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그것도 아이돌 걱정이라 했다. 하지만, 어디 그렇기만 한가.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으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아이돌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자타칭 아이돌 박애주의자인 텐아시아의 두 기자가 모여 이들에 대해 얘기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이돌과 관련된 것이라면,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이슈든, 소소하지만 의미 깊은 것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회담을 펼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주제는 ‘아이돌 장수 비결’이다.이정화 : 요즘 아이돌 그룹 탈퇴와 관련한 이슈가 많았죠. 엑소 크리스, 루한을 비롯해 소녀시대 제시카, 그리고 엠블랙이나 제국의아이들을 둘러싼 잡음까지 있고. 장수하는 아이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수정 : 1세대 아이돌 시절 H.O.T.(데뷔 1996년)나 젝스키스(데뷔 1997년)가 6년 안에 해체를 하는 바람에 요즘 아이돌이 7~8년 차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소녀시대 제시카 사태가 벌어진 걸 보고 ‘역시, 장수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화 : 소녀시대가 2007년에 데뷔했으니 올해 햇수로 데뷔 8년 차죠. 개인적으로 소녀시대는 9명 멤버 함께 장수하길 바랐는데… 사실 아이돌 걸그룹은 예쁠 때 한창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가기 어렵잖아요.
박수정 : 맞아요. 이번에 엠블랙도 그렇고… 보이그룹은 군대도 가야 하니, 장수를 위한 비결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 장수 아이돌의 비결① “그룹 활동을 최우선으로”
이정화 : 장수 아이돌, 누가 있죠?
박수정 : 현존 최장수 아이돌 신화가 있어요!
이정화 : 샤이니는 2008년에 데뷔했으니 7년 차. 요즘은 6년 차인 비스트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네요?
박수정 : 그러고 보니 신화, 샤이니, 비스트는 멤버 교체도 한 번도 없었네요.
이정화 : 멤버 교체가 한 번도 없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박수정 : 데뷔 초반부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서 멤버 교체의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아요. 걸스데이나 에이핑크는 모두 멤버 탈퇴를 겪은 그룹이고, 나인뮤지스나 애프터스쿨은 졸업 제도라는 걸 표방하고 있잖아요. 여러 사례들을 보면 데뷔 초기에 이뤄지는 멤버 교체는 타격이 적거나 오히려 ‘신의 한수’라고도 평가되는데,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뒤에 멤버 교체나 탈퇴가 있으면 장수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이정화 : 탈퇴나 멤버 교체 이유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가 있죠. 가장 크게는 돈, 그리고 개별 활동 차이에서 오는 박탈감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그걸 잘 맞춰나가는 게 팀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죠. 이번에 일곱 번째 미니앨범을 낸 비스트는 개별 활동을 하는 멤버들이 있는데, 그럼에도 함께 뭉쳐서 좋은 앨범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어 보여요.
2009년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6년 차가 된 비스트. 최근 ‘타임(Time)’ 앨범으로 돌아왔다.
박수정 : 최근에 비스트를 인터뷰했을 때, 리더 윤두준이 그룹 활동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요. 작년에 개별 활동을 더 많이 했는데 그룹 폼이 떨어졌다고 말한 것도 있고, 비스트는 자신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영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 기사(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348277)도 썼잖아요. 하하. 약간 아쉬운 건, 신화나 비스트를 보면 그룹 인지도는 확실히 있는데 개별 활동에서 아주 뚜렷한 성과를 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이정화 : 일단은 팀의 브랜드를 빨리 알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먼저 나서야 하는 멤버들이 있으니깐요. 상대적으로 개별 활동이 덜한 멤버들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수정 : 아, 소위 말하는 입덕 멤버?
이정화 :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것도 하나의 전략인 거고. 브랜드를 알리고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별 활동 관련해서 더 말하면, 소속사 관계자들을 만나 “왜 그 멤버는 개별 활동을 안 하냐”하고 물으면 “아직 많이 어리고, 조금 더 차분히 내실을 키우고 있다”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해요. 결국엔 속도의 차이가 있는 것뿐이죠. 팬의 입장에서는 최애 멤버(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겠지만, 팀 안에서 본다면 이 과정 속에서 속도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멤버가 있다면 그 팀은 오래가는 것이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면 균열이 일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박수정 : 아, 그러면 그룹으로서 일단 탄탄한 인지도를 쌓는 것이 최우선 과제겠네요. 사실 멤버가 먼저 두드러지는 그룹을 보면, 그 멤버가 아이돌 멤버였다는 것에 놀랄 뿐이지 그게 그룹 인기 자체로 연결된다기보다 악성 개인팬이 생기는 역효과 아닌 역효과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룹으로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개인 활동에 진출하는 것을 보면 먼저 그 그룹에 기대여 홍보를 할 수 있고, 개인 활동이 성공을 이루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신화가 대표적인 예죠.
