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명량’ 속 최민식
한미 극장가를 동시 장악한 배우 최민식의 이야기로 영화계가 뜨겁다.이순신이 한국 극장가를 초토화시킬 때, 미국에서는 루시와 그녀를 괴롭히는 악당 미스터 장이 관객들을 극장가로 빨아 들였다.
1990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의 꾸숑 역으로 스타로 발돋움한 최민식은 ‘넘버3′를 통해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쉬리’(1999)와 ‘올드보이’(2003)로 한국 영화계의 허리로 자리매김한 그는 2010년 ‘악마를 보았다’로 5년 만에 상업영화에 복귀, ‘범죄와의 전쟁’(2011), ‘신세계’(2012), ‘명량’(2014) 등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최고의 배우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늘 변화 무쌍하고 혼신의 힘이 느껴지는 연기로 관객의 무한한 신뢰를 쌓은 최민식은 차기작 ‘대호’에서 조선의 마지막 사냥꾼 역할에 도전한다. 앞으로도 더욱 기대되는 배우 최민식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봤다.
#. 넘버3(1997)
‘넘버3′는 일류가 되고 싶은 삼류 깡패 태주(한석규), 욕쟁이 검사 마동팔(최민식), 돈을 주고 시인이 되어 마침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호스티스 현지(이미연),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 등이 등장해 삼류 인생사를 펼치다. 각각의 캐릭터에 세상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겨 있다.
한석규의 추천으로 송능한 감독을 만나 오디션을 치른 최민식은 ‘넘버3′에서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3류 검사 마동팔 역으로 충무로의 눈도장을 받았다. “죄를 지은 놈이 나쁘지 죄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독특한 신념의 마동팔은 지금도 깡패 캐릭터를 논할 때 자주 호출되는 인물이다.
#. 쉬리(1999)
이후 1999년 그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열었던 영화 ‘쉬리’를 만났다. ‘쉬리’는 ‘은행나무 침대’(1995)로 흥행을 거둔 강제규 감독이 3년 만에 만든 두 번째 영화로 다시 한 번 영화계에 새로운 돌풍을 몰고 왔다. 1년 8개월에 걸친 시나리오 작업, 엑스트라 등 연 인원 3,000명을 동원, 약 31억 원의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4년 만에 완성됐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겨냥한 ‘쉬리’는 인물과 인물을 둘러싼 첩보 미스터리에 하드액션과 스릴러, 감성적 멜로를 조합해 관객들의 발길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최민식은 이 작품에서 북한 특수 8군단 테러리스트 박무영 역을 통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식은 이 작품으로 한국의 게리 올드만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황금촬영상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 올드보이(2003)
최민식은’해피엔드’(1999)에서 아내 대신 집을 돌보는 실직자로, ‘파이란’(2001)에서 오락실을 방황하는 3류 양아치로, ‘취화선’(2002)에서 오원 장승업 역을 맡으며 송강호-설경구와 함께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허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로 두 번째 발자국을 남긴다. 영화에서 최민식은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감방에 갇힌 남자 오대수 역을 맡아 복수에 굶주린 짐승 같은 연기를 펼치며 ‘최민식 팬덤’을 형성했다. 오대수로 인해 전국 중국집의 군만두가 불티나게 팔리며 신드롬을 입증했다. 그가 연기한 ‘장도리 액션’ 씬은 영국의 유명 영화사이트 토탈필름에서 ‘역대 영화 싸움씬 톱50′에 꼽히기도 했다.
