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H
[텐아시아=이정화 기자] 2년 만이다. 동우와 호야의 음악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인피니트의 힙합 유닛 그룹 인피니트 H. 이들의 두 번째 앨범 ‘플라이 어게인(Fly Again)’엔 둘의 음악적 욕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우리가 쓴 우리의 얘기가 나왔다는 게 좋았다”고 말한 것처럼, 동우와 호야는 이번 앨범으로 인피니트H만의 색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두 사람이 직접 수록곡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어 무대에 섰다. 아직까지 “반의반도 안 보여줬다”며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 두 남자를 ‘예뻐’ 활동 마무리 즈음, 만났다.Q. ‘예뻐’로 1위를 다섯 번이나 했다. 축하한다.
동우 : 아우, 감사하다. 지난 앨범이나 이번이나 다 뿌듯하긴 한데 참여도가 좀 다르다 보니, ‘예뻐’로 1위 했을 때 더 기분이 좋기도 하고 그랬다. 성열이가 인피니트보다 (1위를) 많이 했다고 농담도 하더라. 하하.
호야 : 그랬나? (웃음)
Q. 타이틀곡이 피처링 없이 두 사람의 목소리로만 완성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동우 : 앨범 수록곡을 들어보면 노래에 맞게 피처링이 필요한 것도 있는데, ‘예뻐’는 우리 둘만으로도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이틀곡이라서 일부러 그렇게 했던 건 아니었다. 다 만들어 놓고 난 후, ‘예뻐’가 제일 좋다고 판단해서 타이틀이 됐다.
Q. 인피니트 멤버들은 어떤 곡이 제일 좋다고 하던가?
호야 : 성규 형은 ‘바빠서 쏘리’, 다른 친구들은 ‘예뻐’를 고르더라.
동우 : ‘예뻐’ 파트를 따라 부르더라고.
호야 : (농담조로) H 앨범 수록곡을 다 안 들어 본 거 같기도 하고. 하하.
Q. 트랙을 쭉 들어보면 ‘예뻐’부터 ‘부딪쳐’까진 꽤 밝은데, ‘부딪쳐’를 지나면서부터 감정이 세지며 점점 증폭되는 느낌이 있다. 마지막 트랙인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에선 아예 ‘뻥’ 하고 터지는 것 같다.
동우 : 아, 그러네.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에서 감정적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셈이 되었다.
호야 : 트랙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했다. 특별히 곡의 순서를 신경 썼던 건 아니었는데, 타이틀 한 곡만이 아니라 앨범 전체를 듣는다고 했을 때 어떻게 가는 게 좋을까 라는 생각은 했다.
Q. 상반된 분위기의 곡들이 한 앨범에 들어 있길래 두 사람이 참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호야 : 우린 사실, 세고, 거칠고, 더러운 걸 좀 좋아하거든. (웃음) 그런 게 잘 맞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인피니트H 활동은 우리가 잘하는 걸 보여준 건 아니라서… 반의반도 안 보여줬다.
동우 : 앞으로 기대해주세요!
Q. 좋아하는 것들로만 앨범을 채운다면 어떻게 될까?
동우 : 1위를 더 하지 않을까? 하하. 물론, 이건 결과론적인 얘기고. 좋아하는 것들만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들과는 많이 다를 거다.
호야 : 이번 앨범도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과 백 퍼센트 일치하진 않는다. 확실한 건, 점점 우리들이 좋아하는 음악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 인기는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니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완성도나 여러 가지 것들을 따져봤을 때, 원하는 걸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호야와 동우(왼쪽부터)
Q. 한 곡을 제외하곤, 동우와 호야가 공동으로 작사에 참여했다.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동우 : 어떤 파트를 맡느냐에 따라 다른데, 호야가 앞부분이면 내가 거기에 맞춰서 뒤를 쓸 때가 있고, 그 반대일 때도 있다. ‘어디 안 가’에선 ‘헤이 레이디 나 어디 안 가~’ 부분은 같이 썼다.
호야 : 주고받는 파트는 같이 쓰고, 개인 파트의 경우엔 처음에 주제만 상의하고 따로 쓴 다음에 나중에 맞춰 본다.
