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조형우 : 긴장은 잘 안 하는 편이다. 미스틱 오픈런(이하 오픈런)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공연은 즐기면서 하는 편이고, 방송 활동을 하기 전에 공연 위주로 활동을 많이 하기도 했고. 음향 상태가 원하는 대로 잘 나올지 좀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데, 잘 조절해주겠지. 내가 자신감을 얻거나 피드백을 가장 크게 받았던 게 공연이라서, 공연은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한다.
Q. 앞선 두 번의 공연을 마치고 나서, 피부로 느껴지는 피드백이 있었나?
조형우 : 오늘 해봐야 알 것 같다. 첫 번째, 두 번째 공연에서 느꼈던 것과 오늘 느끼는 게 같을지 다를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또 오늘은 혼자서 어쿠스틱 편성으로 공연을 할 예정인데, 이 정도 길이로 어쿠스틱 공연을 꾸미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어쿠스틱 공연만의 느낌을 가져갈 수 있다면 나로서도 얻어가는 게 있을 것이다. 셋리스트도 좀 길다시피 짰고. 쉬운 길로 안 가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걸 해보려고 한다.
Q. 오픈런이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좋은 무대인 것 같다. ‘단독 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아무래도 모험을 하기가 어려워지니까.
조형우 : 그렇지. 단독 공연에서는 불렀던 노래 중에서 피드백이 가장 좋았던 곡을 골라야 하기도 하고, 타이틀곡은 원곡 그대로 불러야 하는 것도 있다. 무대가 크면 클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오픈런에서는 어디서도 안 해봤던 편곡을 시도해볼 수가 있다. 재밌다. 팬들도 그런 걸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듣고 싶은 걸 들려드리는 것도 좋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다. 앨범에서는 하지 않았던 걸 보여주는 일종의 시음회 느낌이다.
Q.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이하 멜포캠)에서 처음 당신의 무대를 봤다. 그 전에는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날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쳐 보이더라.
조형우 : 평소엔 감성적인 음악을 하지만,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할 때는 그때만의 에너지가 있다. 특히 멜포캠은 무대도 커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도 있었고, 셋리스트도 그 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짰다. 굉장히 재밌게 했다. 무대가 크고 좋을수록 에너지가 더 생긴다.
Q. 윤종신은 그런 당신을 보고 ‘똘끼’가 있다고 했지.
조형우 : 그 발언이 많이 언급되더라. 나에게 하나도 모 안 난 것 같은 이미지가 있나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사람 별로 없잖아(웃음). 나는 음악을 하고 있고 자유롭길 좋아하니까, 그 모습을 ‘똘끼’로 보신 것 같다. 사실 처음 매체에 비춰졌던 내 모습이 오디션 방송이었잖아. 그 때는 나이도 더 어렸고 제대한지 얼마 안 됐을 때라서 각도 잡혀 있었다. 방송 포맷에 적응을 잘 못하기도 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신도 느끼겠지만 나 역시 노는 것을 좋아한다(웃음). 요즘에는 방송이나 라이브 무대에서도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 좋다.
Q, 그 끼를 방송에서 다 못 보여줘서,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었다.
조형우 : 내 안에는 다양한 면이 많다. 그런데 뮤지션으로서 보여주는 이미지나 캐릭터가 예능을 하지 않는 이상, 복합적이기 힘들잖아. 내가 좋아하는 브릿 록 가수들, 예를 들어 데미안 라이스나 콜드 플레이는 굉장히 감성적이고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그들의 공연을 보면 유쾌한 사람들이거든. 그간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나 감성적인 노래 위주로 보여주다 보니, 또 음악 방송 포맷에 맞추다 보니 여러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면을 보여줄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Q. 또 하나 놀랐던 것은 보컬 실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뛰어난 보컬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면 청자에겐 오히려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잖아. 보컬을 편하게 풀어내는 과정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조형우 : 사실 나는 스스로가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 가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보컬리스트라기보다는 뮤지션의 느낌을 주고 싶다. ‘소름 돋는다’, ‘CD를 삼킨 것 같다’는 얘기보다는 나만의 느낌이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치고는 보컬 능력이 괜찮은 것 같아, 스스로 여러 시도를 많이 하기도 했다.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에는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혀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내 앨범은 장르 앨범으로, 일관성 있는 느낌으로 가져가는 편이다. 공연에서는 ‘얘가 이런 걸 하려고 하는구나’가 표현될 수가 있는데, 노래 한곡이나 예능프로그램 등에서도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정리하고 노력 중이다.
