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윤종신
윤종신
여기 컴백을 앞둔 한 가수가 있다. 앨범 발매 시기가 결정되는 순간, 소속사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매일같이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각종 티저를 제작한다. 인터뷰, 쇼케이스, 기자간담회 등의 행사로 매체를 만나고 포털 사이트에는 ‘연습실 습격기’ ‘앨범 제작기’를 게재해야 한다. 그리고 대망의 앨범 발매일. 음원 릴리즈 한 시간 이내에 차트 순위로 성패가 가려진다. 수개월간의 투자가 단 한 시간에 결판나는 셈이다. 아, 허무한듸!

2010년의 어느 날, 윤종신은 회의했다. ‘이러려면 왜 앨범을 만들지?’ 그리고 그는 착각했다. ‘SNS 팔로워들이 내 재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윤종신은 진행 중이던 정규앨범 작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매달 신곡을 발매하고, SNS를 기반으로 간소화된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게 바로 월간 윤종신이다.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간소화된 사전 마케팅만으로도 벌써 6년 째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는 수준이 아니다. 구독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으며, 소설·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와의 콜라보레이션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 점입가경의 모양새다.

비결은 아카이빙(Archiving)에 있다. 쉽게 말해 ‘월간 윤종신’의 음원들이 장기간 쌓인 덕분이다. 지난 17일 열린 ‘2015 국제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윤종신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 가장 중요한 걸 터득하게 됐다. 내가 만들어놓은 아카이브를 뒤늦게 발견된다는 거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음악을 했더니 여기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유의미한 수익으로 이어졌다. ‘월간 윤종신’의 중간 탑승객들이 초창기 음원을 탐색하는 동안 윤종신의 통장에도 차곡차곡 음원 수익료가 쌓이기 시작했다. 윤종신은 “꾸준히 앨범을 냈더니 유튜브 누적 청자가 300만 명을 넘어가게 되고, 2년 전에 발매했던 음원이 지금의 나에게 수익을 올려다 주는 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90년대와 비슷한 모양새다. 지금이야 발매 당일의 차트 진입 순위가 앨범의 성패 여부를 단박에 갈라놓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새로 출시된 노래는 TV와 라디오, 그리고 입소문을 타며 천천히 전파됐고, 그만큼 질기게 생존했다. ‘월간 윤종신’은 그러한 과거의 궤도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월간 윤종신 매거진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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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윤종신’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순발력과 집중력이 바로 그것이다. 윤종신은 “10월 27일에 고(故) 신해철의 노래 ‘고백’을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오랜 기간 기획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당시 떠오른 생각을 바로 음원으로 릴리즈했던 것”이라며 “매 달 앨범을 발매하니, 그 달에 했던 생각을 그 달에 음악으로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명을 덜 받는 곡 역시 없어졌다. 많은 경우, 타이틀곡을 비롯해 2~3곡의 음원만이 빛을 보는 상황. 그러나 ‘월간 윤종신’은 매월 한 곡의 음원을 출시하고 한 달 내내 그 곡에 대해 이야기한다. 홀대 받는 곡이 없어지는 셈이다.

거대 자본과 막대한 물량이 투입된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궁여지책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월간 윤종신’은 상당한 수의 구독자를 운집시켰고 수익도 제법 올리고 있으며, 덕분에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가요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지는 못해도, 의미 있는 족적임에는 분명하다.

이제 윤종신은 또 다른 꿈을 꾼다. ‘월간 윤종신’의 공식 스폰서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수익모델로서의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면서 “그 저변에는 창작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 창작자의 생존 비책이 새로운 활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월간 윤종신’, 그 끝은 어디를 향해 갈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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