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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맨도롱 또?’ 13회 2015년 6월 24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백건우(유연석)는 생부 진태용(최재성)이 과거사를 터뜨리면 모두 불행해질 거라고 여겨, 그 전에 혼자 비밀을 안고 제주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맨도롱 또?을 접기도, 이정주(강소라)를 두고 떠나기도 괴로울 뿐이다. 한편 진태용은 아들을 위해 먼발치에서 얼굴만 보고 다시 사라지기로 한다. 송정근(이성재)은 김해실(김희정)에게 청혼하고, 두 사람은 맨도롱 또?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리뷰
건우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홀로 떠나겠다고 비장한 결심을 한 것에 비해, 그의 사랑과 이별의 무게가 너무나 가볍게 다뤄지는 듯하다. 철없는 아이의 가출 예고쯤으로 받아들이는 형제들, 꼬이고 꼬이게 만들어 분탕질이나 치려는 듯한 지원, 왜 이러는지 진지하게 알려고 하지 않는 물러터진 정주. 그 속에서 말없이 속 끓이는 건우가 안쓰럽다. 하지만 건우 혼자만 괴로운 심경이니, 한 회 내내 건우는 토라진 아이처럼 보였고 심지어 정주에게는 이유도 없이 옹졸하게 구는 인상이었다. 이별의 무게가 왜 이리 공허해졌을까?

그 옛날 ‘과학 수사’가 안 된 탓이겠지만, 그 많은 이들을 평생 괴롭힌 ‘그날 밤의 사고’가 허술하다 못해 급조된 느낌이다. 건우의 출생의 비밀은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현재형’인데, 막상 비밀의 실체는 오랜 오해와 어이없는 실수가 전부인 것일까? 한 회만에 고스란히 실체가 드러날 정도로 빤한 사건인데, 30년의 비밀은 어떻게 유지됐을까?

이렇게 되면 건우 아버지 진태용의 그 모든 스토리와 건우 엄마의 비극은 단지 사족으로 그칠 우려마저 안고 있다. 건우 엄마가 아버지를 그토록 미워하며 아들에게까지 악담을 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모든 비밀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시청자에게는 동의할 수 없는 의문 부호만 잔뜩 생기고 만 셈이다. 만약 출생의 비밀 없이 무난히 자란 젊은 남녀의 연애담이었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모든 이들의 캐릭터가 더욱 잘 살아나고 갈등이 더 팽팽해졌을지 모른다는 아쉬움까지 든다.

건우의 출생의 비밀이 본격적으로 드러나자, 어이없게도 형의 러브스토리에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희한한 일이다. 둘은 별개로 각각 다른 궤도를 돌아야 마땅하다. 흑진주와 제주 해녀의 알콩달콩 연애질을 기대한 시청자의 기대와 달리, 둘은 눈깜짝할 새 청혼과 결혼식 준비로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스토리를 속도위반 식으로 건너 뛰어버리면 시청자는 서운할 뿐이다. 둘의 사랑이 이루어져서 좋은 게 아니라, 더 이상 로맨스를 볼 데가 없어져서 입맛이 쓸 뿐이니 이건 뭐람?

건우가 “형 만나고 돌아와 너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으면 일단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면 될 일을, 정주는 왜 지원이 나타나 몇 마디 했다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절망한 것일까. 일단 건우가 돌아온 뒤에 물어보겠다고 한 마디만 받아치면 될 것을 말이다. 건우가 돌아오기도 전에 그 짧은 순간을 못 견뎌 낙망해버리는 정주가 미워질 지경이다. 그리 저질 체력일 줄이야.

수다 포인트
- 소녀시대 서현이 황욱 읍장님이 숨겨둔 비장의 ‘이쁜 조카’였을 줄이야.
– 이정주 씨, 진심은 건우 얼굴 보고 털어 놓으세요. 거울 앞에서 혼자 원맨쇼하지 마시고.
– 송씨와 해실의 흑진주 파격 연애담이 결혼으로 밋밋해지는 건 아니겠지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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