Q. 보컬 운용은 물론, 송라이팅을 할 때에도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 데에 있어서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조형우 : 굉장히 많다. 송라이팅을 할 때에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보컬리스트의 느낌이 거의 안 나는 곡이 많다. 그나마 편곡 과정을 거치면서 조율을 많이 한다. 밝게, 팝처럼 가게 되지. 회사와도 잘 맞는 것 같고 재밌는 작업도 많이 했다. 도움도 받는다.
Q. 지금은 좀 더 편안하게, 가볍게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단계인 건가?
조형우 : 그렇다. 지난달에 발매한 ‘흉터’ 외에도 미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최대한 자작곡을 많이 넣으려고 하고 있다. 나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떤 곡엔 편곡에만 참여하기도 하고. 작사에만 참여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들이 들을 수 있는 넘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걸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사실 쉽지만은 않더라.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앨범이기도 하고. 시간이 좀 걸리고 있는데, 성장과정인 것 같다.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Q. 아예 감성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가는 건 어떤가? 굉장한 차별점을 가지게 될 텐데.
조형우 : 아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갈 생각도 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앨범을 다섯 장은 더 내야 할 것 같다(웃음). 최대한 잘 섞으려고 한다. 이를 테면, 타이틀만 좀 더 라이트하게 간다던지. 사실 타이틀곡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골라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방송도 생각해야 하고 어떤 통로로 인사드릴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고려할 사항이 많은데, 이런 고민 과정 역시 재밌다.
Q. 신곡 얘기를 좀 해보자. ‘흉터’라는 곡이지? 미스틱의 윤종신, 에이팝의 조영철, 훌륭한 제작자들이 회사에 있는데 외부에서 곡을 받았다.
조형우 : KZ 작곡가에게 받은 노래다. 그 분이 조영철과 작업을 많이 했던 분이다. 전에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선배님과 함께 한 ‘브런치(Brunch)’ 앨범 수록곡을 함께 작업했던 적이 있다.
Q. ‘흉터’에서 당신은 후렴구만 불렀다. 분량에 대한 불만은 없었나? 심지어 피처링 가수인 치타는 랩도 하고 노래도 하던데.
조형우 : 치타의 노래 파트도 처음에는 나 혼자 하려다가 그 분이 워낙 노래를 잘해서 넣게 됐다. 그런 생각은 했지. ‘이게 치타 노래야, 조형우 노래야?’(웃음). 그렇지만 ‘흉터’는 그게 매력적인 거 같기는 하다. 노래가 있고 브릿지에 랩이 나오는 것 보다는, 노래가 후렴구에서 게 힙합노래로서는 더 매력적이고 아이덴티티도 더 확실한 것 같았다. 싱글앨범이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게 편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녹음할 때 내 파트가 짧아서 좋았다. A파트까지 불렀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하하.
Q. 평소 녹음은 빨리 끝내는 편인가? 아니면 세심하게 가나?
조형우 : 누구와 함께 하냐에 따라 다르다. 내 곡을 할 때는 빨리 하는 편이다. 심지어 조정치 형이랑 녹음할 때, 세 번 만에 끝낸 적도 있다. 미스틱에서 역대급으로 빨리 끝난 녹음이라더라. 지고릴라, 이민수 작곡가와 할 때는 3번이 아니라 3일 만에 끝난다면 다행일 정도다. 글자 하나를 세 개로 쪼개 부른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디테일하다.
Q. 회사에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재밌는 일도 많겠다.
조형우 : 개성들이 다들 다르다보니까 서로의 음악 색깔,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즉각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재밌다. 우리는 밖으로 보이는 모습도 보지만, 내부자로서 아는 것도 있잖아. 그러다 보니 ‘얘는 이런 음악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식의 얘기가 바로바로 잘 통한다. 재밌다.
Q. 당신과 에디킴에게는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스스로 곡을 쓰면서, 보컬로서의 능력 또한 상당하다. 경쟁심이 생기지는 않나?
조형우 : 처음에는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송라이팅을 하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가수가 내 나이 또래에 의외로 많지 않더라. 게다가 같은 회사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가 안에서 느끼기도 하고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 게, 음악적인 루트가 은근히 다르다는 거다. 크게 보자면 흑인음악과 포크로 갈리는 느낌? 그래서 재밌게 자극을 많이 받기도 한다. 나 역시 에디킴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거든. 평소에 서로 편안하게 음악적인 조언도 하고, 잡담도 많이 한다.
