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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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메이비’다. 요즘 윤상현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알맞은 단어는 없을 듯싶다. 결혼, 메이비란 단어만 들어도 얼굴엔 웃음꽃이다. 지난 4일 개봉된 영화 ‘덕수리 5형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났지만, 영화보다 결혼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 메이비로 흘러가는 상황을 막을 재간이 없다. 영화 홍보를 위해 나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결국 영화보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뉴스 꼭지수를 채우고 있다. “영화사 대표님 만나면 죄송하다고 한다. 열심히 (영화) 홍보해야 하는데 머릿속에서는 결혼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기승전메이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래도 연기와 영화를 물었다. ‘덕수리 5형제’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극 중 송새벽이 연기한 동수 역을 탐냈고, 윤리 선생 역할이 그다지 맞지 않았으면서도 출연한 이유가 궁금했다. 결혼 그리고 영화와 연기에 대해 1시간가량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Q. 먼저 열애와 결혼에 관해 물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 홍보 때문에 인터뷰도 하고, 예능 출연도 하는 건데 말이다.
윤상현 :혼났다.(웃음)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영화 홍보시기와 딱 맞았다. 영화 홍보를 위한 건 아니고, 다만 결심이 섰을 뿐이다.

Q. 결심이 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윤상현 : 영화 개봉 시기가 되면 홍보를 위해 예능에 나가곤 한다. 그때 솔직하게 오픈하고 싶었다. 그래야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힐링캠프’에서 몰래 영상편지 날려보자 했는데, 광규 형 때문에 서프라이즈를 못하게 됐다. 너무 불쌍한 표정으로 알려 달라 해서 알려줬는데 ‘피노키오’ ‘나 혼자 산다’ 등 촬영할 때 떠들고 다녀서.(웃음) 매일 보다시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오래오래 같이 살아도 별문제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한테는 이야기하지 않고 ‘힐링캠프’에서 말하려 했다. 그런데 미리 알려지게 됐고, 이왕 결심한 거 확 가버리자, 이렇게 된 거다.

Q. 그럼 결혼에 대해 이야기는 하지 않은 거네.
윤상현 : 직접적으로는 얘기는 안 했다. 처음 만날 때 집안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대가족이고, 아버지도 나도 장손이라서 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명절날 오면 깜짝 놀란다. 식구들이 많아 집안에 사람들이 다 못 들어가서 2교대로 밥을 먹어야 할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어머니가 나이 드시고 힘들어하셔서 친척분들이 아침만 드시고 가신다. 개인적으로 그게 좀 그렇다. 그런 이야기를 다 했는데 좋다는 거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우리 엄마 좀 도와줘’가 그런 말이었다. (경험하지 않아서 좋다는 거 아닌가) 곧 설날인데, 이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도 걱정되고. 여하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결론은 ‘오빠랑 같이 살면서 엄마 좀 옆에서 도와줘’란 이야기를 꺼낸 거다. 좋아하긴 했는데 구정 지나봐야 알 것 같다.(웃음)

Q. 집도 새롭게 지을 생각이라고. 그것도 시댁 가까이. 메이비의 활동도 있는데, 그걸 너무 싹 앗아가는 게 아닌가.
윤상현 : 부모님하고 떨어져 지내고 싶다고 하면 그러려고 했다. 그랬더니 강아지 키우면서 전원생활을 꿈꿔왔다고 하는 거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요즘엔 집 지을 생각에 빠져 있다. 내년 봄 되면 지을 거다. 부모님 집 마당이 넓은데 이 마당에 집을 짓는 거다. 친구들이 옆에 살면 고부간의 갈등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다행히 어머니와 메이비가 수다 떨면서 잘 지낸다. 요즘 파주 출퇴근하는데, 결혼해서도 잘하겠지. 아니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는 모습을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는데.(웃음) 너무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 친구 데려가서 여기에 지을 거다 했더니 너무 좋다는 거다. 그리고 집을 지으면 책 읽고, 작업하기 좋게 맨 위층에는 서재를 예쁘게 해줄 거다. 주방도 편하게 만들어 줄 거고. 전부 그 친구의 기준에 맞춰서 집을 지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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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서 말했듯, 영화 개봉과 열애 결혼 소식이 맞아떨어졌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 시선이 마냥 고을 수만은 없다. 방송을 개인적으로 이용하느냐는 눈초리도 있을 거고, 영화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윤상현 : 영화사 대표님 만나면 죄송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괜찮다면서 (결혼식) 장소는 정했느냐는 등 많이 챙겨준다. 열심히 홍보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결혼 생각을 하게 되니까. ‘SNL코리아’에서도 개봉이 언제냐고 물어보는 데 2월 4일이라고 했다. 또 콘서트 한다고 뱉어놓은 것도 있고. 결혼을 만만히 봤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 잠도 안 온다. 나만 생각하고, 결혼을 진행하는 게 아닌가 싶다.