Q. 그러고 보니, 수록곡 가사 대부분이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써 보고 싶은 다른 얘기가 있다면?
동우 : 개인적으론… (머뭇거리며) 그냥… 사랑 얘기도 좀…
호야 : 19금!
동우 : 사랑 얘기를 제약 없이, 19금으로 써보고 싶기도 하다.
호야 : 우리가 19금을 굉장히 좋아한다. 19금 대화를 한다는 게 아니고, 평소에 서로 말장난 식으로 랩을 할 때 펀치라인이나 이런 것들을 주고받거든. 그럴 때 19금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서 그런 곡이 실리면 참 좋은 앨범이 나올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웃음)
Q. 혹시, 지금 생각나는 게 있나?
호야 : 앗, 다음 앨범에서 보여드리겠다!
Q. 이번 ‘플라이 어게인’ 앨범을 만들면서 제일 신경 썼던 건 뭐였나.
동우 : 일단, 곡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타이틀을 정하고 녹음을 했던 게 아니라서 한 곡 한 곡에 공을 많이 들였다.
호야 : 인피니트 앨범은 팀의 이미지와 무대 퍼포먼스를 생각하고 곡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번 인피니트H 앨범은 ‘듣는 것’만 생각했다. 우리의 강점 중 하나가 퍼포먼스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무대에선 끼 부리는 모습 정도만 있다. (웃음) 그리고 원래는, 우리가 작년 9, 10월 즈음에 나오려고 했다. 그때 이미 앨범이 완성된 상태였거든. 나오는 게 미뤄지면서, 그때 다른 곡을 하나 더 녹음했다. ‘듣는 것’에 치중해서 만들긴 했는데, 퍼포먼스가 없기도 하고, 저번이랑 좀 비슷하다는 의견들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퍼포먼스도 할 수 있는, 굉장히 세련되고 강한 곡을 써서 녹음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콘셉트가 너무 바뀌는 게 아닌가 해서 회의 끝에 빠지게 되었다.
Q. 앨범이 나오기까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나 보다.
호야 : ‘예뻐’가 완성된 게 작년 7, 8월쯤이다. 가사를 다 쓴 건 7월 정도였고. 그런데, 앨범 내는 걸 기다리는 사이, 10월쯤에 비슷한 가사의 노래가 나왔다. ‘예뻐’도 그랬고, 다른 노래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 훨씬 전에 나온 노래에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거라면 ‘엇, 실수했네’ 이러면서 당연히 고치는데, 그게 아니라 몇 달 뒤에 비슷한 가사가 나오니 좀 당황스러웠다. 노래가 나오면 발표 시기만 보고는 누가 누구를 따라 했네,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될 테니, 마스터링까지 다 된 곡을 두 번인가 세 번 정도 수정했다. 어쩔 수 없었지.
동우 : 찝찝한 거 없애려고.
Q. ‘듣는 것’에 치중해서 만들었다고 한 만큼 안무는 노래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편안하고 자유롭게 구성되었다. ‘예뻐’ 무대 마지막엔 애드립 동작도 등장하는데,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무대에 오른 건가?
동우 : 그건 진짜로 그냥, 생각하지 않고 했다. 둘이 번갈아 가면서, 호야가 내 엉덩이를 때리기도 하고 내가 그러기도 하고. (웃음)
호야 : 나중엔, 활동 3주 차가 되니 할 게 없더라. 하하.
고양이와 최고의 케미를 선보인, 동우
Q. 작년 연말, KBS2 ‘가요대축제’에서 보여준 둘의 독무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둘의 춤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 않나.호야 : 호야의 춤은 파워풀하면서 ‘이만큼은 내가 보여줄 수 있다’하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게 강점이다. 이건 안무 쌤도 칭찬한 부분이다.
Q. 맞다. 단단하면서도 섹시한 느낌도 있고.
호야 : 어유, 과찬이시다.
동우 : ‘단섹(단단+섹시)’, 흐흐.
호야 : ‘단섹’ 호야! (동우 흐느끼며 웃는 중) 동우 형은 틀이 없는 게 장점이 아닐까? ‘노(No)틀’ 동우, ‘노틀’담의 동우.
동우: 푸하하하하. 아, 괜찮은데 ‘노틀’.
