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는 막심(류정한)에게 우연히 나타난 그녀(김보경).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로 향하는데, 그곳은 외양은 아름답지만 기묘하고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차다. 이러한 이유는 오직 하나, 막심의 죽은 전(前) 부인 레베카의 그림자가 저택 곳곳에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집사 댄버스 부인(신영숙)은 새로이 안주인이 된 그녀를 극도로 경계하고,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막심부부를 압박해오는데….(중략)

2013년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뮤지컬이 다시금 돌아왔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이 공연의 원작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원작 소설을 소재로 만든 영화와 뮤지컬이 모두 관객의 사랑을 받은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것. 한편으로 소설, 영화, 뮤지컬이 극의 기본적인 구성은 같지만, 결말이 상이하다는 것도 독특하다. 동일한 작품이면서도 장르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 결말의 어떤 부분이 차이점을 보일까?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 신비에 싸인 여인 레베카를 둘러싼 죽음의 원인이다. 소설에선 주인공 막심이 격분해 레베카를 총으로 쏴 죽이지만, 영화에는 막심과 몸싸움을 벌이던 레베카가 실수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죽는 걸로 각색된다. 2급 살인이 사고사로 바뀐 것이다. 공교로운 건 뮤지컬에선 소설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반전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리고 그 반전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댄버스 부인이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른다. (스포일러라 더 이상 언급할 수 없음)

영화 그 이상의 매력

영화 ‘레베카’는 감독 히치콕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환점의 위치에 있다. 바로 그가 할리우드에 연출한 첫 작품인 동시에 처음부터 모든 앵글로 장면을 촬영하는 할리우드 방식을 거부해서다. 할리우드 첫 진출작부터 히치콕 스타일이 결정된 것이다. 또한 영화 속 맨덜리 저택은 로케이션이 아닌 미니어처로 처리했는데, 오히려 이러한 촬영방식이 저택의 존재를 더욱 신비롭게 보이게 했다.

뮤지컬 ‘레베카’의 내용은 원작보단 히치콕의 영화와 유사하다. 막심부부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라스트신에서 댄버스 부인이 죽고 저택이 불타는 장면 모두 영화와 동일하다. 그리고 뮤지컬 ‘레베카’는 히치콕의 영화에는 없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

우선 음울하고 단조로운 흑백 스크린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게 무대 세트의 규모와 조명 장치가 아주 화려해서 볼거리가 상대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세트와 영상을 교묘히 조합시켜 맨덜리 저택이 불타 허물어지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2013년에 놀라운 무대장치를 보여준 이 장면이 이번 공연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등장했다. 공연용 가스정화 장치와 화약을 사용한 첨단 특수효과는 이 공연의 백미라 불릴 만하다.


주요 등장인물 간에 펼쳐지는 섬세한 연기도 일품. 특히 주인공(I)과 댄버스 부인 간에 펼쳐지는 심도있는 신경전은 객석을 긴장하게 만들 정도다.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의 열창도 객석 분위기를 일순간 긴장감에서 환호성으로 바꾸었다. 예전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댄버스 부인 역의 신영숙 버전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 공연의 메인 뮤직넘버 ‘레베카’와 ‘미세스 드 윈터’는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선율이다.

따라서 뮤지컬 ‘레베카’는 여타 공연에는 거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영화, 연극, 뮤지컬 세 요소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뮤지컬이 바로 ‘레베카’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연동원 문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