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언니, 참 솔직하다. 도도한 외모와 달리 거침없이 털털하다. 5년차 걸그룹 레인보우에 대한 솔직한 생각부터 최근 끝마친 작품 SBS ‘기분 좋은 날’에서 펼친 연기에 대한 평가까지 가식이라곤 없이 솔직담백하다. 꾸밈없이 자신을 표현하니 자신을 향한 지적이나 평가에도 감내하며 성장할 줄 안다. 그래서인지 이제 첫 정극 연기를 마친 고우리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KBS2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로 연기에 첫 발을 들인 고우리는 SBS 주말극 ‘기분 좋은 날’로 첫 정극 데뷔를 마쳤다. 최불암, 나문희, 김미숙, 손창민 등 쟁쟁한 배우부터 박세영, 빅스 홍빈 등 또래 배우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했던 ‘기분 좋은 날’을 통해 고우리는 연기자로서 배움의 터전을 마련했다. 올해 안에 또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목표를 밝힌 고우리는 이제 그 배움의 터전을 넓힐 일만 남았다.

Q. 지난 5일 ‘기분 좋은 날’이 마지막 방송을 했다. 본방사수했나?
고우리 : 보면서 눈물이 정말 많이 났다.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모든 화가 지나가더라. ‘하나를 무사히 끝마쳤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많이 부족했지만, 하나를 해낸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Q. 오랜 호흡의 정극 연기는 처음이다. 시트콤 경험도 있었는데 어떤 차이를 느꼈나?
고우리 : 시트콤을 할 때는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여기는 같이 할 수 있는 배우들이 12~13명이고 함께 호흡을 맞추니까 달랐다. 그때가 맛보기였다면 지금은 한 발을 딱 뗀 느낌이다.

Q. 많은 인원수가 가족처럼 모이니 분위기가 참 좋았겠다.
고우리 : 북적북적했다. 진짜 대가족이다. 평소에도 드라마처럼 엄마, 형부, 삼촌, 언니 그런 식으로 부르니 더 화기애애했다. 나는 현장에서는 우리가 아닌 다인(극중 배역 이름)이었다. 재미있었다.

Q. 그런 분위기라면 촬영이 끝나고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고우리 : 캐릭터가 나와 비슷했고, 많이 다르지 않아서 촬영이 끝난 뒤에도 평소랑 비슷했다. 다만, 항상 월요일이면 세트장에 갔는데 인터뷰를 한다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허전한 느낌이 든다.

Q. 하나를 제대로 끝냈으니 연기에 대한 욕심도 생겼을 것 같다.
고우리 : 욕심이 생긴다. 아, 좀 더 잘하고 싶다. 왜 이렇게 못했을까?

Q. 가면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는데?
고우리 : 가면 갈수록 다인이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긴 했다. 선생님들께서도 괜찮아졌다고 하시고.. 그 전에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Q. ‘기분 좋은 날’에는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 있었지 않나. 어떻게 가르침을 받았나?
고우리 : 연기 지도를 많이 해주신 건 손창민, 김미숙 선생님이다. 같이 붙는 장면이 많아서 연기지도를 자연스럽게 해주셨다. “대사를 해봐”라고 시킨 뒤 디테일을 지적하면서 호흡을 잡아 주신다. 열심히 따라하고 나서 검사받는 학생의 심정으로 어땠냐고 물어본다. 처음에는 “음…머~”라고 하시다가 중반 이후부터 “이제 잘 알아듣는다”면서 리액션이 커지셨다. 나중에는 잘 표현을 하는 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Q. 선배님들과 함께 작품을 하니 확실히 배우는 측면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았겠다.
고우리 : 선배님들은 생각지도 못한 분석을 하신다. 나는 아직 경험도 적어 A나 B까지만 생각을 하는데 선배님들은 C, D, E, F까지 다양하게 보신다.

Q. 상대 배우인 빅스의 홍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홍빈은 연기가 처음이었다.
고우리 : 처음엔 내가 그래도 조금 더 경험이 있으니 이끌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서 많이 못 도와준 것 같다. 하하. 우리는 서로 맞춰보기 급급했던 것 같다. 혼나면 안 되니까. 현장에서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대사를 맞춰봤다.

Q. ‘기분 좋은 날’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나?
고우리 : 모든 비밀이 밝혀진 후에 우는 장면이 많았다. 방에서 울고, 집 앞에서 울고, 계속 울었다. 하루 종일 울어야 되는 상황이었다. 만약 감정씬이 초반에 있었으면 잘 못했을 텐데 다인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많이 배운 뒤에 하게 돼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현장 스태프들도 감정을 잡는 데에 많이 도와주셨다. 조명도 꺼주시고, 앞에 곽시양 오빠가 감정을 잡을 수 있게 손도 잡아주고, 도와줬다. 홍빈이랑 셋이서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있었다. 서로 감정을 같이 가지면서 시작을 해서 좋았다.

Q. 눈물 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고우리 : 슬혜 언니를 보며 많이 배웠다. 슬혜 언니가 초반에 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울지 싶었다. 눈물의 여왕! 어떻게 하면 우냐고 물으니까 연습을 많이 해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언니한테 많이 의지했다. 슬픈 장면이 나올 때 언니를 보고 따라 울면 시너지 효과가 나니까 많이 배웠다. 세영이도 잘 우는데 셋이 같이 있으면 눈물 연기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Q. 하나의 드라마를 끝내고 자신감을 얻은 부분도 있겠다.
고우리 : 카메라 앞에서는 확실히 편해진 것 같다. 처음에는 내 차례가 되면 ‘준비 시작!’하고 연기를 했다.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다. 김미숙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숨 쉬고 있다가 해야하는데 너는 ‘준비 시작’ 하니까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듣고 여유롭게 들어가게 됐다.



