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박명호
박명호
그룹 허니패밀리 출신의 ‘박교주’, 박명호가 다시 한 번 비약한다.

박명호는 지난달 14일 새 싱글 앨범 ‘갓 오브 맘(God of Mom)’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엄마’는 박명호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님에게 바치는 가슴 절절한 전상서. 그는 “음악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잘못한 일들이 많다”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박명호는 이 노래가 가진 위로의 힘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진 듯 보였다.

“노래의 시작은 제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실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 쯤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잖아요. 그 슬픔을 담은 노래에요. 노래를 발표한 뒤, 많은 분들이 제 SNS에 댓글을 남겨주고 계세요. 모두 자신의 부모님과 관련된 얘기들이죠. 저 또한 일일이 답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노래에는 가수 장혜진과 소속사 식구 이스트라이브의 김준욱 군이 각각 엄마와 아들 역으로 내레이션을 맡았고, 소울 보컬 정인과 히트(Heet)가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김준욱 군은 13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기타 세션으로 곡에 참여하며 가능성을 알리기도 했다.

“이스트라이트는 데뷔를 준비 중인 보이밴드에요. 준욱 군을 비롯해 베이시스트 이승현 군과 드러머 이석철 군이 제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했습니다. 어린 친구들과는 계속 교류하고 있어요. 나중에 이 친구들이 데뷔를 하면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할 수도 있을 거고요. 아이들한테 저도 배워요. 농담 삼아 ‘앞으로는 너희가 하고 싶은 곡들이 히트곡이 될 거야. 그 때 나도 너희한테 끼워줘’라는 말도 하고요.(웃음) 일단은 소통을 중점으로 두고 작업 중이에요. 잘될지 안 될지는 회사에서 보는 거고, 저희는 그냥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박명호가 마이다스이엔티에 둥지를 틀게 된 데에는 소속사 사장이자 절친한 형님인 김창환의 공이 컸다. 당초 박명호는 신곡 ‘엄마’의 단순 유통만을 원했던 상황. 그런데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발생했고, 박명호는 김창환에게 해당 곡을 보내주며 도움을 요청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김창환 선생님께서 노래를 들어보시더니 너무 좋다고,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회사에 들어오게 됐죠. 와서는 앨범도 만들고 연습생 친구들도 가르치며 지내고 있어요. 나중에는 이 친구들에게 곡을 써줄 수도 있을 거고, 프로듀싱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김창환 선생님께서 오케이 하셔야 겠지만, 일단 이야기는 해놨어요.”
박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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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3년 만의 컴백. 그간 박명호는 굴곡진 길을 걸었다. 엔터테인먼트 사를 차리고 가수 문명진을 데뷔시키기도 했으나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황장애까지 찾아왔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죽을 뻔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새 앨범을 내고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지 못한 데에도 건강 문제가 큰 원인이 됐다.

“어머니를 추모하는 곡이자 세상 사람들의 슬픔을 담은 곡이니, 방송이나 프로모션을 하기가 좀 껄끄러웠어요. 그런데 김창환 선생님께서 이렇게 의미 있는 곡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줬으면 한다고 해서, 힘들어도 라디오 방송에도 나갔죠. 사실 회사에서는 계속 스케줄을 잡아주시는데, 정말 죄송하게도 제 건강 문제 때문에 못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당장 방송을 못한다고 해서 이 곡이 어디로 가 버리는 건 아니니까요. 나중에 건강이 괜찮아지면 그 때 라이브 무대에 서보려고 합니다.”

박명호는 국내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존재다. 과거 허니패밀리로 활동할 당시, 팬들은 그를 ‘교주님’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시했다. 허니패밀리를 거쳐 간 길과 개리와도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을 언급하는 박명호의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스쳐갔다. 그는 “허니패밀리를 할 때에는 나보고 ‘교주’라며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더니, 한 놈(길)은 달마 분장을 하고 있고 한 놈(개리)은 죽어라 달리고 있다”며 농담을 던졌다.

당시 허니패밀리는 한국어로 된 가사만 부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 “메이크 썸 노이즈(Make some noise)” 등의 호응 유도 문구를 “손 머리 위로” “모두 소리 질러”로 바꾼 것 역시 허니패밀리의 업적이다.

“후배들이 저를 리스펙(respect) 해주는 것도 바로 한국어 가사예요. 그 때 당시에는 한국어 랩이라는 게 아예 없었거든요. 이번 앨범도 대부분 한국어 가사로 쓰긴 했는데요, 영어도 조금씩 들어가 있어요. 이제는 영어를 써도 되죠. 요즘은 음악이 계속 발전하고 K팝이 전 세계적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한국어로만 가사를 써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어순이 정신없어서 랩이 외계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생각 없이 듣기엔 좋은데 의미를 담아서 듣기에는 좀 어렵죠. 제가 지드래곤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가사 때문이에요. 현란하지 않은 가사를 가지고도 그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재능이죠. 래퍼는 재능이 없으면 못해요. 지코나 도끼, 빈지노도 다들 잘 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어요.”
박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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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담아서 듣기엔 어렵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근의 힙합에는 철학이 실종되고 디스(disrespect)와 스웨그(swag)만이 남은 모양새다.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4’의 가사 논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어났다. 박명호는 “사실 나도 3년 전에 가사를 자극적으로, 저질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쓸 게 없으니까. 그런데 그 얘기를 김창환 선생님에게 했다가 죽도록 혼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스웨그는 나와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내가 하는 힙합은 메시지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곡을 15개 정도 만들어놨는데요, 김창환 선생님에게 모두 까였어요. 하하. 요즘 트렌드에 안 맞는다고요. 제 생각엔, 스웨그는 저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힙합은 메시지가 중심이거든요. 그래도 이번 노래는 다 잘 나온 것 같아요. 다음 주에 김창환 선생님에게 들려줘야 하는데, 에휴, 모르겠어요.(웃음)”

40대에 접어들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많아졌다. 그는 “다음 앨범에는 어머니를 향한 두 번째 편지가 담겨있다”고 귀띔하며 “그 노래 역시 무척 슬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마룬5 스타일의 콘셉트의 곡, 소원해진 관계를 이야기한 ‘해요’라는 곡 등이 김창환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박명호는 “이건 비밀인데 피처링 가수 중에 패밀리 동생들…있잖아, 그 개(개리)… 그 친구도 있다”고 말하며 개리의 참여를 암시하기도 했다.

“할 얘기는 2~30대 때보다 더 많아요. 어렸을 때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이 열리기 시작한 거죠. 사랑 얘기도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더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성적에 대한 욕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박명호는 “돈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냥 음악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향한 열망이 간절해질수록 순위에 대한 집착은 사라져 갔다.

“차트는 이미 후배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요. 비주류 음악을 한다는 게 그렇더라고요. 이건 얼마 전 들은 얘기인데, 다운로드 7만 건을 찍은 한 인디 밴드가 (음원 수익료)10만 원을 벌었대요. 이제 돈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렸어요. 명예 욕심도 없고요. 예전에는 멋있어지려고 하거나 ‘나는 갱스터야’라는 생각이 컸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단지 음악이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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