Q. 며칠 전이 솔로 데뷔 1주년이었다고 들었다.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나?
조형우 : 너무 빨리 지나가서 놀랄 정도였다. 팬들은 시간이 TV에도 좀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하기도 하는데, 나는 스스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불안하지 않았다. 다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보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지금은 타이밍을 보고 있다. ‘지금 나는 최고로 잘하고 있어’라기 보다는 ‘언제 치고 나가지?’ 생각하는 단계인 것 같다. 팬들은 이런 생각을 잘 모르시니까 ‘그래서 대체 언제 나온다는 거냐’고 궁금해 하실 거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힘들게 생각했던 것들이 편해지는 단계에 있다. 공연이나 방송에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 정리를 해가며 조금씩 잡아나가고 있었다. 아마 올해 말 내년 초 쯤에는 더 정리가 되지 않을까. 꾸준히 갈 생각이다.
Q. 1년 동안 이뤄 낸 것 중에 가장 뿌듯한 걸 꼽아본다면 무엇일까?
조형우 : 공연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 스태프나 팬들에게 항상 반응을 물어보고 피드백을 얻는다. 공연에는 나를 모르고 온 사람도 있을 테고, 다른 가수를 보러 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조형우 몰랐는데 공연 잘하더라’는 얘기가 들리면 제일 기분이 좋더라. 기존에 나를 아는 사람들도 물론 감사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 역시 감사하다. 그런 쪽으로는 나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나중에 재밌는 기회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게 되면, 그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Q. 그간 다져놓은 게 있으니,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거지?
조형우 : 그렇다. 기본적으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공연과 라이브다. 내 느낌을 끌어나가는 데 있어서 가닥이 좀 더 잡힌 것 같다. 한 때 굉장히 안 되던 때도 있었거든.
Q. 언제였나?
조형우 : 방송을 시작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 원래 나는 공연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방송에 나가다 보니 울렁증 아닌 울렁증이 있었다. 막상 관객들은 못 느끼는데, 나 혼자 ‘이건 내 느낌이 아닌데’ 생각했지. 공연을 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구나’ 감이 잡힌다.
또, 내가 처음 인지도를 쌓은 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잖아. 그걸 어디서 풀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음악적도 그렇고, 무대에 올라갔을 때도 ‘나는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인 것 같다. 이럴 때 방송 포맷에도 적응을 해 나가기 시작해야지.
Q. 하기야, 음악 방송에서 허락된 시간은 고작해야 3~4분 정도로 매우 짧으니,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는 적응이 잘 안 됐겠다.
조형우 : (방송 시간이)너무 짧긴 하다. 3~4분 정도가 아니라, 노래를 2분 50초로 만들어 가도 2분 30초로 잘라서 나가는 경우가 신인들에게는 많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 적응을 해나가야 한다. 워낙 노출 통로가 많아졌으니. 나를 보여주는 과정에 있어서도 연구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물론 환경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환경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가만히 앉아서 환경을 탓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환경을 바꾸려면, 맨 위에 올라가서 바꿔야겠지. 탓만 한다면 결국 사라지는 사람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악하고 내가 원하는 포맷이 아닐지언정, 나름대로 적응을 해나가야 하는 것 같다.
Q. 앞으로 1년 동안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조형우 : 다양한 방면으로 다가가서 ‘얘는 이 노래’같은 곡이 하나 정도는 나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10대에서 30대까지의 팬들에게는 조형우가 어떤 뮤지션인지 뇌리에 각인 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민도 많이 할 거고, 회사도 많이 도와줄 것 같다.
Q. 어떤 뮤지션으로 각인되고 싶은지 확립이 된 건가?
조형우 : 그런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음악으로 오래가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돌아봤을 때 ‘그 때 이런 노래 들었었지’라고 생각될 수 있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조형우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MBC ‘위대한 탄생’ 당시에는 착하고 올바른 ‘교회 오빠’ 이미지를 보여주더니, ‘아는 남자’에서는 도발적인 이야기를 건넸다. 음악 방송에서는 감성 발라더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가도,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을 휘어잡았다.Q.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는데, 별로 긴장한 것 같지 않다.
