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0시 서태지의 신곡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공개와 함께 새 앨범인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윤곽도 슬슬 드러나고 있다. 이 곡은 ‘김장해 다들’이라는 패러디 영상까지 만들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밴드 사운드가 중심이 된 음악은 미리 공개됐던 ‘소격동’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평론가 6명 중 4명은 음악적으로 봤을 때 ‘소격동’보다 ‘크리스말로윈’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소격동’ 서태지 버전보다는 ‘크리스말로윈’이 완성도 면에서 앞선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일렉트로 팝을 많이 들었다는 것이 확실해졌으며, 라이브를 유념했기 때문인지 록밴드 포맷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김성환 씨는 “밴드 사운드를 강조한 ‘크리스말로윈’이 ‘소격동’보다 사운드 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일렉트로 팝을 시도하되 뻔한 진행을 피하고 자신의 색을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딱히 연상되는 곡이 없다. 즉, 레퍼런스 이야기가 안 나올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크리스말로윈’은 밴드의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최근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는 장르인 일렉트로니카의 하위 장르인 트랩, 덥스텝의 영향이 느껴진다. 음악 장르에 대해 음악평론가 강일권 씨는 “EDM의 하위 장르인 ‘멜버른 바운스’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뽕끼가 느껴지는 신스 비트의 음악으로 최근 클럽에서 유행하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은 아니라는 평이다. 음악평론가 한명륜 씨는 “그가 내세우는 것만큼 새롭지도 유일하지도 않다. 그러나 듣다 보면 이지리스닝적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곡의 사운드에 대해 한 씨는 “여유 속에 악센트와 세기가 살아 있는 리듬 파트, 배경에 흐르는 기타의 라인과 톤이 조화롭다. 코러스 파트로 넘어가기 전 과한 욕심을 배제한 서태지 본인의 보컬도 담백하다”고 말했다. 가사와 사운드의 조화에 대해서는 “가사에 담으려고 한 ‘선악의 양면성’ 등 무거운 주제를 상기시키기에는 곡이 너무 편안하다. 오히려 대놓고 이지리스닝을 표방했던 ‘소격동’보다도이 곡이 더 부드러운 멜로디를 지니고 있다 여겨질 정도”라며 “이 정도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도 도발적인 사운드적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긴장하라는 서태지의 엄포는 차라리 귀여운 실패”라고 평했다.

‘소격동’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음악평론가 김윤하 씨는 “‘크리스말로윈’은 의도하고 레트로한 신스 사운드를 사용했는데 약간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렉트로트니카’라는 우스갯소리로 회자되기도 한다”며 “록을 선호하는 이들은 ‘크리스말로윈’에 가산점을 주겠지만, 서태지의 피터팬과 같은 감성의 멜로디는 ‘소격동’에 더 잘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김두완 씨는 “‘크리스말로윈’은 다층적인 사운드와 곡 구성이 처음에는 신선하게 들리지만 롱런할 곡은 아닌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집약하려다 사운드가 과해진 것 같다”며 “차라리 소격동의 미니멀한 접근이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태지 ‘크리스말로윈’

‘크리스말로윈’과 함께 서태지의 음악을 연주할 밴드 멤버도 공개됐다. TOP(기타)은 서태지가 ‘울트라맨이야’로 뉴 메탈을 하던 시절부터 함께 해온 멤버다. 이외에 강준형(베이스), 최현진(드럼) 역시 이전 앨범에서 서태지 밴드로 활동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스킴은 최근 국내 재즈계에서 실력파로 떠오른 신인 피아니스트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강렬한 외모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태지 밴드의 연습량은 상당하다. ‘울트라맨이야’를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 최창록(디아블로)는 “그때 서태지 밴드 연습량이 대단했다. 짧은 시간에 합이 나와야 하니까. 밴드의 합이라는 것이 1~2년 활동해도 나오기 힘든데, 서태지 밴드는 짧은 시간에 그 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말 미친 듯이 연습했다. 두세 달 정도 연습기간을 통해 밴드의 합이 나와서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서태지 밴드의 연습량도 대단했다. 한 관계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철저하게 연습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악기 편곡은 서태지가 직접 했으며, 연주의 세세한 부분까지 서태지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밴드 사운드에 대해 음악평론가 김두완 씨는 “사실 서태지가 밴드를 추구하긴 하지만, 그의 음악이 밴드 연주자의 개성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 서태지 밴드의 멤버는 서태지가 만든 음악을 구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음악평론가 김윤하 씨는 “서태지는 자신의 밴드 멤버를 고르는 눈이 탁월하다. 자신이 생각한 사운드를 제대로 최상의 퀄리티로 구체화해줄 수 있는 테크니션을 고를 줄 안다”고 말했다.

서태지 밴드의 사운드는 18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되는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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