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사진. 구혜정
사진. 구혜정
다재다능하다. 끼와 재능을 갖춘 것에, 노력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다. 런웨이를 빛내는 탑모델 넷이 뭉쳤다. 에스팀 소속의 김진경, 정호연, 진정선, 황세온(*나열은 가나다순)이 액세서리 브랜드 ‘롤링햄버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나선 것이다. 브랜드의 콘셉트를 잡는 것부터, 아이템 선정, 디자인 기획, 시장 조사까지, 모든 과정에 꼼꼼히 참여해 자신들의 취향을 담아냈다. 전혀 매치가 되지 않을 것 같던 ‘롤러(Roller)’와 ‘햄버거(Hamburger)’의 이미지를 결합해 ‘롤링햄버거(Rolling Hamburger)’라는 하나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완성해낸 것처럼, 이들 넷 역시 서로 다른 성격과 매력으로 어우러진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네 사람에게 ‘일’과 ‘취향’에 대해 물었다.

Q. 각자 너무 바빠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네 명이다. 서로 꽤 친하다고 알고 있는데, 성격은 좀 비슷한가?
진정선: 내가 방방 뜨면 세온 언니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정리를 해준다.
황세온: 정선이는 언니들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다. (웃음) 톡톡 튀는 비타민이다.
정호연: 정선이가 말만 그렇지, 알고 보면 속이 깊다. 자기가 그런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밖에서 일할 땐 더 하이(High)하게 에너지를 끌어 내려고 한다. 세온이는 캄(Calm)하다. 조용조용. 하지만 강단이 있지. 진경이는 겉으로는 밝고, 어린 나이에 비해 야무지게 보이니 다들 ‘되게 잘하네’ 이러시지만 알고 보면 주위 사람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고 연두부 같은 친구다. 우리, 전부 다 다르다. 나는… 좀 예민한 편. 그 예민함이 속으로 그러는 거라 밖으로는 잘 티가 나진 않는다. 모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예민함을 갖고 살 수밖에 없는데 옆에서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Q. 마음 맞는 네 명이 이번에 ‘롤링햄버거’라는 액세서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다.
진정선 : (자신이 하고 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이 목걸이다! 헤헤. 귀엽지 않나?
황세온 : 이게 끈을 계속 바꿔서 쓸 수 있다. 캐릭터도 열 가지나 된다.

Q.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어떤 것들을 한 건가.
정호연 :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잡는 것부터 해서 모든 과정에 다 참여했다.
진정선 : 팔찌, 반지, 다양한 아이템이 나왔는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우리 또래의 친구들이 어떤 액세서리를 했을 때 기분 좋게 착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목걸이로 확정!
정호연 : 처음엔 심볼을 하나 제작해서 그 심볼이 들어간 팔찌, 반지, 이런 식으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것들이 많더라. 브랜드 명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으니깐. 처음엔 다들 즐겁게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했는데 점점… 아니, 이름이 다 있는 거다. 나중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말하고 그랬다. (김진경 : (흐느끼며 웃는 중) 하트 비트(Heart Beat). 큭큭.) 스카이 블루(Sky Blue), 이런 것도. 디자인 같은 경우엔 우리들이 좋아하는 사진을 찾아서 그걸 디자인 도안으로 만들었다. 시장 조사도 나갔었고.
김진경 : 아, 빨리 많은 곳에 다 걸렸으면 좋겠다!
정호연 : 그것도 그런데, 완성도 있게 나와서 그거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회사 이름을 걸고 나오는 브랜드인데 ‘이게 뭐야’ ‘너희 넷이 모여서 기껏 만든 게 이거야?’라는 반응이 나오면 안 되는 거잖아.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작업이었는데, 결과물이 좋아서 다행이다. 지인들 반응은 일단 다 좋다.

김진경, 정호연, 황세온, 진정선(왼쪽부터)
김진경, 정호연, 황세온, 진정선(왼쪽부터)
Q. 이번 기회처럼 모델 외적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을까. 각자 말해본다면.
김진경 : 운동 쪽 관련 일을 해보고 싶었다. 피겨를 너무 좋아했다. 비싸서 그만뒀지만…하하.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나 정말 재능 있었다! 지금은 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젠 너무 커서 날지 못한다. 하하. 그리고 요새 ‘옐로우(Yellow)’라는 웹 드라마를 찍고 있다. (정호연 : 진경이가 주연이다!) 루저였다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깨고 성장하는 모델 얘기. (농담조로) 방송되는 날에 맞춰서 비행기 티켓 예약 좀 해야겠다. 하하하. 내가 연기를 할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을 뿐더러,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좀 무서웠다. 이번 기회에 갑작스럽게 하게 돼서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막상 해보니 새로운 분야라 ‘어, 재미있네’ 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래도 아직 처음이니 부끄러운 것도 많다.
정호연 : (진경이가) 생각보다 잘한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진경이가 연기를?’이란 생각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그랬고. 왜냐하면 얘가 그렇게 활달한 성격이거나 눈에 띄게 에너지 넘치는 쪽은 또 아니라서. 그래서 되게 의아한 마음이 있었는데, 내가 그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해서 진경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잘하더라. 얘가 또 뭔가를 하면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잘하거든.