이정화 : 맞아요. 아 그나저나, 에릭이 나온 ‘연애의 발견’ 너무 좋았어요. (웃음) 신화가 언제 데뷔했죠?
박수정 : 1998년 3월 24일이요.
이정화 : 그렇게 오래됐나요? 17년 차네요. 신화도 위기를 많이 겪지 않았나요? 어떻게 극복했죠?
박수정 : 여러 구설수에 많이 휘말리기도 했는데 신화는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에릭이 자신에게 들어오는 억대 스카우트를 다 거절하고 신화를 위해 양보했고, 지금도 에릭이나 이민우가 대표로 나서서 신화를 추스르죠. 감동이에요. 또, 구설수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팬덤이 탄탄해서 그런 거 같아요.
# 장수 아이돌의 비결② “국내의 탄탄한 코어 팬덤”
이정화 : 신화는 해외 활동을 많이 안 했던 건가요?
박수정 : 1세대 아이돌 시절은 지금처럼 1개월 정도 활동하고 활동을 접는 게 아니라 2~3개월 정도 활동하고 6개월은 공백기라는 패턴이 있었고 이게 또 당연하게 받아 들여졌잖아요. 그래서 공백기에도 팬덤이 유지될 수 있었죠. 게다가 지금처럼 아이돌이 우후죽순 나오는 게 아니었으니깐, 갈아타는 팬들도 별로 많이 없었어요.
이정화 : 요즘은 갈아타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다 걸쳐 있죠. 사실 한 그룹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코어 팬이 있어야 팬덤이 유지되고, 나아가서는 그룹도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은데… 음, 코어는 일부인 것 같아요.
박수정 : 그럼, 코어한 팬덤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정화 : 해외 활동이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엔 국내 공백기에도 해외 활동하면서 SNS를 통해 계속 소식을 알리고, 자체 제작 리얼리티를 만들면서 팬들에게 일명 ‘떡밥’을 계속 제공하는 게 중요하죠. SNS만 해도 예전처럼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계정만 있는 게 아니라 개인별로 다 가지고 있어서 그걸 적절히 활용해야 할 거 같아요. 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창구를 단순히 전략적인 공간으로만 보는 건 아니에요. 방법이 그렇다는 말이죠.
박수정 : 그런데 요즘은 다 SNS나 리얼리티를 활용하잖아요. 그렇게 똑같이 해도 성공하는 그룹이 있고, 못 하는 그룹이 있는데 그건 무슨 차이일까요?
이정화 : 음… 좋은 노래? 하하하하하.
# 장수 아이돌의 비결③ “좋은 노래가 관건”
박수정 : 하하하. 말은 쉽죠… 아, 제가 얼마 전에 영화 ‘나인뮤지스 : 그녀들의 서바이벌’을 연출한 감독님을 인터뷰(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339484)했는데 그분이 데뷔곡만큼은 귀에 박히는 후크송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여기에 보태서 데뷔곡은 최대한 괜찮은 노래로 오래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피니트의 데뷔곡 ‘다시 돌아와’도 엄청난 후크송인데 나름 오래 활동한 것 같아요. 팬이 아닌데도 그 멜로디가 계속 기억에 남아요. 인피니트가 한 번에 성공하진 않았지만, 그 영향이 컸을 것 같아요.
이정화 : 아직도 그 멜로디가 생각나는 걸 보면 대단했던 노래인 건 맞아요. 요즘은 데뷔해서 노래 하나 내놓고 반응이 없으면 금방 접어버리는 것도 문제예요. 소속사 쪽에선 당연히 비용적인 문제가 있으니 반응을 보고 내릴 수 밖에 없는데… 차분차분 키워가려면 진득하게 1~2주라도 더 봐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죠. 게다가 요즘은 후속곡 활동도 거의 하질 않아요. 그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좀 특이한 케이스고. ‘호르몬 전쟁’으로 정규 1집 후속곡 활동을 하잖아요. 올해 초에도 ‘상남자’에 이어 ‘하루만’도 했었고.
박수정 : 맞아요. 작년에는 ‘진격의 방탄’으로도 후속곡 활동을 했어요.
이정화 : 아이돌의 콘셉트와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건 타이틀곡 하나만으로는 조금 부족해요. 소속사도 부담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 짊어지고 가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박수정 : 반응이 없다고 빨리 접지 말고, 신곡 나올 돈으로 처음부터 좋은 노래로 좀 오래하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 시스템이 아쉬워요.
이정화 : 다 같이 속도를 조금씩이라도 늦추려고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뭐 유행한다고 하면 우루루 따라갔다가 또 바로 접잖아요.
박수정 : 단적인 예로 지팡이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죠. 하하하.
이정화 : 아이돌도 유행 따라 하다가 나와서 안 되면 접고… 소모되는 아이들이 걱정이네요.
박수정 : 저기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뭔지 알아요? 연예인 걱정이래요. 그래도 우리 다음다음 주에도 걱정해요.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신컴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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