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제작비 3,000만 원으로 장편 공포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 스스로를 ‘호러 덕후’라고 밝힌 유영선 감독의 첫 데뷔작 ‘마녀’가 단 3,000만 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마녀’가 헝그리 제작 스토리를 담은 특별영상과 현장 스틸을 공개했다.
#넉넉한 단편이 가난한 장편으로
‘마녀’는 당초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예산의 단편 시나리오로 기획됐다. 초기 제목은 ‘마성의 소녀’로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신입에 관한 에피소드로 시작됐다. 하지만 점점 살이 붙기 시작해 50분 이상의 중편 분량으로 늘어났고, 이 시나리오를 본 유영선 감독의 오랜 멘토이자 절친인 이해영 감독이 장편으로 승화시켜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시했다. 이에 예산 고민을 떠안은 채 장편화를 결정한 것.
‘마녀’의 김상범 PD는 “단편적인 아이디어의 참신함이 과연 장편으로 확대가 돼도 빛을 바랄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하지만 유영선 감독의 출중한 각색능력을 확인한 후 그에 대한 믿음을 굳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 인맥의 마일리지 총 동원
‘마녀’는 10여년 동안 영화계에 몸 담아온 유영선 감독의 인맥과 지인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완성됐다. 가장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 특수분장은 유영선 감독이 과거 특수분장 일을 배우며 인연을 맺은 특수분장 팀 ‘제페토’의 현물지원을 받았다. 또 ‘잉투기’ 엄태화 감독, ‘영아의 침묵’ 조슬예 감독이 스토리보드를 맡았고,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 ‘요가학원’ 등의 음악을 맡았던 김우근 음악감독이 함께했다.
유영선 감독은 “공포영화에선 보기 힘든 과감한 왈츠 풍의 메인 테마는 감히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음악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본 투비 마녀’와 ‘호러 덕후’의 섬뜩한 만남
유영선 감독은 세영 역으로 단편영화 ‘동면의 소녀’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박주희를 캐스팅했다. 유영선 감독은 “박주희는 평소 낯가림이 심해 사람들로부터 차갑다는 오해를 받곤 하는데, 그런 일상성이 서늘하고 신경질적인 세영 역할과 잘 부합됐다”고 밝혔다. 또 유 감독은 예산적 한계를 고려해 공포영화임에도 인물의 드라마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박주희의 연기에 상당부분 의지했다고 밝힌 감독은 기대 이상의 열연을 펼친 박주희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편일률적인 공포영화 법칙을 비튼 참신한 시도
‘마녀’는 꼭 불길하고 으슥한 장소를 제 발로 찾아가는 식상한 공포 법칙 대신에 일상적인 오피스를 배경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평범한 사무실에서 맞닥뜨리는 무서운 동료직원의 존재는 일상적이기에 더욱 섬뜩한 공포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마녀’에는 흔한 비명 소리가 한 번도 울리지 않는다.
# 영화만큼 무서운 ‘오싹’에피소드
저예산 영화에서 ‘특수소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마녀’의 배우들은 자신의 몸을 내던져 진짜 피(?)를 봤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압정, 칼은 특수소품이 아닌 실제의 것들로, 안전장치를 하긴 했으나 일부 장면에서는 소품을 몸에 찔러 넣는 배우들의 헌신 덕에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었다.
이처럼 ‘마녀’는 제한적인 여건에서 이끌어낸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도로 무장했다. 유영선 감독은 “최근 천편일률적인 클리셰로만 이루어진 공포영화가 많은 것 같다”며 “‘마녀’는 파격을 시도해보자 하는 지점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9월 11일 개봉.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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