Q. 하하. 인피니트 내에서 댄스 담당이기도 하니 춤 얘기를 좀 더 해보면, 춤을 출 때 자유롭다고 느끼나, 아니면 무언가를 더 표현하여야 하기에 부담감이 느껴지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 같다.
호야 : 난 진짜… 춤 추는 게 제일 행복하다. 작년 여름 무렵에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3개월을 보냈거든. 그때 발목을 다쳐서… 인대는 완치가 없다고 하더라. 계속 다칠 수 있다, 란 얘기를 듣고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때 당시, 다쳐서 춤을 못 추는 것보다도 앞으로 못 출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내가 진심으로 춤을 사랑하고 있구나 라고 확실히 느꼈다.
Q. 춤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주는 걸까?
호야 : 춤을 추지 않을 땐 평범한 사람이다가도 춤을 출 때면 내가 굉장히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보통은 춤을 추는 것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사실 두 번째 이유다. 첫 번째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다.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 이럴 거다. 그렇기에 혹여 나중에 가수를 안 하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춤은 계속 출 거다.
동우 : 호야가 발목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아직까지 춤출 때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게 보인다. 워낙 춤을 좋아하는 친구니깐, 그런 거 보면 좀 안타깝고… 내 얘기를 하자면, ‘가요대축제’땐 춤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인피니트 단체 안무하거나 할 때 한 번만 더 하자 라고 말한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웃음) 내가 더 하자고 한 건 오랜만이었다. (안무를 보여주며) 손동작 하나하나, 동작들을 해내는 게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나도 호야가 말한 것에 공감하는 게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대에서 음악에 취해 프리스타일로 춤을 출 때 이상한 동작이 좀 많이 나와서 안무 쌤들이 “야, 이거 뭐야” 하면서 웃을 때도 많은데 난 그게 내가 좋아서 한 거라 후회가 없다. 그리고 또, 그 동작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고. (웃음)
Q. 둘이 춤뿐만 아니라 랩 스타일도 다르다.
동우 : 이번에 라이브를 하면서 새로 발견한 건데, 같이 더블링(구절마다 또 하나의 목소리가 겹치게 하는 것) 치는 게 은근히 잘 맞더라.
호야 : 다른 힙합 앨범에선 서로 더블링을 쳐주는 게 있는데, 우린 그 방식을 안 썼었다. 잘 안 묻을 수도 있단 생각 때문에 시도를 안 했었는데, 이번에 ‘바빠서 쏘리’를 하면서 더블링을 치는데 목소리가 굉장히 잘 어우러지더라. 완전히 주파수가 다른데, ‘사악’ 묻는 느낌이 들어서 우리도 놀라면서 했다.
동우 : 묘하다. 이렇게 무기가 또 생기는 것 같다.
Q. 그래서 ‘바빠서 쏘리’를 할 때 유독 신나 보였던 걸 수도 있겠다.
동우 : 아, 재미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 ‘에이’ 하면서, 약간 밀어붙이는 듯한 느낌부터 좋았다.
호야 : 지금까지 한 것 중에 스타일로 치면 우리랑 제일 잘 맞지.
스트레칭도 그림처럼, 호야
Q. 최근에 인피니트H로 출연한 라디오 방송들을 들어보니, 동우가 생각보다 말을 잘하더라.동우 : 난 라디오를 좋아하고, 호야는 연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아마 그랬을 거다.
호야 : 동우 형이 라디오를 좋아하니깐 같은 질문이 와도 동우 형이 좀 더 말할 수 있도록 맞춰주게 됐다.
Q. 동우가 라디오 디제이를 해보고 싶어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한다면, 저녁 8시 정도 어떤가. 학생들이 많이 듣는 시간대다.
동우 : 아우, 좋지. 새벽엔 내 웃음소리 때문에 다들 깰 것 같아서, 그 시간대가 괜찮을 거 같다.
Q. 그럼 디제이가 되었다 치고, 가상으로 청취자 사연을 한 번 상담해 보자. 18세 남자 고등학생, 강준희(가명)의 이야기다. ‘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집에서 반대를 해요. 형, 전 어떡하죠?’
동우 : 어, 그거 우리 얘긴데? 하하. 상담이랄 것도 없는 게, 인생에서 선택은 자신이 하는 거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니, 무조건 하고 싶은 걸 해야지.
