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예뻤다
MBC ‘그녀는 예뻤다’ 2회 2015년 9월 17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김라라(황석정)는 첫 출근한 지성준(박서준)을 부편집장으로 맞아들이며 회사의 내력과 자신이 ‘낙하산’임을 얘기한다.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염려되고 일 못한다고 수난을 당하는 등, 사무실에서 성준 보기가 괴로운 김혜진(황정음)은 사표를 써서 제출했다가 오기가 생겨 사표를 찢는다. 성준은 혜진과 민하리(고준희)의 연합작전으로 영국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김혜진’을, 우연히 호텔에서 마주치자 반가워한다.

리뷰
김혜진이라는 이름은 하도 반복되어 이제 하나의 코드 내지는 암호 같다. 그런데 사무실을 온통 종횡무진하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진짜 김혜진’은 아직도 현실 속 인물 같지는 않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현재로서는 그녀를 설명하는 요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정체성 그 자체다. 예뻤다가 외모가 ‘역변’했다는 것 외에, 현재의 김혜진이 갖춘 매력은 무엇인가.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황정음 혼자 슬랩스틱 코미디를 열심히 소화한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는 김혜진을 현실의 인물로 서게 하는 게 급선무다.

혜진의 꿈에 나온 성준은 “그 꼴이 됐으면 끝까지 숨어 있었어야지. 그게 예의야”라고 막막을 하는데, 사실 이 정도의 심한 말은 듣기 거북하다. 둘이 곧 그리고 반드시 연애를 하고야 말 거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과정을 믿기에, 상사로서의 인격모독이나 언어폭력을 심하게 쓰고 있다. 나중에 아무리 달달한 사이가 될지라도, 지금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언어폭력들은 시청자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나중에 혜진이 환골탈태해서 다시 예뻐진다고 해도 이 모욕의 대사들은 남는다. 현재로서는 모든 청년취업자들에 대한 ‘갑’들의 비웃음이나 진배없이 보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더 문제는 아무리 심한 말로 ‘조롱’해도 그것이 웃음 코드로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논다는 점이다.

더 이상 구멍 난 양말처럼 살기 싫다며 사직서를 내는 혜진의 심리를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100번 이력서를 쓰고 겨우겨우 취직해 눈물 나게 감사한 상황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3개월만 있으면 원래 팀으로 복구된다는데, 성준에게 자기 정체가 들통 날까봐 사표를 쓰겠다는 게 배부른 투정 같기 때문이다. 돈에 아쉬움 없는 친구 민하리와 같이 살고 그 친구 덕분에 전혀 생활이 쪼들려 보이지 않아서일까.

김라라(황석정) ‘편집장’ 캐릭터는 굉장히 독특하다. 이태리어와 영어, 한글을 섞어 쓰는 편집장의 화법도 인상적이고, 신기하기 그지없는 의상들도 정말 황석정이 아니고서는 소화하기 어려울 듯하다. 현재로서는 장면의 흐름을 가장 확실히 잡아주면서, 여기가 뭔가 ‘패션‘과 관계된 곳임을 실감나게 한다.

혜진은 심하게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표 쓴다던 사람이, 왜 자기를 알아봐달라는 듯한 애걸의 눈빛으로 내내 부편집장을 바라보는지 답답하다. 로맨틱 코미디임을 알지만, 자괴감과 자기 비하가 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그럼에도 해결책은 오기라는 게 혜진을 더 못나 보이게 한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는 성준 캐릭터와도 충돌하며 엇박자를 내는 느낌이다.

수다 포인트
-황석정 편집장님, 그런데 “‘모스트’스러운” 게 대체 뭔지 궁금하네요.
-100번의 이력서를 쓰고 들어간 회사, 정규직 보장은 확실한 건가요? 설마 열정 페이는 아니겠죠?
-김혜진이라는 이름은 당신한테 과분하다고 면박 주는 성준. 방영 끝나니 남는 건 내내 들은 ‘김혜진’ 이름뿐.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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