Q. 열애, 결혼 얘기한 뒤에 인터넷에서 기사 찾아봤을 텐데. 그에 따른 반응도 봤을 거고.
윤상현 : 솔직히 반응이 이럴 줄 몰랐다. 하루 올라갔다가 내려가겠지 생각했다. 저물어 간다고 생각했거든.(웃음) 욕심내지 말고, 가정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별 이야기도 안 했는데 관심을 주니까. 나는 세대교체가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후배 배우들도 올라오고 있고, 그 친구들이 활동할 수 있게 양보하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나이로 볼 땐 아직 한창이다. 그렇게 말할 나이는 아닌데.
윤상현 : 예전부터 말해왔던 건데 저질 체력이다. 작년하고 올해, 정말 다르다. 이래서 애 낳을 수 있겠나 생각도 해봤다. 지금까지 보약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 올해 초부터 먹고 있다. ‘갑동이’ 찍으면서 선배 연기분들께 ‘체력관리 어떻게 하세요’라고 물어봤는데 마흔이 넘으면 1년 지날 때마다 몸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정말 그렇다. 또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 비켜주는 게 맞는 것 같다.(웃음)

Q. 윤상현보다 나이가 더 많은 배우도 여전히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지 않나.
윤상현 : 그분들은 체력이 좋으신가 보다.(웃음)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지 않나.

Q. 그렇게 ‘저질 체력’인데 2세는 가능하겠나. 가족계획은 세웠나.
윤상현 : 시끄러운 게 좋다. 힘들더라도 3명까지는. 약 먹고 해야지.(웃음) 성동일 선배님이 결혼 늦게 한 걸 후회하더라. 아내와 여행도 다니면서 노후를 지내야 하는데 아이들한테 매달려 있으니까 힘들다고. 지금 성동일 선배보다 더 늦게 장가를 가는 거라 보약 먹으면서 버텨야지.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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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덕수리 5형제’는 ‘음치클리닉’에 이어 두 번째 스크린 주연 작품이다. 심사숙고했을 텐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상현 : 나는 몰랐던 건데, 전형준 감독이 대본 들고 와서 읽게 해달라고 했다더라. 그런데 회사에서는 코믹 안 하고, 스타일 바꿔볼 거라고 했고. 사실 주연보다 이것저것 조연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 그런데 ‘덕수리 5형제’는 코믹이고, 근래 많이 해왔던 착한 이미지의 캐릭터다 보니 회사에서 반대를 했나 보더라. 결국 감독님의 끈기와 의지 때문에 대본이 나한테까지 오게 된 거다. ‘음치클리닉’하고 다른 코미디고,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방자전’ 이후 송새벽 팬이 됐는데, 그 친구랑 연기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제일 큰 이유는 제목이고, 다음은 송새벽이다.

Q. ‘덕수리 5형제’란 제목이 왜.
윤상현 : 나는 ‘독수리 5형제’라고 읽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보는데 자꾸 ‘덕수리’가 나오는 거다. 그래서 다시 앞을 봤더니 ‘덕수리 5형제’더라. 제목부터 느낌이 남달랐다. 그 상황이 재밌어서 혼자서 깔깔대고 웃었다.

Q. 또 조연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윤상현 : 영화 ‘1번가의 기적’을 재밌게 봤는데, 거기에서 임창정 씨 역할 같은 캐릭터가 하고 싶었던 거다. ‘덕수리 5형제’에서 동수 캐릭터도 처음에는 형제들을 싫어하다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가까워진다. 그런 맥락이 비슷해서 그 역할이 하고 싶었던 거다. 양아치도 종류가 많은데 주로 영화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런 새로운 거에 목말라 있는 상태다. 결혼 후 영화 쪽을 두드려 보고 싶다. 두드리다 보니 ‘내조의 여왕’이 터졌듯, 영화도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하나 또 터지지 않을까.(웃음)

Q. 그럼에도 굳이 선택했다는 게 조금 이해되지 않는다.
윤상현 : 송새벽이 한다는 점이 큰 이유인 건 사실이다. 그 친구가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하고, 집중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감독이 오래 준비했다고 하니까 생각이 있어서 캐스팅했겠지 생각했다. 영화에 대해 애착도 많고, 나름대로 생각도 많고, 그래서 원하는 대로 해보자 마음먹었다. 연기하면서는 답답했다. 꽉 막힌 캐릭터다 보니까. 톤에 변화를 주거나 오버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바로 제지했다. 그래서 촬영 외적인 시간에 많이 투덜대고, 오버했던 것 같다.