지난 21일 홍대 브이홀에서 열린 미스틱 오픈런 공연은 조형우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하기에 제격인 자리였다. 지난해 발표한 ‘레인 온 미(Rain Me)’의 테마 연주곡을 들려줄 때는 감성적인 싱어송라이터의 면모가 돋보였고, 피아노 버전으로 꾸민 ‘아는 남자’에서는 과감한 시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관객에게 100원을 선물하면서 “요즘 화폐가치가 떨어져서 큰일이다”고 말하는 등 4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하자면, 조형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뮤지션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년간의 치열한 고민이 숨어있었다.
조형우 : 긴장은 잘 안 하는 편이다. 미스틱 오픈런(이하 오픈런)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공연은 즐기면서 하는 편이고, 방송 활동을 하기 전에 공연 위주로 활동을 많이 하기도 했고. 음향 상태가 원하는 대로 잘 나올지 좀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데, 잘 조절해주겠지. 내가 자신감을 얻거나 피드백을 가장 크게 받았던 게 공연이라서, 공연은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한다.
Q. 앞선 두 번의 공연을 마치고 나서, 피부로 느껴지는 피드백이 있었나?
조형우 : 오늘 해봐야 알 것 같다. 첫 번째, 두 번째 공연에서 느꼈던 것과 오늘 느끼는 게 같을지 다를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또 오늘은 혼자서 어쿠스틱 편성으로 공연을 할 예정인데, 이 정도 길이로 어쿠스틱 공연을 꾸미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어쿠스틱 공연만의 느낌을 가져갈 수 있다면 나로서도 얻어가는 게 있을 것이다. 셋리스트도 좀 길다시피 짰고. 쉬운 길로 안 가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걸 해보려고 한다.
Q. 오픈런이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좋은 무대인 것 같다. ‘단독 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아무래도 모험을 하기가 어려워지니까.
조형우 : 그렇지. 단독 공연에서는 불렀던 노래 중에서 피드백이 가장 좋았던 곡을 골라야 하기도 하고, 타이틀곡은 원곡 그대로 불러야 하는 것도 있다. 무대가 크면 클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오픈런에서는 어디서도 안 해봤던 편곡을 시도해볼 수가 있다. 재밌다. 팬들도 그런 걸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듣고 싶은 걸 들려드리는 것도 좋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다. 앨범에서는 하지 않았던 걸 보여주는 일종의 시음회 느낌이다.
Q.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이하 멜포캠)에서 처음 당신의 무대를 봤다. 그 전에는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날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쳐 보이더라.
조형우 : 평소엔 감성적인 음악을 하지만,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할 때는 그때만의 에너지가 있다. 특히 멜포캠은 무대도 커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도 있었고, 셋리스트도 그 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짰다. 굉장히 재밌게 했다. 무대가 크고 좋을수록 에너지가 더 생긴다.
Q. 윤종신은 그런 당신을 보고 ‘똘끼’가 있다고 했지.
조형우 : 그 발언이 많이 언급되더라. 나에게 하나도 모 안 난 것 같은 이미지가 있나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사람 별로 없잖아(웃음). 나는 음악을 하고 있고 자유롭길 좋아하니까, 그 모습을 ‘똘끼’로 보신 것 같다. 사실 처음 매체에 비춰졌던 내 모습이 오디션 방송이었잖아. 그 때는 나이도 더 어렸고 제대한지 얼마 안 됐을 때라서 각도 잡혀 있었다. 방송 포맷에 적응을 잘 못하기도 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신도 느끼겠지만 나 역시 노는 것을 좋아한다(웃음). 요즘에는 방송이나 라이브 무대에서도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 좋다.
Q, 그 끼를 방송에서 다 못 보여줘서,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었다.
조형우 : 내 안에는 다양한 면이 많다. 그런데 뮤지션으로서 보여주는 이미지나 캐릭터가 예능을 하지 않는 이상, 복합적이기 힘들잖아. 내가 좋아하는 브릿 록 가수들, 예를 들어 데미안 라이스나 콜드 플레이는 굉장히 감성적이고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그들의 공연을 보면 유쾌한 사람들이거든. 그간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나 감성적인 노래 위주로 보여주다 보니, 또 음악 방송 포맷에 맞추다 보니 여러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면을 보여줄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Q. 또 하나 놀랐던 것은 보컬 실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뛰어난 보컬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면 청자에겐 오히려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잖아. 보컬을 편하게 풀어내는 과정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조형우 : 사실 나는 스스로가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 가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보컬리스트라기보다는 뮤지션의 느낌을 주고 싶다. ‘소름 돋는다’, ‘CD를 삼킨 것 같다’는 얘기보다는 나만의 느낌이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치고는 보컬 능력이 괜찮은 것 같아, 스스로 여러 시도를 많이 하기도 했다.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에는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혀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내 앨범은 장르 앨범으로, 일관성 있는 느낌으로 가져가는 편이다. 공연에서는 ‘얘가 이런 걸 하려고 하는구나’가 표현될 수가 있는데, 노래 한곡이나 예능프로그램 등에서도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정리하고 노력 중이다.