Q. 호야는 뭐라고 해줄 것 같나? 공부를 잘하는 아들에게 부모님이 춤은 그만 추고 의대에 가라고 하는, 그런 상황이다.
호야 : 음, “내가 춤을 추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거다” 라고 말하라고 할 것 같다. “내 인생은 내가 갈 테니 날 내버려 둬” 라고.
동우 : 오, 부모님을 설득시킨다? 괜찮은데!
Q. 호야는 이번에 영화 ‘히야’ 촬영도 마쳤다. ‘응답하라 1997’ 이후 오랜만에 연기한 것이지 않았나.
호야 : 영화 찍으면서 재미있었다. 난 순간순간 푹 빠지는 타입이다. 이게 좋은 걸 수도 있고 나쁜 걸 수도 있는데, 인피니트H로 활동할 땐 연기 생각은 안하고 오로지 H 생각만 한다. 랩이랑 무대 하는 것만 말이지. 그런데 또, 영화를 찍을 땐 내가 가수라는 걸 까먹을 정도로 연기만 생각했다. 그 캐릭터에만 빠져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다행이었던 게 영화에서 내가 가수 지망생 역할이어서 춤을 추고 노래하고 랩을 했거든. 그래서 그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니었으면 노래하는 방법이랑 춤추는 법을 잊을 만큼 빠져있었을 거다.
Q. 역할에선 어떻게 빠져 나왔나?
호야 : 스케줄이 워낙 바빠서 바로 나오게 되더라. 하하.
문 여는 모습도 힙합, 동우
Q. 동우는 어떤 스타일인가?동우 : 난 너무 다 빠져 있어서… 생각이 좀 많다.
Q.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보면, 뭔가…
동우 : 프리해 보인다?
호야 :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동우 : (박수치며) 아하하하하. 호야랑 난, 완전히 반대다.
호야 : 둘 다 생각이 많긴 한데, 난 생각이 많은 게 좀 티가 나고 동우 형은 그렇게 안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동우 : (생각이 많은 게) 가려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호야 :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내가 동우 형 ‘몰카’를 했거든.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다 같이 짜고 형을 속였다. 나랑 헤어 스태프랑 싸우는 설정이었다.
Q. 정말?
동우 : 와, 그때는 진짜인 줄 알았다.
호야 : 촬영을 4시간 정도 했는데, 처음부터 해서 3시간 동안 ‘몰카’를 했다. 조금씩 싸우기 시작해서 완전 싸우는 데까지. 하하. 그런데 완전 싸우기 전까지 동우 형이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거다. 오히려 막 웃고 장난치고 그래서 우리끼리는 “큰일 났다. 전혀 신경 안 써” 이랬는데 촬영이 끝날 때쯤 (동우 형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자긴 처음부터 굉장히 신경 쓰고 있어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고 했다.
동우 : 호야가 안 볼 때, 뒤에서 물어봤다. 무슨 상황인 거냐고. 마음이 불편해서 웃긴 상황도 아닌데 촬영하면서 포즈로 웃기고 그랬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엎드려서 말도 안 되는 포즈를 하는데 작가님은 “좋아!” 이러시는 거다. (호야 바라보며) 그분도 같이 ‘몰래카메라’ 한 거였어? 아니지? 하하.
Q. 동우가 역으로 호야를 속인 적은 없나?
동우 : 내가 하면 거의 다 들켰다. 그게 다 보이나?
호야 : 난 어렸을 때 꿈이 영화 감독이었거든! 총 4번의 ‘몰카’를 했는데, 다 성공을 했다. 하하. 동우 형이 첫 번째로 눈물 고이는 정도까지 했고, 뒤에 세 번은 스태프들을 한 명 한 명씩 속였는데, 세 명 다 울렸지.
동우 : 웃긴 게, 나는 글썽이는 정도였고, 다음은 울고, 또 다음은 펑펑 울고 그러면서 점점 강도가 세지더라고. 내가 메이크업 받고 있는데 (스태프가) 계속 울어가지고. 으허허.
호야 : 화기애애했다.