Q. 직접 스크린으로 영화를 봤을 땐 어떤 느낌이었나.
윤상현 : 솔직히 찍을 때 별 기대 안 했다. 입봉 감독인데 딱 찍을 것만 찍고, 빨리 끝내는 거다. 그런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그리고 재미도 재미지만, 특색 있고 묘하다는 매력이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보고 나서 감독님을 다시 보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온 것 같고, 그 사람만의 색깔이 확실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노래가 나오는데 왜 그리 신 나는지.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코미디로 마무리해서 괜찮은 것 같다. 에필로그가 원래 없었는데, 관객들이 웃으면서 나갈 수 있게 감독님께 계속 부탁했다. 성룡 영화를 보면 그런 에필로그가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이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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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덕수리 5형제’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윤상현 : 연기적인 면보다 다른 걸 얻었다. 끝나고 나서 불만은 없다. 배우들하고 작품 끝나고 나면 연락하고 지내기 쉽지 않다. 그런데 광수와 아직도 연락하고, 새벽이도 동네 형 동생처럼 친해졌다. 찬성, 아이도 마찬가지고. 영화 찍고 나서 좋은 동생들을 많이 얻어서 좋다.

Q. 이야기를 나눠보니 참 긍정적인 사람 같다.
윤상현 : 맞다. 활동적인 성격이고, 금방 잊는다. 결정도 빨리 내리고.

Q. 데뷔작인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2005)에선 진지했던 것 같은데. 그땐 기무라 타쿠야를 닮았다는 이야기도 많았고.
윤상현 : 진지한 게 아니라 얼어서 진지하게 나왔던 거다.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 욕하는데 어떻게 편하게 연기하겠나. 1부터 16부까지 편하게 찍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때부터 장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계속 긴장하고 있으니까.

Q. 첫 작품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한가 보다.
윤상현 : 정말 심했다. 사실 연기에 관심조차 없었다. 내 이름으로 CD 한 장 내면 그걸로 땡이었다. 좋은 노래 불러서 1위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랬는데 발라드 부르고 싶은 나를 댄스 시킨다고 춤 연습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연기하라고 하는 거다. 근데 그게 되나. 대본 리딩하면 혼자만 책 읽고 있고, 자존심 상해서 화를 내면 어르고 달래서 또 미팅하고, 또 실망하고. 그러던 중에 성질 안 좋은 여자 연기 선생님을 만나 맨날 욕먹고, 울면서 배웠다. 그렇게 3개월을 배운 뒤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감독님이 보자고 해서 갔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다. 기무라 타쿠야 닮았다면서. 그런데 대본을 읽으니까 한숨을 푹 쉬더라. 두 달 동안 연습했는데 늘지 않았다. 다른 배우 쓰면 안 되겠느냐고 울면서 부탁하기도 했다. 전체 대본 리딩 때 박근형 선생님께 욕을 많이 먹었다. 그래서 박근형 선생님이 언급한 ‘똥’배우가 나라고 한 거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한 달 동안 찍었는데 나 때문에 세트를 다시 지었을 정도다. 또 제주도에서 촬영할 때인데 그때도 NG 엄청나게 냈다. 거기에서 처음 회식을 했는데 감독님이 다독여주더라. 그동안 힘들었던 게 풀리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그때가 32살이었다. 주인공 중 제일 나이가 많았다. 그때 고수 씨가 배려를 많이 해줬다. 지금도 고맙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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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0년 지났는데 지금은.
윤상현 : 지금은 연기가 매우 좋다. 하하하.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다. 그분들 아니었으면 요식업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첫 드라마였는데 화장실 가서 많이 울었고, 3개월이 너무 힘들었다. 지나고 나니 그런 게 술안주가 되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 때 세트장 앞에 내리니까 그 감독님이 담배를 태우고 계셨다. 근데 머리가 하얗더라. 그래서 울컥하기도 했다.

Q. 영화는 이제 두 번째인데 매력을 좀 느꼈나.
윤상현 : 영화에 대한 매력은 아직 못 느꼈다. 그렇게 많은 캐릭터가 있는데도 선생 역할만 두 번 했다. 그래서 영화의 매력을 찾고 싶다. 드라마는 10년 동안 해오면서 매력을 경험했다. 그래서 드라마보다 영화에 좀 비중을 둘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앞으로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
윤상현 : 겨울에 드라마를 할 계획이었는데, 결혼 준비로 취소했다. 그리고 메이비가 여행을 많이 못 다녀서 여행을 같이 다니고 싶다. 또 집도 지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리고 내년 말쯤부터 새로운 걸 하고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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