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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밝고 반듯하다’ 배우 남지현에게서는 투명한 유리구슬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순수하고 청명한 느낌과 함께 통통 튀는 만 스무 살의 발랄함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배우, 벌써 촬영장 밥을 먹은지 12년 째다. 열 살이던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 MBC ‘선덕여왕'(2009)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 ‘자이언트'(2010) ‘엔젤아이즈'(2014)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아역 배우로 성장해 온 내공은 방송가에선 또래 배우들 중 단연 출중한 연기력의 소유자임을 입증시켰다.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는 실제 그 스스로와 비슷한 인물을 만났다. 순수하고 거침없지만 마음은 따뜻한 강서울로 분한 그는 꾸밈없는 모습으로 풋풋함을 자아냈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을 땐 “인천 집에서 신촌에 위치한 학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고 요즘 들어 “남자친구가 갖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 그는 아직은 여성스러운 미소보다는 장난꾸러기의 발랄한 웃음이 좀 더 어울리는 호기심어린 스무 살이다.

Q. KBS2 ‘가족끼리 왜 이래’가 40%대 시청률을 넘어섰다. 요즘같은 시청률 가뭄 속에 대단한 결과다.
남지현: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는 게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MBC ‘선덕여왕’ 아역으로 나왔을 때 30%대를 찍어본 이후로 처음이다.

Q. 결말을 미리 좀 유출해줄 수 있나?
남지현: 비밀이다.(웃음) 서로 잘 정리돼서 끝난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 대본을 받고서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53부작 여정이 아 끝나긴 끝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작가님이 대단하신 게 단 한 번도 대본을 늦게 주신 적이 없다. 쪽대본 한번 없이 책으로 받고 밤샘 촬영도 거의 없었다.

Q. 충청도 사투리 연기가 처음이었는데도 꽤 능숙하게 해 냈다.
남지현: 작가님 고향이 충청도이시라 그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는 배우 선배분께 배워서 연기했다. 오랜 시간동안 하다 보니 입에 많이 익더라. 내 말투에 서울이 말투도 녹아나면서. 요즘엔 그냥 얘기해도 ‘왜 사투리 쓰냐’고들 하시더라. 서울이의 모습이 실제 나와도 닮은 부분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다.

Q. 연기자 남지현에게는 첫 성인 연기 도전이라는 타이틀도 달아 준 작품이다.
남지현: 부담감이 많긴 했다. 서울이는 무엇보다 미움을 받으면 안 되는 캐릭터라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서울이를 예뻐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잘 된 부분도 있고, 모자랐던 부분도 있지만 촬영장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워낙 많이 도와주셔서 그럭저럭 해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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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처음에는 역할 제안을 받고 망설였었다고 들었다.

남지현: 지난해 대학(서강대 심리학과)에 입학해서 1년은 오롯이 학교에 집중하려고 했었다.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활이라 한 해를 꽉 채우고 가야 안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가님이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고, 나 또한 나이나 시기상으로 놓치지 아까운 역할이라 고민을 많이 하다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학교는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는데, 돌아보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Q. 일상적인 연기와 코믹한 부분, 멜로 연기가 섞여 있었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자신있던가?
남지현: 아직 멜로 연기 하는 건 많이 부족하다. 실제로나 연기로나 경험이 없어 그런지.(웃음) 약간 장난꾸러기같은 연기는 수월한 편이고. 내 성격이 아이같은 면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솔직히 오글거리는 건 못 참겠다.

Q. 아 그러고보니 성인 연기로 멜로에 도전한 것도 처음이었다.
남지현: 아역 연기나 SBS ‘엔젤아이즈’ 때 멜로 연기를 잠깐 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감정을 교류하면서 이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느낌이 잘 사는 건지 몰라서 많이 헤멨다. 나 뿐만 아니라 (박)형식 오빠, (서)강준 오빠도 경험이 없어 서로 매일 촬영장에 앉아 어떻게 대본을 풀어갈지 궁리하는 게 일과였다. 감독님이 우리 셋을 보고 ‘으이구 쟤네들 멜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셨었다.(웃음)

Q. 실제 연애 경험이나 멜로 연기 경험이 없다는 게 아킬레스 건이었나보다.
남지현: 아무래도 좀 한계가 있더라. 셋 다 실제 경험도 부족하고 연기에서도 많이 해보질 않아서.(웃음) 연애할 때의 감정선을 알아야 하는데…

Q. 주로 박형식과 함께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호흡은 어땠나?
남지현: 나와 형식이 오빠는 캐스팅이 일찍 된 편이라 촬영 시작 한 달 전부터 대본 연습도 나가고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서 어색한 건 없었다. 난 처음 본 분한테 살갑게 잘 못하는 반면 형식이 오빠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있게 빨리 다가가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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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사람의 러브라인 연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남지현: 초반에 서울이가 고향으로 내려가려 할 때 달봉(박형식)이가 서울이를 잡으며 서로 진심을 확인할 때가 가장 뭉클했다. 키스신은 그냥 정신없이 흘러갔다.(웃음)

Q. 얼마 전 라디오에서 이상형을 ‘박형식과 서강준을 반씩 섞어놓은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될 수 없는 모범답안을 제출한 것 같다.
남지현: 두 사람과 항상 같이 찍는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고민이다.(웃음) 한 사람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이 좀 서운해할 테니까. 또 약간 방향이 다르게 해석되면 화제가 돼버리니까 조심스럽다.

Q. 지난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박형식과 함께 부른 ‘썸’도 화제가 됐다.
남지현: 사실 노래 부르는 걸 되게 부끄러워한다. 제안이 왔을 때 부담이 많아 ‘안하면 안될까요?’ 라고 물어봤었다. 그래도 형식이 오빠가 가수니까 많이 의지하면서 할 수 있었다.

