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택시 포스터
택시 포스터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될 아주 특별한 로드-멘터리가 온다.

제5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어 올해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택시’가 오는 11월 국내 개봉을 확정, 메인 포스터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 오는 10월 1일 개막하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돼 관객과의 첫 만남을 알린다.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있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완성된 ‘택시’는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어 20년간 영화 제작이 금지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테헤란 시내에서 직접 노란색 택시를 몰고 다니며 승객들과 함께한 일상을 촬영한 로드-멘터리이다.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택시 드라이버로 변신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요금 계기판 티슈박스에 감춰둔 작은 블랙 매직 카메라를 통해 차례로 만나게 될 다양한 성별, 연령, 직업을 가진 승객들의 모습이 귀여운 일러스트로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이번 영화를 통해 ‘이란의 우디앨런’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은 자파르 파나히 스타일의 위트와 재미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며 궁금증을 높인다.

또 한 명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 조연출이었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995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시나리오를 작업한 첫 장편 ‘하얀 풍선’을 연출, 이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이후 1997년 ‘거울’로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2000년 ‘써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더불어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가 인정한 명감독으로 거듭났다. 2003년에는 ‘붉은 황금’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시카고국제영화제 골든휴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오프사이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부정선거로 당선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퇴진 시위 과정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체포되어 칸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됐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칸영화제 기간 동안 그의 의자는 빈자리로 남아 있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응원과 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20년간의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집필 금지, 해외 출국 금지, 언론과의 인터뷰 금지라는 중형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1년, 모지타바 미르타마숩 감독과 공동 연출한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를 발표해 그 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황금마차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연이어 2013년에는 캄보지아 파르토비 감독과 더불어 ‘닫힌 커튼’을 연출했고, 이 역시 그 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나는 영화감독이다. 영화를 연출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화는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자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나를 방해할 수 없기에 나를 궁지에 모는 모든 강압에도 불구하고 창작에 대한 필요성은 더 간절해진다”며 한결 같은 창작의 자유를 외치는 그가 2010년 이후 외부 공간에서 단독으로 연출한 첫 작품 ‘택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비평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블랙스완’ ‘노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에게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예술혼을 잃지 않고 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이지도 않은 채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를 만들어냈다. ‘택시’는 그의 예술, 공동체, 조국, 관객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는 극찬을 얻으며, 황금곰상을 거머쥐었다.

출국 금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 대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린 조카 하나 사에이디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물론 영화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세계 3대 영화제가 극찬한 이 시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벌써부터 예비 관객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택시’는 국내 개봉에 앞서 오는 10월 1일 개막하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돼 처음으로 공개된다. 오는 10월 5일, 7일, 9일 총 4회에 걸쳐 상영을 확정지었고, 오는 24일 오후 2시 일반 상영작 예매 오픈과 더불어 영화 팬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택시’ 메인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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