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 탐구 수첩, 에픽하이 ‘본 헤이터(Born Hater)’ 편

에픽하이 ‘본 헤이터’

에픽하이 ‘본 헤이터’

그룹 에픽하이가 지난 2012년 정규 7집 앨범 이후 2년 만에 돌아왔다. 에픽하이는 지난 21일 자정 정규 8집 앨범 ‘신발장’을 발매하고 수록곡의 음원을 공개했다. 에픽하이의 더블 타이틀곡 ‘스포일러’와 ‘헤픈엔딩’은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했으며 앨범 전 곡이 음원차트 top10에 오르는 이른바 ‘줄세우기’를 기록했다. 에픽하이의 인기는 국내 뿐만이 아니다. 아이튠즈 앨범차트에 따르면 에픽하이의 앨범은 캄보디아,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총 7개국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앞서 에픽하이는 지난 18일 오후 선공개곡 ‘본 헤이터(Born Hater)’ 뮤직비디오를 깜짝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본 헤이터’는 편견을 가지거나 특정 래퍼를 폄하하는 이들을 뜻하는 헤이터(Hater)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뮤직비디오 또한 시원한 곡만큼 독특했다. 뮤직비디오는 스마트폰 유저들을 위해 세로로 촬영된 파격적인 시도가 더해졌다.
‘본 헤이터’ 뮤직비디오는 19금 판정에도 공개 하루 만에 유투브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으며 지난 23일 오후 기준 약 230만 뷰를 기록했다. 화장실을 배경으로 래퍼들의 헤이터들을 향한 속 시원한 일침이 담긴 ‘본 헤이터’ 뮤직비디오를 탐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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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1. 에픽하이도 반가운데 피처링진까지!
‘본 헤이터’에는 에픽하이를 비롯해 힙합 신의 대세 래퍼들이 총 출동했다. ‘본 헤이터’는 하나도 둘도 아닌 무려 다섯 명의 래퍼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공개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뚜껑이 열린 ‘본 헤이터’는 기대 그 이상이었다. 래퍼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헤이터들의 편견이나 비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섰다. 돌직구 가사와 펀치라인을 통해 듣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줬다. 이와 더불어 화장실을 배경으로 각각 래퍼들은 관련된 소품과 함께 등장한다.

먼저 타블로의 배경으로는 바퀴벌레가 돋보인다. 아무리 살충제를 뿌리고 떼어내려고 해도 죽지 않는다. 이는 타블로의 안티 팬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독 안티 팬이 많았고 그로 인해 홍역을 앓았던 타블로인 만큼 안티 팬에 정면으로 맞섰다. 빈지노는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나이키 슈즈’를 한 번에 떠올리는 N사의 운동화 박스와 함께 등장한다. 또 빈지노는 미녀들과 함께 랩을 하기도 한다. 이는 ‘명품을 밝힌다’, ‘얼굴이 잘생겨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래퍼’라는 비난에 대응했다. 이어 버벌진트는 성인 잡지를 정독하고 있다. 버벌진트 역시 그를 둘러싼 게이설에 대해 맞섰다. 미쓰라진은 수많은 피자 박스와 함께 등장한다. 특히 미쓰라진의 랩 파트에서는 밝게 보이는 타블로와 달리 그의 뒤에서 그림자로 랩을 하는 미쓰라진의 모습이 보인다. 이는 ‘에픽하이에서 타블로에게 가려져 있다’는 헤이터들의 비난을 표현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인 위너의 송민호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등장한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란 타이틀로 ‘쉽게 가수가 됐다’는 비난을 정면 반박했으며 야구 방망이로 분노를 무한 표현한다. 이는 어쩌면 아이돌이기에 행동에 조심해야 하고 감정 표현을 참아야 한다는 세상의 고정관념에 반발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Mnet ‘쇼미더머니3’ 우승자 바비는 챔피언 벨트와 함께 등장한다. 또한 바비는 ‘쇼미더머니’가 의미하는 것과 같이 많은 돈과 함께한다. 어린 나이에 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바비였기에 그를 향한 질투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바비는 유쾌하게 풀어내며 헤이터들에게 일침을 날렸다. 비아이의 활약도 돋보인다. 비아이는 래퍼들의 장면에 함께 등장한다. 비아이는 흰 옷을 입고 래퍼들의 화장실을 청소하며 공간을 정화하고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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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2. 각각 장면에 담긴 숨겨진 의미
‘본 헤이터’ 속에는 ‘7대 죄악’이 담겨져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DJ 투컷은 나태함을 나타낸다. 뮤직비디오 속 DJ 투컷은 디제잉을 하고 있지만 어떠한 표정도 없이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DJ 투컷의 모습은 진정 음악을 즐기기 보다는 흥미 없이 나태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타블로는 질투를 나타낸다. 타블로는 화장실 벽에 걸려있는 명화를 부정하며 그를 질투하고 있다. 또한 타블로를 괴롭히는 바퀴벌레들은 남을 시기하고 질투해 루머를 만드는 안티 팬들을 일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빈지노는 탐욕을 나타낸다. 빈지노의 배경으로 N사의 운동화가 필요 이상으로 가득 쌓여있다. 이는 끝없이 원하고 유명한 브랜드를 원하는 탐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극적인 성인 잡지를 보는 버벌진트의 모습은 성욕을 나타낸다. 피자를 계속해 열심히 먹고 있는 미쓰라진의 모습은 식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송민호는 분노를 나타낸다. 송민호는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를 들고 휘두르는 모습으로 파괴욕과 분노를 의미하고 있다. 또한 욕설은 하지 않았지만 기발한 펀치라인으로 자신의 분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바비는 오만을 의미한다. 돈으로 부채질을 하고 바닥에 잔뜩 뿌렸으며 나이대도 비슷한, 착실히 청소를 하는 비아이에게 돈을 쥐어주기도 한다. 바비를 둘러싼 배경으로는 챔피언 벨트와 트로피가 가득하다. 이 역시도 오만한 모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흰 옷을 입고 등장한 비아이는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래퍼들 사이에서 착실히 청소를 하고 있다. 또한 비아이는 버벌진트와 함께 성인 잡지를 보고 웃는 등 소심하게 어울리기도 한다. 비아이의 모습은 다른 래퍼들과 달리 선이나 순수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가끔씩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댓츠 노노(That’s No No)’라며 그것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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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pater3. 화장실의 비밀은…?
많고 많은 배경 중에서 왜 하필 화장실이 등장할까 깨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멋진 모습과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래퍼들의 캐릭터와 화장실은 너무도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화장실과 ‘본 헤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꽤 어울린다. 화장실은 배설의 장소로 언급되고 있다. 또한 화장실은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의 ‘해우소’로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화장실은 어쩌면 악플을 배설하는 헤이터들의 모습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다른 시각으로는 래퍼들의 근심을 풀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 에픽하이 ‘본 헤이터’ 뮤직비디오 캡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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