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길이었다. 원더걸스 출신의 예은이 싱어송라이터로 첫 솔로앨범을 낸 것 말이다. 열여덟 살 때 처음 곡을 쓴 예은은 국민 걸그룹으로 활동하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고, 데뷔 7년 만에 비로소 싱어송라이터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거창한 게 아니다. 자기 속에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전곡을 작사, 작곡한 앨범 ‘미?(Me?)’의 원래 제목은 ‘후즈 위드 미?(Who’s with me?)‘였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은 누구십니까? 제가 다가갈게요”라는 의미다.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기에 조금은 낯설지만, 예은이 아닌 핫펠트(HA:TFELT)라는 필명을 썼다. ‘진심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온’ 음악을 하겠다는 의도다.

걸그룹 멤버가 싱어송라이터로 솔로앨범을 낸 것은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행보다. ‘미?’에 담긴 각양각색의 음악들은 예은, 아니 핫펠트의 욕심을 잘 보여준다. 이 앨범이 ‘텔 미’ ‘노바디’와 같은 메가 히트곡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핫펠트에게는 뮤지션으로서 행보에 탄탄한 반석이 돼줄 것이다. 핫펠트에게 ‘미?’를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을 물었다.

Q. 비를 맞는 티저 영상이 매우 강렬했어요. 노출도 있었지만, 야하게 보이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핫펠트: 제 생각대로 찍은 거예요. 원더걸스를 할 때에는 음악 외에 콘셉트, 패션 등에 굉장히 중요했어요. 이번에는 그런 콘셉트 없이 그냥 나 자신을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리고, 제가 비 맞는 걸 정말 좋아해요. 뉴욕에 있을 때에는 비가 오면 이어폰을 꽂고 나가서 음악을 들으며 비를 맞곤 했죠. 그때 되게 자유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거 말이에요. 그래서 빗속으로 나가는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Q. 작곡에는 어떻게 도전하게 됐죠??
핫펠트: 사실 전 데뷔 전부터 곡을 썼어요. 처음 곡을 만든 게 열여덟 살 때였어요. JYP엔터테인먼트와 SBS가 함께 한 신인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에 떨어진 다음에 무슨 열정이 불었는지 집에 가서 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물론 그 곡이 세상에 나온 적은 없지만요. 제가 쓴 곡이 처음 발표된 것은 ‘더 원더 이어즈 - 트릴로지(The Wonder Years - Trilogy)’에 실린 ‘세잉 아이 러브 유(Saying I Love You)’였어요. ‘노바디’가 실린 음반이었죠. 그리고 ‘원더월드’ 앨범부터 핫펠트라는 필명으로 곡을 싣기 시작했죠.

Q. 핫펠트라는 이름이 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핫펠트를 고집한 이유가 있나요?
핫펠트: ‘원더월드’에 들어갈 곡을 만들면서 JYP 퍼블리싱에 작곡가로 계약을 하게 됐어요. JYP 퍼블리싱은 저희 소속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곳인데, JYP 가수 중에는 제가 1호로 계약을 했답니다. 하하하. 아니, 박진영PD님 다음으로 이름을 올린 거죠. 뭔가 다른 이름으로 계약하고 싶어서 핫펠트란 예명을 쓰게 됐어요. ‘진심어린, 마음으로부터’라는 의미를 갖는 단어에요. 처음 핫펠트라는 이름을 쓴다고 했을 때 박진영PD님이 “너무 여성스러워서 너랑 안 어울려”라고 하셨죠. 어감이 예쁘지 않아요?

Q. 솔로앨범을 내기 전부터 핫펠트란 이름으로 곡을 썼어요. ‘원더월드’에 실린 ‘G.N.O’, ‘원더파티’에 실린 ‘R.E.A.L’ ‘걸프렌드’ 선미의 앨범에 실린 ‘그게 너라면’ 등등
핫펠트: ‘G.N.O’는 급하게 만들었어요. 이 곡은 원래 있던 트랙에 멜로디와 가사를 입혔어요. 뉴욕에 있을 때 원더걸스 멤버들끼리 클럽에 다니곤 했는데, 그런 ‘여성들끼리의 밤’을 표현한 곡이었죠. 선미에게 준 ‘그게 너라면’은 원래 ‘원더파티’ 앨범에 들어갈 뻔 했는데 다른 곡들이랑 맞지 않아서 제외됐어요. 선미가 이 곡을 좋아해서 찜해놨었는데 저보다 잘 불러서 만족했어요.



