라고 했는데, 리얼리티 안에서 열 명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낙타 :
어제 우리를 모르는 작곡가 형이 ‘탑독 프로젝트’를 봤다고 해서 “어때요?” 하고 물으니 “아이돌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친하게) 노는 애들 모아서 촬영한 거 같아”라고 하더라. (웃음)
제니씨 :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나.
야노 : 단 하나도 거짓이 없는 방송이다. 프로그램에 나온 것처럼 진짜로 왁싱도 했다! (멤버들 : 108배도, 번지점프도, 다 했다.) 108배 할 땐 난 놀러 간 거였는데 그거까지 다 하게 됐다. 자세가 틀리면 스님이 든 대나무로 ‘빡’ 맞고. 제로 형이 그때 또 아는 척을 엄청 했지. 자기가 어릴 때 많이 해봤다면서~
제로 : 자주 했지. 중학교가 불교 학교여서 그때 법당 다니면서 108배를 했다.

Q. 그때 절에서 염주를 만들며 소원을 빌지 않았나. 자 여기서 질문, 만약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난다면 소원 세 개는 뭘 말할 건가.
상도 :
갑자기 지니라니…! (웃음)
아톰 : 일단, 첫 번째로 소원 개수를 인피니트(무한대)로 늘릴 거다. 두 번째는 탑독의 성공. 세 번째 소원은 없어도 될 거 같다. 앞에서 무한대로 늘려놨기 때문에.
호준 : 돈이랑, (멤버들 : 구체적으로 말해야 해.) 그럼, 1조! 그리고 명예랑 행복. 돈이 많으면 안 행복할 수도 있거든.
P군 : 첫 번째는 평생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거. 두 번째는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줬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투시 능력! 세상을 꿰뚫어 보고 싶다.
제니씨 : 일단은 부모님이 앞으로 평생 안 아팠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아 이건 진짜 욕심이긴 한데 (웃음), 음악의 신이 됐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이 상상도 많이 했던 건데, 내가 (핑거스냅하며) ‘딱’ 하면 한 여자가 나를 사랑하게 되는 거다. 죽을 때 까지, 무조건. 그러다가 나한테 너무 집착하는 거 같다 싶었을 때 다시 ‘딱’ 하면 그게 풀리는 거. 애정 결핍은 아니다! 하하. 이 상상을 많이 했었다. (웃음)
상도 : 딱히 없다. 그냥, 탑독의 안녕(安寧). 건강. 마지막은, 내가 나중에 결혼해서 가족들이랑 같이 살 집. 그 집 안엔 평생 먹고 살 만한 게 다 있는 거지. 앞에는 밭도 있고.

호준, 비주, 제로, 한솔(왼쪽부터)
호준, 비주, 제로, 한솔(왼쪽부터)
Q. 나머지 멤버들은?
낙타 :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랑 천부적인 음악적 감각, 늙지 않는 스태미나.
비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다. 두 번째는 (야노 보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 친구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일동 폭소) 세 번째는 어떤 결정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려 할 때 내가 하려는 선택으로 만들어질 미래를 잠깐 동안 볼 수 있어서 지금 하려는 결정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솔 : 난 돌아가신 할머니랑 가족들이랑 같이 건강한 모습으로 3일 동안 지내보고 싶다. 할머니가 다시 태어나시면 또다시 그 힘든 과정을 겪으셔야 하니 딱 3일 정도면 괜찮을 거 같다. 두 번째는 부모님 노후에 대한 준비가 돼 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내가 ‘아트’하는 것에 있어서 완벽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돈은 내가 ‘아트’하면서 벌면 되니깐, 환경만 딱!
야노 : 첫 번째로 타임머신을 얻고 싶다. 두 번째는 가족들과 다 같이 불사신이 되는 거. 세 번째는 평생 사랑할 사람을 만나는 거.
제로 : 가족이 절대 안 아팠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탑독 대박. 세 번째는 내가 월드 스타 되는 거. (일동 폭소)

Q. 2015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옆에 있는 멤버에게 새해맞이 덕담 한마디씩 해보자.
아톰 :
(제로에게) 2016년 ‘병신년’에는 (일동 폭소) 왜, (‘병신년’) 맞아! (농담조로) 지호(제로 본명) 형이 정신 좀 차렸으면! 하하.
제로 : (호준에게) 건강이 최고니깐 몸을 챙기자.
호준 : (P군에게)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P군 : (제니씨에게) 성공하자! 태양(제니씨 본명)이가 자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서, 성공이 왠지 그걸 ‘팍’ 해결해 줄 거 같다.
제니씨 : (상도에게) 우리는 조금씩 두터워지면서 무너지지 않는 사이라고 생각하는데 따로 놀거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내년에는 즐거운 기억 많이 만들자. 그리고 탑독, 대박 나자.
상도 : (낙타에게) 내가 감히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 좀 더 무리에 적응하고 사회에 녹아드는 듯한 모습을 많이 느꼈다. 표현을 잘 못하는 친구인데 이제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네가 바라는 것처럼 음악적인 역량을 더 많이 쌓아서 우리 대박 나자.
낙타 : (비주에게) 병주(비주 본명)랑은 사실 이런 얘기를 많이 해서 할 얘기는 없는데, 아, 한 것 중에서? 병주가 ‘지속’에 대해서 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뭔가를 하며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갖고 있지만 그걸 하루에 2시간이라도 좋으니 하루도 빼 먹지 않고 지속적으로 쌓아갔으면 좋겠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그게 안 무너졌으면 좋겠단 얘기다.
비주 : (한솔에게) 며칠 전에 낙타랑 한솔이한테 어떤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님이 하신 말이었는데 “잘하고 있으니 하던 대로만 하고 앞으로 어떠한 말에도 휘둘리지 말고 끝까지 해라”라는 뉘앙스였다. 잘하고 있는데 이게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한솔 : (야노에게) 네가 지금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잖아. 그런데 그게 정말 잘 되려면 포커스를 전부 다 둘 줄 알아야 해. 한 곳에 치우치면 다른 것들을 놓치게 되거든.
야노 : (아톰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모르겠다. 머리 잘라라! (일동 폭소) 농담이고. 상균(아톰 본명)이랑 방을 같이 써서 (내가) 만든 노래를 다 듣는단 말이야. 항상 그거에 대해 말해줘서 너무 고맙고, 내년에 상균이가 좋은 음악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P군, 상도, 낙타(왼쪽부터)
P군, 상도, 낙타(왼쪽부터)
Q. 2016년 탑독의 목표는.
P군 :
2016년엔 어떤 음악방송에서든 1위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제로 : 1위까지는 아니더라도 탑독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멤버 이름이나 이런 애들이구나, 정도만 알아주셨으면 한다.
멤버들 : 1위를 안 하면 알 수가 없어~ 어떻게 알아~
제로 : 아, 그런가? 그럼, 1위!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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