Q. 보컬 운용은 물론, 송라이팅을 할 때에도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 데에 있어서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조형우 : 굉장히 많다. 송라이팅을 할 때에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보컬리스트의 느낌이 거의 안 나는 곡이 많다. 그나마 편곡 과정을 거치면서 조율을 많이 한다. 밝게, 팝처럼 가게 되지. 회사와도 잘 맞는 것 같고 재밌는 작업도 많이 했다. 도움도 받는다.
Q. 지금은 좀 더 편안하게, 가볍게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단계인 건가?
조형우 : 그렇다. 지난달에 발매한 ‘흉터’ 외에도 미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최대한 자작곡을 많이 넣으려고 하고 있다. 나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떤 곡엔 편곡에만 참여하기도 하고. 작사에만 참여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들이 들을 수 있는 넘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걸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사실 쉽지만은 않더라.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앨범이기도 하고. 시간이 좀 걸리고 있는데, 성장과정인 것 같다.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Q. 아예 감성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가는 건 어떤가? 굉장한 차별점을 가지게 될 텐데.
조형우 : 아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갈 생각도 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앨범을 다섯 장은 더 내야 할 것 같다(웃음). 최대한 잘 섞으려고 한다. 이를 테면, 타이틀만 좀 더 라이트하게 간다던지. 사실 타이틀곡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골라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방송도 생각해야 하고 어떤 통로로 인사드릴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고려할 사항이 많은데, 이런 고민 과정 역시 재밌다.
Q. 신곡 얘기를 좀 해보자. ‘흉터’라는 곡이지? 미스틱의 윤종신, 에이팝의 조영철, 훌륭한 제작자들이 회사에 있는데 외부에서 곡을 받았다.
조형우 : KZ 작곡가에게 받은 노래다. 그 분이 조영철과 작업을 많이 했던 분이다. 전에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선배님과 함께 한 ‘브런치(Brunch)’ 앨범 수록곡을 함께 작업했던 적이 있다.
Q. ‘흉터’에서 당신은 후렴구만 불렀다. 분량에 대한 불만은 없었나? 심지어 피처링 가수인 치타는 랩도 하고 노래도 하던데.
조형우 : 치타의 노래 파트도 처음에는 나 혼자 하려다가 그 분이 워낙 노래를 잘해서 넣게 됐다. 그런 생각은 했지. ‘이게 치타 노래야, 조형우 노래야?’(웃음). 그렇지만 ‘흉터’는 그게 매력적인 거 같기는 하다. 노래가 있고 브릿지에 랩이 나오는 것 보다는, 노래가 후렴구에서 게 힙합노래로서는 더 매력적이고 아이덴티티도 더 확실한 것 같았다. 싱글앨범이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게 편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녹음할 때 내 파트가 짧아서 좋았다. A파트까지 불렀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하하.
Q. 평소 녹음은 빨리 끝내는 편인가? 아니면 세심하게 가나?
조형우 : 누구와 함께 하냐에 따라 다르다. 내 곡을 할 때는 빨리 하는 편이다. 심지어 조정치 형이랑 녹음할 때, 세 번 만에 끝낸 적도 있다. 미스틱에서 역대급으로 빨리 끝난 녹음이라더라. 지고릴라, 이민수 작곡가와 할 때는 3번이 아니라 3일 만에 끝난다면 다행일 정도다. 글자 하나를 세 개로 쪼개 부른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디테일하다.
Q. 회사에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재밌는 일도 많겠다.
조형우 : 개성들이 다들 다르다보니까 서로의 음악 색깔,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즉각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재밌다. 우리는 밖으로 보이는 모습도 보지만, 내부자로서 아는 것도 있잖아. 그러다 보니 ‘얘는 이런 음악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식의 얘기가 바로바로 잘 통한다. 재밌다.