동우 : 회식할 때 풀고. 하… (호야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배우의 눈빛, 호야
Q. 하하. Mnet ‘4가지쇼’에서 호야의 모든 것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면도 있었구나.호야 : 하하하하하.
동우 : 아, ‘4가지쇼’! 거기에서 내가 드립을 너무 많이 쳤는데 알아서 편집을 잘 해주셨더라. (웃음)
호야 : 피디님이 내 영상을 편집하는데, 감동해서 우셨다고 하더라. ‘셀프 캠’을 여섯 시간 정도 찍어갔거든. 그것도 그렇고, 피디님이랑 인터뷰하면서 솔직하게 말해서였는지 5년 동안 방송하며 내 모습이 가장 잘 표현되었던 것 같다. 나도 감사했고, 피디님도 내게 고맙다고 해서 ‘4가지쇼’ 팀이랑 회식까지 했다. 그분들끼리도 회식한 적이 없었다고 하시던데. 하하.
Q. 그 방송에서 호야가 “이 자리에 오기까진 열등감, 분노, 복수심이 컸다”고 말했다.
호야 : 나는 나를 좀 과소평가하는 편이다. 옆에서 최고다, 잘한다, 라고 말해줘도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이 더 잘해 보인다. ‘타산지석’이란 말이 있듯이 배울 것은 어디에든, 누구에게든 있는 것이니깐. 평소 생활적인 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실력적인 면에서는 남이 잘하는 것이 더 크게 보여서 저렇게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든다. 그게 열심히 하는 동기가 되곤 하지. 그리고 복수심은, ‘죽여 버릴 거야’ 식의 복수심이 아니다. (웃음) 그런데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 싶었던 게, 설날에 집에서 엄마랑 같이 방송을 다시 보는데 엄마가 “(사투리 하며) 무슨 복수심이고” 이러는 거다. 어렸을 때 넌 못할 거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런 경우에 두 가지로 반응이 나뉘지 않나. 그 말에 자신감을 잃어서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두고 봐, 보여주겠어’ 하게 되거나. 난 후자였다. ‘복수심’은 그런 것을 말한 거였다. 열일곱, 열여덟 때에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보다 보여 줄 거야, 하는 게 더 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독기를 품고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Q. 지금은 어떤가?
호야 : 지금도 그런 게 없지는 않다. 한 삼십 퍼센트 정도는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 싶다.
Q. 동우는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한 힘이 뭐였던 것 같나.
동우 : 아무래도 가족 덕분이지 아닐까. 누나 때문에 여섯 살 무렵에 발레 학원에서 발레를 처음 배웠다. 그땐 어떻게 여자랑 춤을 추냐 싶어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웃음) 좀 커서는 랩도 좋아해서 조피디 선배님의 ‘친구여’도 따라 부르고 그러긴 했는데… 춤 학원 강사를 하려다가 이쪽으로 오게 된 건 결과적으론 가족의 힘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난 호야랑 반대인 게 “못하잖아” 이러면 ‘아 그런가, 내가 진짜 못하나?’ 하면서 점점 작아지는 타입이다. 스스로 ‘난 잘 해!’ 이러다가도 누가 못한다고 하면 ‘아… 못하나 보다’ 흐흐.
호야 : 난 혼자서 ‘나, 왜 이렇게 못하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남이 “너 못해” 이러면 ‘내가 못해? 1년 뒤에 두고 보자’ 이런 식인데. 하하.
Q. 안 그대로 물어보고 싶었다. 칭찬과 채찍 중, 자신의 성장을 독려하는 건 뭔가 하고.
호야 : 둘 다다. 칭찬을 받아도 칭찬받는다고 자만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칭찬을 받으면 누구나 다 기분이 좋잖아. 더 받고 싶다 이래서 열심히 하게 되고. 채찍을 받으면 내가 너한테 채찍을 때리겠다 이런 마음으로 또 한다.
동우 : 내가 너한테 채찍을 때리겠대. 큭큭. 나도 적절한 게 좋다. 다만, 맹목적인 비난이나 비판은 사양한다. 그건 도움이 안 되더라고. 이러이러해서 못한 거야 라고 말해주면 이해가 되지만 그게 아니면…
호야 : 어떤 가수가 했던 말 중에 성공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조언을 가려서 들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공감을 많이 했던 게, 나도 그러거든. 난 조언 듣는 걸 좋아하지만, 도움될 만한 것들만 듣는다. 만약 주변에서 열 명이 조언을 해주면 다섯 명은 거짓말을 하더라고. 위해주는 척 하면서 거기에 한 오십 프로 넘게는 감정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백 퍼센트 나만을 위한 조언을 하는 사람은 몇 없더라.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이 해주는 말 중에서도 가려서 듣게 된다. 내가 먼저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일단, 동우 형. (동우 바라보며) 내가 형한테 많이 물어보잖아.
