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무한도전
무한도전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에서 다루는 진짜 역사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지상파 방송에서 역사와 관련한 프로그램은 KBS1 ‘역사저널, 그날’, EBS ‘역사채널e’뿐. 역사적 소재를 활용한 팩션 사극은 끊임없이 제작되지만,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무한도전’은 ‘배달의 무도’를 통해서 역사와 감동을 동시에 전했다. 하시마섬, 우토로 마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얻을 수 있었을까.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는 ‘무한도전’이 솔선수범해 역사 알리기에 나서면서 대중의 역사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저 촬영을 위해 ‘배달의 무도’로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일 방송에서 하하와 유재석이 우토로마을 강경남 할머니와 헤어지면서 흘렸던 눈물, 할머니를 준비했던 선물들을 보면서 진정성도 느꼈다. 제작진이 감동 코드로 역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숨겨진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곳곳에 보였다. 12일 방송에서는 실제 강제징용 피해자 할아버지의 인터뷰도 담았다. 그와 동시에 일본의 영광을 선전하는 일본가이드의 말이 오버랩되면서 슬픈 장면이 연출됐다. 타카시마 섬 공양탑에서 하하와 서경덕 교수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해요. 너무 부끄럽고”라고 말할 때, 역사를 알려야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졌다.

예능이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역사를 다루는 것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그동안 무모한 도전들을 통해 쌓았던 감동과 멤버들의 캐릭터가 역사를 흥미롭게 풀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 고국의 음식을 배달한다는 포맷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는 그 과정 속에 역사를 녹여냈다. 이미 공고한 팬덤이 있는 ‘무한도전’ 아니었다면, 섣불리 시도하지 못했을 특집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은 이전에도 역사특강, 궁 밀리어네어 등 다양하게 역사를 다뤄왔다. 전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무한도전’이 이렇게 나서줘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말 고맙다.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우리의 슬픈 역사에 하나씩 관심을 더 얹게 된다면 힘이 되지 않을까.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역사에 관련한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진짜 역사적 진실을 알려주는 콘텐츠는 적다. ‘무한도전’이 역사를 푸는 방식, 본받아야 할 때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MBC ‘무한도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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