Q. 예은은 예전부터 재밌는 행보들이 있었어요. 작년에는 대학로 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전인권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이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들국화와 함께 오르기도 하고.
핫펠트: 전인권 밴드의 기타리스트 오빠가 저를 전인권 선생님 공연에 추천해주셨어요. 전 너무 좋아서 바로 달려갔죠. 천년동안도에서는 ‘매일 그대와’를 혼자 부르고, ‘걱정말아요 그대’ ‘돌고 돌고 돌고’ 등을 선생님과 같이 불렀어요. 사실 연습실에 처음 갔을 때는 너무 긴장해서 바들바들 떨었죠. 너무 감사했어요. 전 아이돌 가수인데 그런 선입견 없이 저를 뮤지션으로 대해주시며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시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도 불러주셔서 정말 영광이었죠.

Q. MBC뮤직 ‘피크닉 라이브 소풍’에 나와서 ‘걸스 걸스’를 혼자서 노래하는 게 되게 즐거워보였어요.
핫펠트: 그게 원더걸스가 아닌 저 혼자서 한 첫 솔로 무대였어요. 야외 세트에서 밴드와 협연을 하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죠. 연주자들이랑 호흡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Q. 전부터 곡을 만들어왔지만 막상 앨범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우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핫펠트: 타이틀곡까지 제 곡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수록곡들은 도전적으로 곡을 써볼 수 있지만, 타이틀곡은 대중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잖아요. 회사 사정도 생각해야 하고.(웃음) 그런데 타이틀곡 ‘애인트 노바디(Ain’t Nobody)’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 아시죠? 미국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면서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되는 내용이에요. 그 영화를 본 날 회사에서 아프리카에 가는 TV 프로그램을 해보지 않겠냐고 전화가 왔어요. 전 그때 아프리카에 가면 반드시 타이틀곡을 써올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어요. 하하하. 그래서 무조건 간다고 했죠. 너무 힘들었지만 마인드가 강해졌어요. 결국 타이틀곡을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왔답니다. 뉴욕에서 편곡작업을 마쳤고요. 또 이번 앨범이 망하든지 잘되든지 간에 제 음악으로 모두 채울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아프리카에서 갖게 됐어요.



Q. 앨범 첫 곡인 ‘아이언 걸’은 본인을 가리키는 건가요?
핫펠트: 저 자신을 ‘아이언 걸’에 비유한 거예요. 이 곡은 순전히 저를 위해 만든 곡이에요. 영화 ‘아이언맨 3’에서 아이언맨이 갑옷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울컥했어요. 사실 원더걸스가 아닌 제 자신은 그렇게 예쁜 것도 아니고, 가창력이 굉장히 뛰어난 것도 아니잖아요. ‘난 뭐가 특별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난 내 노래를 만들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고 용기를 얻었어요. 초능력자가 아닌 아이언맨이 갑옷을 만들 듯이, 저도 제 노래를 만들면 된다고 말이죠. 이 곡에서 혜림이가 해준 ‘껍데기 아닌 알맹이, 번데기 안에 나비임을 증명해’라는 랩 가사가 저에게 큰 용기를 주기도 했어요.

Q. ‘투루스(Truth)’는 어떤 곡이에요?
핫펠트: 이 곡은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아요. 비슷한 느낌이 계속 반복되요. 코드도 버스(verse)까지 두 개만 나오고 거의 비슷하게 진행이 되죠. 그래서 지루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반복되면서 감정이 고조되는 게 전 좋아요. 가사는 남녀가 이별하기 직전 마지막 순간을 다룬 거예요. 사랑했던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거짓말을 하니까 그 사람이 날 사랑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거예요. 경험담이냐고요? 네.(웃음)

Q. ‘본드’(Bond)는 영화 ‘007 제임스 본드’ 테마를 샘플링 했네요.
핫펠트: 이 곡은 원래 원더걸스를 생각하고 쓴 곡이에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데, 이 곡도 그래요. 제임스 본드처럼 나쁜 남자인 걸 알면서 빠져드는 여성의 마음을 이야기한 거죠. 이 곡은 정말 섹시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슬로우템포의 섹시한 음악이 가요에 별로 없잖아요. 박진영PD님은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어 하셨어요.

