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압구정 백야’

임성한 월드는 계속된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에서 봄직한 요소들을 드러내며 점차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일 첫 방송한 ‘압구정 백야’는 비구니차림으로 클럽에서 춤을 추고, 친오빠에 대한 집착으로 올케를 괴롭히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의 등장으로 또 한번 막장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여기에 그간 임성한 작가 드라마에 등장했던 특유의 소재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또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킬 조짐이다.

우선 ‘압구정 백야’의 자기 할 말을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여주인공 백야(박하나) 캐릭터가 전작 MBC ‘오로라공주’의 오로라(전소민)을 떠올리게 한다. 두 캐릭터 모두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인생 철학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스타일이다.

첫 회에서 백야는 아버지 산소를 찾아간 올케가 동태전만 했다며 “적어도 삼색나물은 해야하지 않냐”라며 오빠에게 투덜거렸다. 그 과정에서 “혼 없다고 생각해? 정성을 다해야 한단 말이야. 그래야 넋이지만 감동 받아서 좋은 애 태어나게 해주지. 효도를 해야 효도를 받는 거야”라며 오빠를 가르쳤다.

또 백야는 포차에서 술을 마시다 오빠가 가버리자 만삭의 올케를 불러 데리러 오라고 하고, 아이스크림 값까지 대신 계산해달라는 등 안하무인 격으로 굴다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점을 꼬집어 “호칭을 제대로 하라”며 단단히 꾸짖기도 했다.

‘오로라공주’에서 오로라가 세 명의 시누이들에게 무참히 당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백야가 시누이가 돼 올케의 행동을 사사건건 트집잡으며 시월드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다.

4회에서는 ‘오로라공주’의 떡대를 연상하게 하는 개 ‘왕비’가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장무엄(송원근)이 친구의 개 왕비를 일주일간 맞아 기르게 되면서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어머니 문정애(박혜숙) 속이고 몰래 방안으로 개를 데려왔다.

임성한 작가의 개사랑은 그간 작품 속에서 익히 드러나 왔다. SBS ‘신기생뎐'(2011)에서는 남자 주인공 아다모(성훈)의 부친 아수라(임혁)이 아내나 외동아들보다 반려견을 더 사랑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오로라가 떡대를 천대하는 시누이들에게 불만을 품고 집을 나가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만화를 보는 듯한 말풍선도 다시 등장했다. 극중 장무이 형 장화엄(강은탁)과 결혼과 삼천배 등으로 실랑이를 벌였는데, 이때 갑자기 ‘했다고 하면 됐지 뭐’라는 말풍선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실소하게 했다. ‘오로라 공주’에서 논란이 일었던 말풍선이 이번에도 재등장한 것.

앞서 ‘오로라공주’에서는 인물들이 속마음을 말풍선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일일극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이 장치를 새로운 시도로 볼 수도 있지만,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 맞춤법을 지키지 않은 채팅용어 같은 말들이 담겨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특히 떡대가 말풍선을 사용해 개의 속마음까지 대사 처리해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불교’에 관한 이야기 또한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첫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비구니 차림을 한 것과 등장인물의 뜬금없는 삼천배나 축원기도의 언급 등이다. ‘오로라 공주’에서도 누나들의 결혼 반대에 상심한 남자주인공 황마마(오창석)가 출가하겠다며 절로 향하는 극적인 전개를 보여준 바 있으며, 동성애자였던 나타샤(송원근)가 108배 이후 이성애자가 됐다는 황당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는 매번 그만의 요리철학이 등장하기도 했으니 이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소문난 미식가로 알려진 임성한 작가는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레시피는 물론, 건강에 좋다며 독특한 음식을 소개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압구정 백야’에서는 육선중(이주현)이 맛있는 건 생각났을 때 먹어야만 하는 캐릭터로 그려지는터라 다양한 임성한 식 푸드소개가 차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 같은 요소들을 반복하고 있는 임 작가만의 고집을 개성으로 봐야할 지,오기로 봐야할 지 의문이다. 또 향후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 이 기상천외한 요소들이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또 ‘압구정 백야’가 임성한 월드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변칙들을 또 다시 양산해 낼지도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압구정백야’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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