Q. 기대하겠다. (웃음) 다른 사람들은 모델 말고 더 하고 싶은 게 뭔가.
정호연 : 사실, 난 뭔가 하나를 해도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요즘은 모델이 모델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 하는 게 나에게도 플러스가 되고 대중들도 그걸 더 좋게 봐주는 시대잖아. 물론 나도 나중엔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지. 그런데 지금은 모델로서 해외에 나가서 전문성을 조금 더 기르고 난 뒤에 또 다른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그게 연기가 됐든, 방송이 됐든. 어떤 한 가지를 제대로 해놓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면 내가 그동안 노력해온 5년이란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여기에서 단단하게 다지고 난 뒤 다음으로 넘어가면 쌓아온 것에 더 얹을 수 있으니깐. (김진경 : 언니가 디렉터의 자질도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 것만 생각하는데, 언니는 전체 그림을 보는 편이다.) 우리 네 명이 있으면, 롤이 정해져 있다. 여행을 가든 뭘 하든, 난 항상 큰 계획을 잡는다. (김진경 : 각자 부분부분을 맡는다. 내가 맛집, 세온 언니는 볼거리 이런 식으로.) 그런데 결국 길도 내가 다 찾는다. (웃음) 우리가 다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롤링햄버거’도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던 거 같다.

Q. 얼마 전 KBS2 ‘드라마 스페셜-알젠타를 찾아서’에서 세온이 연기한 걸 봤다.
황세온 : 아, 보셨나? (웃음) 연기는 계속 생각 중이다. 모델 일도 처음부터 ‘모델을 해야 해!’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게 아니었던 것처럼 연기도 ‘연기로 가야 해!’ 이런 건 아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다 도전하고 있다. 모델로서의 아이덴티티는 가지고 가면서 폭을 넓혀가고 있는 거다.

Q. 정선은 어떤가?
진정선 : 연기 수업을 받고 있긴 하다. 시트콤 같은 건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 ‘연기를 해야지!’ 이런 거라기보다는 모델 일을 할 때도 연기 수업을 받아 놓으면 도움이 많이 되니깐 그러고 있다. 그런데 또, 기회가 된다면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배우고는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으려면 준비를 해 놔야지. 그리고 항상 얘기하는데, 라디오 DJ는 꼭 해보고 싶다. 예전에 (장)윤주 언니가 진행하는 라디오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에 두 번 정도 나갔었는데, 신세계를 경험했다. 와… 얼굴도 한 번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그들로 인해 내가 힘을 받고… 그런 것 자체가 너무 멋있더라. 그리고 또 워낙 내가 말하는 걸 좋아해서 잘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웃음) 기회가 된다면 너무너무 해보고 싶다.

Q. 그럼 DJ가 됐다고 생각하고 옆에 있는 세온을 소개해 봐라.
(일동 폭소)
진정선 : 너무 오그라들지 않나! 하하. 친구들한테 장난으로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진정선의 라디오~” 뭐 이런 거 녹음해서 보내긴 하는데 여기서는. (웃음) 요새는 또 보이는 라디오가 많으니깐 그런 거 보면서 내가 직접 질문도 해보고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답을 해야되는지 멈춰서 답도 해본다. 어느 시간대든 상관없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밤을 새워서 하더라도 할 수 있다. 하하.

활기찬 에너지가 돋보였던 모델 4인방
활기찬 에너지가 돋보였던 모델 4인방
Q. 다들 20대 초반이다. 30대엔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진정선 : 우선 땅을 사서 가족끼리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 그리고 그때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모델 일도 조금씩 하고 있을 거 같고. 자연과 어우러지며 가족들과 살고 있을 거 같다.
황세온 : 나이가 들었을 때 뉴질랜드에서 평온하게 살고 싶다는 꿈은 있다. 그런데 그게 30대에 할 일은 아니잖아. 30대는 여자로서 한창 필 나이고, 바쁘게 일할 때니깐. 그런데 30대가 되려면 아직 8년이라는 세월이 더 남았는데. 하하.
김진경 : 난 막대한 꿈이 있다! 내가 열여섯에 일을 시작했으니깐 30대면 거의 15년 정도 일을 한 거지 않나. 그때 되면 난 엄청 놀 거다. 푸하하.
정호연: (진경 바라보며) 누누이 말하지만 지금 놀아. (웃음)
김진경 : 30대가 되면 그동안 여행 다녔던 곳 중 제일 좋았던 나라에서 자리를 잡아 거기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완전 다른 삶! 그러다가도 이 세계가 그리워 다시 돌아올 거 같긴 하지만.
정호연 : 그때도 일하고 있겠지. 그게 모델 일이 될지 다른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 내 입으로 하기엔 좀 웃길 수 있는데, 내가 일복이 좀 많다. 모델을 계속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뭔가 다른 걸 배우거나 하고 있겠지. 모델로서의 어떤 큰 틀은 있지만, 인생의 꼭짓점을 정해놓곤 살지 않거든. 내가 꼭짓점을 정해놔도 항상 그게 바뀌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일찍부터 시작해서 그렇지, 사실 일 적인 면 외엔 다 그 나잇대의 애들이다. 어리다. 그래서 아마 매번 뭘 하고 싶은지 뭘 하게 될지 바뀔 거 같다.
김진경 : 나 방금 생각났는데, 내가 스물여섯일 때 “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물었는데, “10년이요” 라고 대답하면. 우와.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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