Q. 21세 대학생 캐릭터였다. 실제 나이보다 어린데 노력했던 점이 있나?
고우리 : 나와 세영이가 동갑인데 세영이가 언니고, 내가 동생 역할이다보니 더 어리게 보여야 했다. 그래서 드라마 내내 머리띠나 스냅백을 주구장창 쓰고 갖은 노력을 했다. 하하. 또 내가 애교가 없는 편이라 애교 연기가 힘들기도 했다.

Q. 레인보우 멤버 중에 애교가 많은 멤버는 누구인가?
고우리 : 실제로 애교가 많은 사람은 지숙과 노을이고, 보여 달라 그러면 정말 잘하는 건 현영이다.

Q. 레인보우 멤버들이 다들 연기 경험이 있지 않나. 멤버들과 연습도 함께 하나?
고우리 : 물론이다. 상대방 대본에 맞춰서 해주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정말 재미있다. 멤버들마다 캐릭터가 다 틀리지 않나. 현영이는 ‘하숙 24번지’에서 된장녀니까 실생활에도 빙의가 되서 ‘나 이런 거 안 먹어’라고 말하고, 우리는 거기에 맞춰준다. 하하. 옛날에 노을이가 사극 나올 때에는 우리가 노을이보고 항상 ‘연심아 밥 먹자꾸나’ 이러면서 사극톤으로 불렀다. 하하.

Q. 드라마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닌다고 들었다.
고우리 :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하하.

Q.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고우리 : 공포 쪽에도 관심이 있는데 최근에 생각난 게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염정아 선배님을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얼마 전에도 말투나 분위기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염정아 선배님이랑 같은 작품의 엄마와 딸이라거나 아역 배우로 함께 출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거 있지 않나. 판타지인데 시간과 과거를 왔다가는 그런 드라마. 재미있을 것 같다.



Q. 레인보우 멤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멤버들 근황을 알고 싶다.
고우리 : 노을이는 얼마전 KBS2 ‘출발 드림팀’ 촬영을 해외로 다녀왔다. 노을이는 해외로 나가는 프로그램을 많이 찍고 온다. 여행가서 먹는 것을 많이 하고 있다. 하하. 승아는 학교생활도 하고 있고,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재경이는 알다시피 드라마나 ‘겟잇뷰티’ 등 이것저것 하고, 지숙이는 블로그랑 KBS1 ‘아침마당’을 비롯해 리포터를 하고 있다. 현영이는 ‘하숙24번지’를 비롯해 지숙이랑 ‘아이언맨’ OST도 불렀다. 윤혜는 JTBC ‘맏이’란 드라마를 했고, 현재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다.

Q. 개는 안 키우나? 하하. 최근 김재경이 자신의 애완견 마카롱을 입양해 사랑을 쏟고 있다.
고우리 : 난 안 키운다. 멤버들이 예전부터 개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반대파였다. 한 공간에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정말 큰일이다. 털 관리도 해야 하고, 비염이 있는 친구도 있고, 난 실질적인 생각을 하니까 부딪치기도 했다. 우리는 다수결 제도가 있어서 개를 키우지 못했는데 본인들이 너무 키우고 싶어서 집에서 한둘씩 키우고 있다. 재경이는 (마)카롱이 입양을 위해 준비도 철저히 하고 고민도 많이 해서 훨씬 좋다. 우리가 그런 고민의 과정을 걸치고, 생각을 많이 한 이후에 키우게 된 거니까 보기가 좋더라. 지금은 나도 정말 좋다. 카롱이만 숙소에 있는데 카롱이가 점잖아서 더 기특하다. 하하.

Q. 레인보우를 두고 ‘뜨는 거 빼고 다 잘하는 그룹’이라는 안타까운 별명도 있다.
고우리 : 들어봤다. 내 생각으로 연예계에 레인보우라는 팀 자체가 신기한 그룹이 돼버린 느낌이다. 어딜 가면 ‘우와, 레인보우다’라고 한다. 우리가 1위를 한 그룹도 아니고, 빵 뜬 그룹도 아니고, 인지도도 다 비슷비슷한데 뭔가 우리 그룹을 보면 알아보고 신기해한다. 전설 속에 동물 해태 같다. 하하. 방송국에서도 우릴 궁금해 하더라.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그룹이 된 것 같다. 행사 같은 데 가도 인지도가 높다. 반응이 재미있다. 모르시진 않는다. 어떤 그룹은 한 멤버가 뜨면 ‘그 사람이 아이돌이었어?’라고 놀라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는 아무리 개인 활동을 해도 레인보우라는 걸 다 안다. ‘레인보우 김재경’, ‘레인보우 고우리’ 다. 특이하다.

Q. 이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고우리 : 우리가 여러 가지 콘셉트도 해봤고, ‘무엇을 못해서 그런가’ 이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뭔가 다 때가 있나보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아쉽긴 하다.

Q. 자신이 이것만 고치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
고우리 : 팔자, 사주? 하하하. 농담이다. 뭔가를 꼭 짚어서 고친다기보다 계속 열심히 살고 싶다.

Q. 50대가 됐을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고우리 : 좋은 가정을 꾸리고, 그때도 일을 계속 있다면 완전 때땡큐지.

Q. 가장 힘이 나는 댓글은 무엇인가?
고우리 : ‘이 언니 호감이다’라는 글을 보면 잘 살았다고 생각이 든다. ‘이유 없이 비호감이야’란 말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이유 없이 비호감이면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지 않나. 하하.

Q. 하하.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고우리 : 한 작품 더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연기자 고우리로 인사드리고 싶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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