동우 : 맞아, 맞아.
호야 : 그리고 또 어렸을 때부터 춤추던 웅휴 형이랑, 안무가인 ADDM 형, 이 셋에게 제일 많이 물어본다.
동우 : 난 내 경험을 토대로 말을 해주는 편이고, 나도 (호야에게) 많이 물어본다. 서로 냉정하게 봐 주니깐 이런 관계가 잘 형성이 되는 것 같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동우와 호야
Q. 작년에 방송되었던 Mnet ‘디스 이즈 인피니트’에서 호야가 “(인피니트가) 정상은 아니다. 만약 산에 올라가는 것에 비유를 한다면 등산 준비를 끝마쳤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 것 같나?호야 : 신발 끈을 꽉 매지 않았나.
동우 : 난 약수를 마신 정도?
Q. 엇, 둘이 다른 곳에 있네?
동우 : 호야는 아직 보여줄 게 많아서.
호야 : 시작도 안 했다.
동우 : 난 조금은 보여준 것 같은 정도. 헤헤.
Q. 약수를 마시면서 “호야야, 빨리 와” 해야겠다.
동우 : 푸하하하하. 난 무게감을 좀 더 만들어야 될 것 같다.
Q. 둘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뭔가?
동우 : 복수? 하하하하. 농담이다. 부나 명예, 그런 건 아니다. 후회 없이 자기가 만족하며 사는 삶, 이거인 것 같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그것에 만족할 줄 알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난 현재에 만족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것들을 갈망할 수도 있는 것 같고.
호야 : 나도 비슷한데, ‘행복’이다. 레드벨벳 노래 제목 말고.
Q. 아… 이게 바로 ‘호드립’인가.
동우 : 하하하하.
호야 :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일단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인정도 받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인정을 받는 거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거,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 동우, 호야가 있는 풍경
Q. 그럼, 최근에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호야 : 일본에서 인피니트 아레나 투어 콘서트를 했을 때, 인피니트H 무대도 했다. ‘바빠서 쏘리’랑 ‘예뻐’를 하고 딱 내려와서 아까 말한 조언을 많이 듣는다는 안무가 형한테 어땠냐고 물으니 진짜 좋았다고 하더라. “에이, 진짜 좋았어요?” 물으니 “너희 무대 보면서 처음으로 소름이 돋았다”고 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 정도로 칭찬을 해주는 분이 아니거든. 덕분에 ‘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행복했다.
동우 : 난, 인피니트H 앨범을 발매했을 때 정말 행복했다. 우리가 쓴 우리의 얘기가 나왔다는 게 참 좋았다. 타이틀뿐만 아니라 ‘부딪쳐’도 많이 들어주셔서 감사했고.
Q. 젊으니깐 무엇이든 해봐야 한다는 ‘부딪쳐’의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줬을 것 같다.
동우 : 힘든 마음을 같이 이해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말해주시더라.
호야 : 듣고 우셨다는 분도 더러 있으시고.
Q. 올해 목표는 뭔가?
호야 : 개인적인 목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규 앨범 사이즈에 작사 작곡한 솔로곡들을 싣는 거다. 편곡을 다 해서 가이드 녹음까지 완벽하게! 그런데 이건 내 마음대로 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회사랑 얘기를 해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영어 공부. 2년 전에 월드 투어를 할 때 혼자 두 달 정도 영어 과외를 받았었거든. 그때 당시엔 아예 영어를 못했는데 배우면서 많이 늘었다. 투어 할 때 길거리 다니면서 외국인들과 대화하고 이러는 게 재미있더라. 그리고 난 최종적인 꿈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
동우 : 몇 년 전부터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올해에는 솔직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말해보면, 자기 주도적으로 작사 작곡 편곡을 해서 우리의 앨범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올해엔 거기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싶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인피니트H의 화보와 인터뷰는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4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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