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도롱 또?
맨도롱 또?
MBC ‘맨도롱 또?’ 14회 2015년 6월 25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백건우(유연석)는 이정주(강소라)에게 끝내 같이 가자는 말을 못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전할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친다. 공정배(이한위)는 건우와 정주를 위해 정주 옛집에 불러내는 이벤트까지 마련하지만, 둘은 송별회로 아쉽게 마무리한다. 송정근(이성재)은 김해실(김희정)과 결혼식을 올리고, 정근과 건우는 결혼식 직전 서로 마음을 터놓는다. 정근은 동생을 떠나보내고 해실을 택한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해한다.

리뷰
건우는 아주 여러 번 말을 하려고 했다. 정주는 거듭해서 건우가 진심을 말하면 받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왜 결과가 이렇게 됐을까. 둘은 마치 이 한 회 동안의 그 엄청난 에피소드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각자 이전에 예정된 대로의 행동을 취했다. 건우는 그렇게 만지작거리던 티켓을 놓고 결국 혼자 떠나고, 정주는 제주의 모든 남자가 아는 그 뻔한 답을 못 내리고 머뭇거리다가 그냥 ‘차’를 놓치고 만다. ‘나랑 같이 가자’, 그 말은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렇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말이었을까? 안타깝다 못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그 와중에 시청자는 공정배가 실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다는 ‘대반전’을 알게 되었으며, 얼마나 건우나 건우 아버지와 인연이 깊은지 그 점까지 한꺼번에 느닷없이 깨닫게 됐다. 공정배가 일방적으로 두둔해온 읍장을 결정적 순간에 배신하면서 “그동안 욱이를 밀어왔지만, 맨도롱은 어쩐대? 그간 진사장님이 나한테 잘해 주셨는데”라고 혼잣말 할 때, 그거야말로 뜻밖의 전환점이 됐다. “맨도롱, 나의 마음이야. 마지막 기회니까 잘해 봐” 하면서 대문 걸 때는, 솔직히 크게 아주 크게 기대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사랑의 큐피트’ 노릇을 해 주신 것은 좋았다. 그런데 차려준 밥상도 못 먹을 건우와 정주를 위해서, 풍선 달고 상차림까지 혼자 너무 별 소용없이 애쓰셨다. 엇갈리기로 작정한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기회고 뭐고 살릴 힘이 없었던 것을.

황욱 읍장은 오늘따라 조급하게 서두른다 싶더니, 가장 적절치 못한 타이밍에 정주에게 줄 반지를 사고 프로포즈를 준비했다. 하필 이런 순간에 이벤트를 마련해, 그의 마음이 끝내 해프닝과 코믹으로 마무리 되는 것도 시청자로서는 씁쓸한 일이었다. “나도 뜨겁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습니다.”라는 갈 데 없는 고백조차도 애잔했다. 조연의 비극은, 이렇게 안 좋은 타이밍 밖에 배정 못 받는 데 있는 것일까.

건우와 정주가 비어 있는 정주 옛집에서 만나게 됐을 때, 정말로 이번에는 오해와 엇갈림의 줄타기가 끝날 줄로 믿었다. 공정배 아저씨가 심지어 둘을 만나게 해놓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고전 열애 스토리의 ‘큐피트’ 역할을 해주셨을 때는 감사하기까지 했다. 둘이 제 아무리 답답이들이라도 이번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갇힌 집 안에서 정주를 그윽하게 바라보던 건우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고, 이 기적 같은 행운이 자신의 미래를 바꿔주기를 바라는 그의 간절함까지 담겨 있었다. 건우의 속마음을 아는 시청자는 이 장면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어이없어하던 정주도 이게 하늘이 준 기회임을 곧 알아챘다. 정주가 ‘뭍으로 떠난 남편한테 한 맺힌 귀신 얘기’를 늘어놓으며 어설프지만 귀여운 스킨십까지 구사할 때, 시청자는 오늘 여기서 대체 얼마나 ‘진한(?)’ 로맨스가 이뤄질까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송별회’는 송별회로 끝나고야 말았고, 이후 별 의미 없는 장면들이 흐르다가, 건우는 그냥 공항으로 떠났다. 공항으로 떠나는 택시를 놓치는 정주, 그 뒤의 갑작스런 깨달음, 심지어 제주 공항으로 뒤늦게 달려가 미친듯이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 누군가의 얼굴을 찾는 정주. 오래된 필름을 돌리는 것 같은 이런 장면에서 엔딩이라니.

수다 포인트
– 정주의 옛집에서의 귀신 얘기도 둘이 나눈 진심도 다 ‘송별회’로 끝나기엔 둘의 포옹이 너무 애틋했어요.
– 송씨와 해실처럼 특색 있는 커플이 해도, 웨딩드레스와 결혼식은 어쩔 수 없는 의전행사가 되는군요!
– 이정주 씨, 그 많은 시간 다 놓치고 공항 로비에서 80년대 식으로 무작정 사람 찾는 거 안타까워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맨도롱또?’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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