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故신해철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과 함께 우정을 나눴던 음악 동료들부터, 연예인, 그리고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모인 이들은 한마음으로 신해철의 죽음을 슬퍼했다.

오후 3시 반께 장례식장을 찾은 싸이는 신해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오열했다. 앞서 장례식장을 찾은 조용필은 지인들과 자리를 지켰다.

고인과 넥스트로 활동했던 김세황, 그리고 시나위의 신대철은 하루 종일 장례식장에 머무르며 조문객들과 슬픔을 나눴다. 신대철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분개했다. 김세황은 “해철 형은 정말 의욕적으로 컴백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아이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활동하려 했는데”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세황 외에도 넥스트 예전 멤버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슬픔을 나눴다.



영정 사진으로는 신해철의 솔로 5집 ‘더 송즈 포 더 원(The Songs For The One)’의 앨범재킷이 쓰였다. 사진 속에 입을 꾹 다문 표정은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모두가 그 사진을 보고 울었다.

이날 빈소에는 조용필 외에 한대수,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등 대선배들도 함께 했다. 선배들의 마음은 더 슬퍼 보였다. ‘로커 지망생’ 신해철에게 기타를 알려주기도 했다던 부활의 김태원은 “후배가 선배보다 먼저 떠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여기 오기까지 해철이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빈소에 오니…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넥스트 시절 함께 공연을 했던 전우와 같은 동료들은 더욱 가슴이 아팠으리라. H2O의 김준원은 “90년대 초부터 함께 무대에 오를 때에는 정말 두려울 것이 없었다”며 “2000년 중반으로 오면서 록의 상황이 안 좋았는데, 그때도 해철이는 우리 홍보를 도와주겠다며 ‘고스트스테이션’에 초대해줬다”고 말했다. 블랙홀의 이원재는 “함께 록페스티벌에 나갔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넥스트 팬들이 블랙홀 등 록밴드로 넘어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신해철은 최근까지도 창작열에 불타 신곡을 작업했다. 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해철이는 최근에도 우리 집에 놀러와 음악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신곡을 들려주며 의견을 묻곤했다”라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 작업했던 업계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넥스트의 싱글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에 엔지니어로 참여한 김은석 트리퍼사운드 대표는 “당시 그 노래 하나만 한 달 동안 녹음 작업을 했다.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내기까지 어마어마하게 고생을 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신해철의 사진을 담당했던 사진작가 로빈킴 씨는 “해철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메가데스 이야기로 수다를 떨던 기억이 난다”며 “내가 좋아하는 세 명의 신씨 신대철, 신해철, 신성우를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다니”라며 슬퍼했다.



팬들의 조문은 밤까지 계속 이어졌다. 관계자는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몇 명이 왔는지 집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팬들의 조문은 밤 9시까지로 제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장례식장 앞을 서성이며 눈물을 훔쳤다.

이외에도 태진아, 임창정, 에픽하이, 임백천, 유열, 강수지, 거미, 이상민, 박경림, 김아중, 샘 해밍턴, 유병재 등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들과 함께 블랙신드롬 박영철, 한상원, 김바다, 안흥찬, YB, 갤럭시 익스프레스, 장기하와 얼굴들, 소녀시대, god, 씨스타, 크라잉넛, 내 귀의 도청장치, 스키조, 에메랄드 캐슬 등 걸그룹부터 록밴드까지 다양한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여기서 오랜 동료들을 다 만났다. 해철이 덕분에 동창회가 열렸다”며 웃었다. 밤늦게 빈소를 찾은 서태지는 김창완과 함께 앉아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에서는 신해철의 유작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하지만 지금은 슬픔을 나누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모인 이들은 아직도 신해철이 고인이 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신해철은 지난 17일 장 협착증 수술 후 지속적인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하다 22일 스카이병원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같은 날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복강 내 장수술 및 심막수술을 받은 후 의식을 잃었다. 이후 많은 팬들이 깨어나길 기도했지만, 신해철은 끝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밝혀졌다.

고인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로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솔로와 넥스트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냈고 9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평가받았다. 빈소는 28일 오후 1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발인은 31일 오전 9시.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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