Q. 앨범 수록곡들이 가요보다는 영미 팝에 가까운 것 같아요. ‘웨어에버 투게더(Wherever Together)’는 EDM(Electrinic Dance Music)이네요. 앨범에서 가장 트렌디한 곡 같아요.
핫펠트: 노래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사운드에 초점을 맞춘 곡이에요. 보통 EDM은 클럽에서 춤출 때 트는 음악으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EDM도 감성적이고, 또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사와 멜로디를 먼저 만들었는데 편곡을 하다보니까 곡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Q. ‘피터팬’은 앨범에서 멜로디가 가장 잘 들리는 미니멀한 곡 같아요. 왜 제목이 ‘피터팬’이죠?
핫펠트: 전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보통 어릴 때에는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어 하잖아요. 전 열한 살 때부터 나이 먹는 게 싫었어요. 계속 아이로 남고 싶었죠. 그래서 ‘피터팬’이란 존재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전 웬디가 네버랜드에서 현실로 돌아간 것이 이해가 안 돼요. 만약에 피터팬이 절 네버랜드로 데려갔다면 전 거기서 눌러 살았을 거예요. 피터팬은 제 이상형이랍니다. 이 곡을 쓴 날은 지금도 선명하게 생각이 나요. 작년 4월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사라지고 싶었어요. 나란 존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꿈꿔왔던 것보다 현실이 보이니까. 그 현실이 저에게 버거웠어요. 그래서 ‘테이크 미 투 네버랜드(Take me to neverland)’라는 가사를 쓰게 됐죠.

Q. 본인 상황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해석한 노래 같아요.
핫펠트: 이 노래 녹음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Q. 마지막 곡 ‘다운’에서 가리키는 ‘너’는 누구죠?
핫펠트: 작년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저희 팬을 위한 노래예요. 불치병에 걸린 청소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재단이 있었어요. 그곳을 통해 원더걸스를 만나고 싶어 하는 불치병에 걸린 아이가 있다고 회사로 연락이 왔죠. 그래서 멤버들이 찾아갔는데 만나보니 낯이 익은 거예요. 저희 사인회에 여러 번 왔었던 정말 원더걸스 골수팬인 친구였어요. 너무 놀랐죠. 그 친구가 저에게 ‘누나 나 내일 수술하는데 기도해주세요’라고 트위터로 글도 남겼는데 제가 한 번도 답을 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심각한 병인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만나보니 그 친구는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이제 열여덟 살밖에 안 된 친구인데…. 학교에서 전교 1등 하던 친구였는데 공부랑 원더걸스밖에 몰랐데요. “누나들 언제 앨범 나와요? 공연 하면 보러 갈게요”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이 친구가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빨리 나아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팠죠. 그 다음에 저희 가족들이랑 한 번 더 그 친구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2주 뒤에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제대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게 너무 슬퍼서…. 그러고 나서 약 한 달 뒤쯤에 피아노 앞에 앉아 이 곡을 만들게 됐어요. 널 잊지 않을 거라고, 기억하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Q. 곡들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것 같아요. 예은은 본래 쾌활한 이미지인데요.
핫펠트: 제가 좀 그런 것 같아요. 박진영PD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여서 회색으로 살아가는데 저는 흰색과 검은색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따로 존재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 이번 앨범도 예은이 아닌 핫펠트란 이름을 고집한 것 같아요. 이름 때문에 거의 회사와 3차 대전을 치렀답니다. 사실 제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 더 알리기 쉽잖아요. 그런데 제 음악은 누가 들어도 원더걸스의 음악이 아닌 거죠. 제 음악은 원더걸스의 밝고 사랑스러운 음악과는 다르기 때문에 핫펠트로 나오는 게 옳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음악이 어두운 건…. 저희 원더걸스가 굴곡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게 음악으로 나온 거죠.

Q. 이번 앨범은 하나의 장르로 수렴되지는 않아요. 다양한 스타일이 담겼어요. 그런데 의외로 록 성향이 꽤 강하네요.
핫펠트: 전 R&B, 소울을 주로 듣고 자랐어요. 물론 자우림, 체리필터의 음악도 좋아했지만요. 록에 깊게 빠지진 않았는데, 미국에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록이 좋아졌어요.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뮤즈와 같은 밴드들이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만드는 곡들이 모던록 코드랑 잘 맞는 것 같아요.