Q. 당신과 에디킴에게는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스스로 곡을 쓰면서, 보컬로서의 능력 또한 상당하다. 경쟁심이 생기지는 않나?
조형우 : 처음에는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송라이팅을 하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가수가 내 나이 또래에 의외로 많지 않더라. 게다가 같은 회사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가 안에서 느끼기도 하고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 게, 음악적인 루트가 은근히 다르다는 거다. 크게 보자면 흑인음악과 포크로 갈리는 느낌? 그래서 재밌게 자극을 많이 받기도 한다. 나 역시 에디킴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거든. 평소에 서로 편안하게 음악적인 조언도 하고, 잡담도 많이 한다.
Q. 며칠 전이 솔로 데뷔 1주년이었다고 들었다.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나?
조형우 : 너무 빨리 지나가서 놀랄 정도였다. 팬들은 시간이 TV에도 좀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하기도 하는데, 나는 스스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불안하지 않았다. 다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보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지금은 타이밍을 보고 있다. ‘지금 나는 최고로 잘하고 있어’라기 보다는 ‘언제 치고 나가지?’ 생각하는 단계인 것 같다. 팬들은 이런 생각을 잘 모르시니까 ‘그래서 대체 언제 나온다는 거냐’고 궁금해 하실 거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힘들게 생각했던 것들이 편해지는 단계에 있다. 공연이나 방송에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 정리를 해가며 조금씩 잡아나가고 있었다. 아마 올해 말 내년 초 쯤에는 더 정리가 되지 않을까. 꾸준히 갈 생각이다.
Q. 1년 동안 이뤄 낸 것 중에 가장 뿌듯한 걸 꼽아본다면 무엇일까?
조형우 : 공연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 스태프나 팬들에게 항상 반응을 물어보고 피드백을 얻는다. 공연에는 나를 모르고 온 사람도 있을 테고, 다른 가수를 보러 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조형우 몰랐는데 공연 잘하더라’는 얘기가 들리면 제일 기분이 좋더라. 기존에 나를 아는 사람들도 물론 감사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 역시 감사하다. 그런 쪽으로는 나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나중에 재밌는 기회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게 되면, 그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Q. 그간 다져놓은 게 있으니,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거지?
조형우 : 그렇다. 기본적으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공연과 라이브다. 내 느낌을 끌어나가는 데 있어서 가닥이 좀 더 잡힌 것 같다. 한 때 굉장히 안 되던 때도 있었거든.
Q. 언제였나?
조형우 : 방송을 시작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 원래 나는 공연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방송에 나가다 보니 울렁증 아닌 울렁증이 있었다. 막상 관객들은 못 느끼는데, 나 혼자 ‘이건 내 느낌이 아닌데’ 생각했지. 공연을 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구나’ 감이 잡힌다.
또, 내가 처음 인지도를 쌓은 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잖아. 그걸 어디서 풀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음악적도 그렇고, 무대에 올라갔을 때도 ‘나는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인 것 같다. 이럴 때 방송 포맷에도 적응을 해 나가기 시작해야지.
Q. 하기야, 음악 방송에서 허락된 시간은 고작해야 3~4분 정도로 매우 짧으니,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는 적응이 잘 안 됐겠다.
조형우 : (방송 시간이)너무 짧긴 하다. 3~4분 정도가 아니라, 노래를 2분 50초로 만들어 가도 2분 30초로 잘라서 나가는 경우가 신인들에게는 많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 적응을 해나가야 한다. 워낙 노출 통로가 많아졌으니. 나를 보여주는 과정에 있어서도 연구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물론 환경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환경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가만히 앉아서 환경을 탓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환경을 바꾸려면, 맨 위에 올라가서 바꿔야겠지. 탓만 한다면 결국 사라지는 사람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악하고 내가 원하는 포맷이 아닐지언정, 나름대로 적응을 해나가야 하는 것 같다.
Q. 앞으로 1년 동안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조형우 : 다양한 방면으로 다가가서 ‘얘는 이 노래’같은 곡이 하나 정도는 나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10대에서 30대까지의 팬들에게는 조형우가 어떤 뮤지션인지 뇌리에 각인 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민도 많이 할 거고, 회사도 많이 도와줄 것 같다.
Q. 어떤 뮤지션으로 각인되고 싶은지 확립이 된 건가?
조형우 : 그런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음악으로 오래가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돌아봤을 때 ‘그 때 이런 노래 들었었지’라고 생각될 수 있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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