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은 깊어졌다.
SBS 수목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날카롭고 예민하며 자기애로 가득차 있으나 동시에 상처로 뒤덮여 있고 마냥 순수하기도 한 장재열을 연기하는 조인성은 바로 1년 전 선보인 전작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비해서도 더 뚜렷한 명암을 가지고 돌아왔다.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에서 출발하는 이 드라마는 광기 어린 재열의 형, 재범(양익준)에게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후 등장하는 재열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자신의 아픔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거침없는 타이틀로 설명되는 재열은 광란의 파티 속 소음에 묻혀있고, 그 순간 그의 가장 큰 트라우마인 형이 등장해 칼로 그를 찌른다. 모두가 울부짖어도 재열은 희한하게 담담할 밖이다.”형, 저 꼴통 진짜”
드라마의 인상깊은 오프닝은 재열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후 드라마는 해수(공효진)라는 여자를 만나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고 치유를 향해 다가가는 재열을 담는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재열은 그토록 꾹꾹 눌렀던 자신의 참모습과 가까워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해수와 포옹을 할 때, 자신의 얼굴이 가려지자 소리없는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특히 그러했다. 자신만만한 태도처럼 늘 여유롭게 그녀를 사랑하고 싶으나 자꾸만 뾰족하게 드러나는 자신의 상처를 어찌할 바 모르는 재열의 얼굴에 담긴 상처는 감탄을 자아냈다.
전작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수 역을 맡아, 눈 먼 소녀 영이(송혜교)를 향한 사랑과 그 주변에 대한 분노 등 여러 뒤엉킨 감정들을 보여준 조인성은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서는 더더욱 입체적인 장재열이라는 남자를 연기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 차례 호흡을 맞춰본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과의 관계 탓인지, 조인성은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한 느낌으로 재열을 그린다.
많이 알려져있지만, 장재열이라는 인물은 애초에 조인성에서 빚어졌다. 노희경 작가는 한 번의 작업을 통해 대중은 잘 알지 못하는 조인성의 실제 모습을 발견했고 장재열에 녹였다. 대사에도 조인성의 말투가 녹아나온다. 조인성스러운 것이 곧 장재열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장재열은 대체불가 조인성이었다.
조인성 역시 자신을 끄집어내준 노희경 작가와의 작업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작가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의논을 하고 장재열을 만들어나간다. 현재 이미 16부 대본까지 나온 상태라 배우로서도 연기의 방향을 안정적으로 잡아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세상의 그 어떤 시끌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색깔을 놓치지 않는 노희경 작가와의 작업에서 조인성도 많은 영향을 받은 듯, 더욱 또렷해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조인성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생겼으며, 그 독보적 외모를 활용한 상업적 히트작도 여러 편이 있다. 하지만 ‘괜찮아 사랑이야’처럼 오로지 조인성만이 할 수 있는, 조인성의 색깔을 만들어나가는 현재의 길을 놓치지 않고 지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지티엔터테인먼트,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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