Q. 작사 작곡 편곡을 이우민 프로듀서와 같이 했어요. 어떤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나요?
핫펠트: 우민 오빠랑 함께 편곡까지 같이 했어요. 제가 만든 곡들을 가지고 뉴욕에 가서 오빠와 열흘 동안 밤새 작업을 하면서 곡을 완성시켜나갔죠. 정말 피 말리는 작업이었어요. 오빠가 제가 곡을 쓴 의도를 이해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음악적으로 화려하고 멋지게 만들기보다는 곡이 가진 감성을 최대한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주셨죠.

Q. 본인이 미디를 할 줄 아나요?
핫펠트: 하긴 하지만 디테일하게까지는 하지 못해요. 곡은 주로 피아노 앞에서 만들어요.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나오는 편이에요. 전 가사를 중요시 여기는 편이에요.



Q. 이제까지 걸그룹 출신 솔로가수는 대부분 그룹에서 하던 댄스음악의 연장선에 있었어요. 핫펠트처럼 본래 그룹과 거의 상관이 없는 스타일의 음악을 직접 만들어가지고 나온 경우는 거의 처음이에요. 부담이 되진 않나요?
핫펠트: 성공을 해야겠다고 만든 앨범은 아니에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담은 앨범이죠. 사실 앨범 제작이 저 혼자만의 일은 아니잖아요. 회사에 소속된 뮤지션으로서 어느 정도 수익의 책임을 져야 하죠. 그럼에도 회사에서 절 믿고 핫펠트라는 이름을 쓰게 해준 것. 그리고 타이틀곡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게 해준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사실 그 과정에서 전쟁이 있었지만,(웃음) 결국 저를 지지해주셨어요.

Q.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음반의 성공은 두 가지가 있죠. 상업적인 성공과 작품적인 성공. 완성도에 상당히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본인이 이야기했다시피 가요의 히트공식을 따른 앨범도 아니고요.
핫펠트: 절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너무 후련해요. 열 달 품은 아이를 낳은 기분이랄까요. 정말 여한이 없어요.(웃음)

Q. 결과적으로 박진영 프로듀서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앨범이에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핫펠트: 걱정이 많으셨어요. 몇 곡 정도는 대중적인 곡을 넣어보면 어떻겠냐는 말씀도 하셨어요. 아니면 멜로디를 더 쉽게 바꿔보면 어떠냐고 제안해주셨는데 제가 듣지 않았죠. 그래서 죄송해요. 일부러 말은 안 들은 것은 아니랍니다. 물론 대중적인 감각은 제가 박진영PD님을 따라갈 수 없죠. 하지만 제가 만든 곡들이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그림이 나와야만 했어요.

Q. 그러고보니 박진영 프로듀서의 손이 안 닿은 앨범은 처음이죠?
핫펠트: 그렇죠. 그래서 회사 스태프들도 낯설어했어요. 항상 PD님의 최종 컨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제 생각을 밀고 나갔으니까요. 안무도 이번에는 제가 현대무용을 하시는 분과 함께 짰어요. 직접 안무를 짠 것도 이번이 처음이죠. 뮤직비디오 콘셉트도 제 아이디어였고요.

Q. 누구에게 받는 것이 수월할 텐데 굳이 그렇게 직접 하려고 고집을 부려야 했나요?
핫펠트: 애초에 제가 곡을 안 썼으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제 머리에 완성된 그림이 있으니까 그 생각대로 가는 게 맞았어요. 이것도 박진영PD님에게 배운 것 같아요. 하하.

Q. 독립인가요?
핫펠트: 글쎄요. 하하. PD님은 항상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그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아요.

Q. 원더걸스 때에도 치열하게 준비했겠지만, 이번에는 솔로잖아요. 작업을 마친 소감이 남다르겠어요.
핫펠트: 책임감이 10배 이상으로 늘었어요. 그런데 그 책임감만큼 제 곡들을 사랑해요. 진짜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30분 동안 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거예요. 제 곡을 들려줄 때는 러브레터를 펼치는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제 곡을 들어주면 제 심장 박동이 빨라져요.

Q. 이제 음악인생 2막이에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요?
핫펠트: 마음을 움직이는 뮤지션. 더 깊이 다가가고 싶어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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