Q. 혹시 서울이가 은호(서강준)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을까
남지현: 음…글쎄?

Q. ‘가족끼리 왜 이래’는 특히 가족 간의 애틋한 마음을 그렸다는 점에서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작품이다.
남지현: 슬픔의 감정이 깊게 오래 남는 것 같다. 유동근 선배님이 아내 제사상을 앞에 두고 숨죽여 우시던 장면이나 삼남매가 차례대로 아버지의 병환을 알게 되는 부분이 가슴 시렸다.

Q. 서울이는 어찌 보면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관찰자 입장이었는데.
남지현: 맞다. 가족 속에서 유일하게 서울이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면서도 며느리같은 역할도 하고, 심정적으로는 이미 가족이 돼 있는 걸 보면서 고민도 많이 됐다. 서울이가 가족처럼 지내는 건 맞는데 가족이 아닌 상황에서 마음껏 발언해도 되나란 생각도 했다. 서울이는 그만큼 가족 구성원 내에서 특별하게 남은 지점이 있었다.

Q. 어찌 보면 결혼 생활에 대한 가상 체험을 했겠다.
남지현: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형식이 오빠와 나를 보고 ‘너희 신혼부부같다’는 얘길 많이 하셨다. 같은 집에 산다는 이유로 평범한 20대 커플들과는 많이 달랐고 고부 갈등, 동서 간 갈등과 비슷한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이런 상황에 닥치면 내가 이렇게 대항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많이 했다.

Q.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도 하게 됐나
남지현: 결혼은 되도록 늦게 하려고 한다. 아무리 빨라도 20대 후반은 넘어야하겠지. 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해 보고 결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Q. 성인 연기자로 새롭게 시작하는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뿌듯함도 있을 것 같다.
남지현: 지금은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끝나고 돌아보면 많은 걸 얻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아마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많은 도움이 됐음을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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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촬영장 막내로서는 어땠나

남지현: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하다 보면 물어보지 않아도 보는 것 자체로 깨닫거나 습득되는 게 많다. 알려주실 게 있어도 절대 혼내시지 않고 그저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하는 게 낫다’고 하신다. 말하는 방법도 알려주신다.

Q. 지금까지 남지현의 이미지는 맑고 밝은 느낌이 많다. 이미지 변신에도 도전해보고 싶나?
남지현: 범죄자 역할이나 몸쓰는 액션도 좋다. 의외로 몸은 잘 쓴느 편이다(웃음) 눈물이 펑펑 나는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다. 아직 안해본 게 많아서 모든 부분이 욕심난다.

Q. 학교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남지현: 1학기 복학예정이다. 사실 상반기 작품도 몇 개 제안이 왔는데 죄송하다고 거절하고 학교를 선택했다. 올해 말쯤 기회가 되면 좋은 작품을 하자는 게 일단 목표인데 그 전에 또다른 작품을 만나면 계획이 바뀔 수는 있을 것 같다.

Q. 대학교 새내기로서 남지현은 어떤 학생인가
남지현: 학교에 가면 내 생활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모든 걸 다 내려놨을 때 나는 그저 대학생이니까. 드라마를 할 때는 ‘나의 또다른 일’이고 그걸 마치면 내가 돌아갈 곳은 학교인 것 같다. 학교 가는 것도, 학교에서 뭔가를 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듣고, 과제도 밤새가면서 해 보고, 친구들이랑 공강 시간에 교정에 앉아 얘기하며 시간 흘려보내는 것도 좋다.

Q. 그래도 배우라는 직업으로 인해 학교에서도 남다른 주목도 많이 받을 것 같다.
남지현: 초반에만 좀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 집 앞에서 신촌으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데 의외로 잘 모르시더라(웃음) 가끔씩 버스에서 ‘어, 아닌가?’하며 긴가 민가하는 시선들이 가끔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버스 타고 풍경 흘러가는 거 보는 것도 좋아하고 지하철에 앉아서 ‘다들 무슨 생각 하시나’하고 살펴보는 것도 좋아한다.

Q.성격이 느긋해 보인다
남지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게 많은 편이다. ‘가족기리 왜 이래’로 인해 앞으로 공부나 내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만들어진 것 같다. 우린 보이지 않으면 잊혀지는데 그런 걸 늦춰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했던 작품도 처음이었다.

Q.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만한 꽃다운 나이다.
남지현: 사실 남자친구를 되게 갖고 싶다. 하하. 친구들한테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데 ‘쉽게 소개를 못 시켜주겠다’고 하더라. ‘아는 애들 중에 너에게 맞는 사람이 없어’라고도 하고. 그래도 친구들이 소개해 준 사람이면 믿고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Q. 음, 어떤 남자친구를 찾고 있나
남지현: 외적인 것에 좌지우지되지는 않는 편이다. 첫인상은 중요시하는데 외모를 보지는 않는다. 단지 예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아, 욕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Q. 아역 배우로 데뷔 이래 소속사 없이 쭉 활동해왔는데.
남지현: 아마 3~4개월 안에 어디든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부모님 생각도 스무 살이 되면 회사를 들여보내시려고 했고. 어머니가 올해로 11년째 혼자 운전이며 스케줄 관리, 인터뷰까지 모든 걸 다 해 주셨는데 혼자 너무 고생하셔서 이제는 좀 덜어드리고 싶다. 내 나이 또래에 소속사가 없는 사람도 나밖에 없는 것 같다.(웃음). 나와 가치관이 맞고 서로 배려해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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