#. 친절한 금자씨(2005)
‘꽃피는 봄이 오면’(2004)에서 트럼펫연주자라는 색다른 역할을 맡은 최민식은 소탈하고 구수한 연기를 선보였다. ‘주먹이 운다’(2005)에서 다시 한 번 독한 연기를 보여준 그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는 강렬한 악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드보이’에서 처절한 복수를 펼쳤던 그는 이번엔 복수의 대상으로 변신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강남의 영어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유괴하여 죽이는 악한 백한상의 소름돋는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 악마를 보았다(2010)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과 고액 출연료 파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최민식은 독립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을 통해 스크린으로 돌아왔고, 2010년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로 5년만에 상업영화에 복귀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친절한 금자씨’의 백선생을 넘어서는 섬뜩한 살인마로 분해, 절대악인을 연기했다. 자신을 위협하는 수현(이병헌)이 주는 고통마저도 쾌락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그의 소름끼치는 표정 연기는 많은 관객들의 마음 속에 강렬하게 새겨졌다. 많은 후배 연기자들은 한국 영화 최고의 악역으로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을 꼽기도 했다.
#. 범좌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은 부산의 세관 공무원이었지만, 우연히 손에 넣은 10kg의 필로폰을 가지고 깡패 보스 최형배(하정우)를 만나면서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독특한 캐릭터의 최익현을 연기했다.
‘범죄와의 전쟁’은 이 최익현을 중심으로 수많은 젊은 배우들이 호흡을 보여주는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정우를 비롯해 마동석, 조진웅, 곽도원, 김성균, 김혜은 등이 최민식과 얽히게 되고, 최민식은 그들과 번갈아가며 적절한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 받았다.
특히 최민식은 상대를 구워삶는 기막힌 화술과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빛나는 잔머리를 지닌 반달 최익현을 완벽하게 소화해 등장하는 장면마다 폭탄을 터뜨렸다. 이 작품으로 최민식은 올해의 영화상, 청룡영화상,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신세계(2012)
‘범죄와의 전쟁’에서 깡패의 길로 빠져드는 공무원을 연기했던 그는, 이번엔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전략을 펼치는 경찰로 변신했다. ‘신세계’에서 최민식은 신입 경찰 이자성(이정재)를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시킨 장본인 강 과장을 연기했다. 골드문이 후계자 구도로 시끄러워지면서 이자성은 위기를 느끼지만, 골드문을 경찰의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꾸민 강 과장은 더욱 그를 압박한다.
최민식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이자성을 낚시터로 불러내 프로젝트를 실행하라고 목을 졸라맬 때마다 관객들도 숨막히는 압박감을 느꼈고, 극의 긴장감이 더 해졌다.
#. 명량(2014)
상업영화 복귀 후 잇따라 흥행을 맛본 최민식은 결국 1,000만 고지까지 올랐다. 최민식은 2014년 영화 ‘명량:회오리 바다’와 ‘루시’로 한미 양국 극장가를 동시 점령, 영화사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12척 대 133척. 계란으로 바위를 부숴야 하는 일생일대의 전투를 앞두고 누구보다 고독하고 고통스러웠을 이순신의 내면을 담아낼 배우가 최민식이라는 점은 개봉 전부터 ‘명량’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순신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는 하나의 큰 도전이다. 이에 대한 부담감을 최민식은 여러 차례 밝혀왔는데, 영화에서 그는 중압감을 토로해 온 배우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 루시(2014)
최민식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하며 유례없는 한·미 박스오피스 동시 장악으로 화제를 낳았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해 관객들에 큰 울림을 준 최민식이 할리우드 영화에선 어떤 존재감을 보여줬을지 관객들의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루시’는 마약 조직에서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던 여성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약물을 투여 받고 특별한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다. 최민식이 영화의 핵심적인 인물인 미스터 장으로 출연했는데, 그에 대한 평가가 상당하다.
미국 영화전문지 ‘트위치필름’은 7월27일 ‘금주의 배우’로 최민식을 선정, 북미 관객들에게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매주 1회 연재하는 코너에 한국 배우가 소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루시’에서 그가 선보인 연기를 기대케 한다. “최민식은 정말 정말 좋은 배우”라고 극찬한 것으로 보아, ‘루시’에서 최민식은 뻔한 악당과는 거리가 먼 독창적인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