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무드
말하는 애완 쥐와 하인과 함께 살고 있는 돈 많은 사업가 콜랭(로맹 뒤리스)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하나. 사랑이다. 그런 그에게 클로에(오두리 토투)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달콤한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클로에의 폐에 수련(垂蓮)이 자라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콜랭은 클로에의 병 치료에 모든 걸 쏟아 부으면서 재정 파탄에 빠진다. 그 사이 그의 절친 시크(가드 엘마레)는 철학자 파르트르에 대한 맹목적 열정 탓에 콜린으로부터 받은 결혼 자금 모두를 탕진한다.

10. 그래도, 미셸 공드리의 상상력만큼은! 관람지수 7

무드인디고
무드인디고

영화 ‘무드 인디고’는 ‘이터널 션샤인’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미셀 공드리의 7번째 장편 영화다. 프랑스 초현실주의 걸작으로 평가받은 보리스 비앙의 소설 ‘세월의 거품’(1947)이 원작이다. ‘무드 인디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가 있다. 나쁜 뉴스부터 전하자면, ‘이터널 션샤인’의 가장 큰 공은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었음이 이젠 확실해 졌다는 거다. 카우프만과 이별 후 ‘그 재능이 비주얼적 묘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받아왔던 미셀 공드리는 ‘무드 인디고’를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한계를 다시금 드러낸다.

본작은 미셀 공드리가 비주얼 아티스트의 대표적 인물임에 고개 끄덕이게 하지만 영화 연출가로서의 ‘그의 세계’가 진화했음을 증명하진 못한다. 이야기가 스타일에 잡아먹히는 부분이 적지 않으며 지나친 영상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실망하긴 이르다. 좋은 뉴스는 공드리의 비주얼이 점점 깊이를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전작에 등장한 이미지들이 재기발랄함에도 불구하고 가끔 형이상학적 소꿉놀이처럼 보이는 면이 있었다. 이에 반해 ‘무드 인디고’의 비주얼은 흡사 아트 같다.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가 된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무드 인디고’는 공드리의 장기인 미장센이 정점에 달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모두 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하는데 총동원된다. 남녀 주인공의 심리가 ‘비비드-파스텔-모노-흑백’에 이르는 색의 흐름으로 표현,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눈으로 느껴지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특히 엔딩으로 치달을수록 영화는 마치 흑백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거기에서 느껴지는 페이소스와 상당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공드리가 ‘현실’을 다시금 포착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터널 션샤인’이 높게 평가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놀라운 상상력 속에서도 ‘현실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드 인디고’ 역시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 산업주의와 관료주의 등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한 인상도 준다.

다만 이러한 풍자를 드러날 때 이야기 전개가 성기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것은 공드리의 문제라기보다 편집의 문제로 보인다. 미국 IMDB에 따르면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31분. 하지만 한국에서는 인터내셔널 버전인 95분으로 상영된다. 새롭게 압축된 버전이 영화의 재미적인 부분에서 더 좋을 수 있으나, 잘려나간 40분으로 인해 이 영화의 맛을 오롯이 느끼기엔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기회가 된다면, 오리지널 버전을 보고 싶은 생각. 그렇다면 미셀 공드리가 여전히 스토리텔링에 약하다는 평가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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