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또 하나의 페스티벌을 삼켰다.
지난 21~22일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2014 엑시트(SOUNDHOLIC FESTVIAL 2014 EXIT, 이하 사홀페)’가 열린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는 이틀 내내 폭우가 쏟아졌다. 둘째 날인 22일에는 우박도 내렸다.
첫 날 오후부터 보조경기장 하늘에는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승열이 공연을 하던 6시 반 경에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비가 폭우로 돌변하자 관객들은 실내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사홀페’는 보조경기장의 카이 스테이지, 서문주차장의 엑스 스테이지, 그 통로에 작은 무대를 설치한 클럽 엑시트 스테이지로 구성됐다. 비가 오자 관객들은 실내의 클럽 엑시트 스테이지로 몰렸다. 6시 50분에 클럽 엑시트 스테이지에 선 김간지X하헌진의 공연은 대성황을 이뤘다.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오자 하헌진은 “여러분 록의 열기 느끼고 계시나요”라며 “환호성 대신 트위터 팔로우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비가 오자 관객들은 광분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널려 있던 돗자리는 뭉개졌고, 먹고 마시던 관객들은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다. 로맨틱펀치는 용감하게 비를 맞으며 공연을 했고, 관객들은 폭우를 맞으며 공연을 지켜봤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지근한 분위기는 뜨거워진 것이다.
비 덕분이었는지 최근 음악 페스티벌의 트렌드인 안온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한 뮤지션은 “여러분 돗자리, 와인 지참하셨죠? 요새 그거 없으면 페스티벌 출입이 안 된다던데”라고 농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편안함을 즐길 분위기가 아니었다. 포기한 관객들은 음악의 열기에 몸을 맡겼다. 어쩌면 시원한 광경이었다.
오후 7시를 넘어서고 빗발이 거세지자 보조경기장의 공연이 중단됐다.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공연 중인 클럽 엑시트 스테이지로 몰렸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관객들은 ‘강제 헤드라이너’가 돼버린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석봉아’를 합창했다. 앵콜 ‘알앤비’에서도 합창은 이어졌다.
폭우 때문에 주최 측이나 관객이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의미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최근 리마스터 앨범을 발표하고 5년 만의 공연을 가졌던 노이즈가든의 첫 페스티벌 무대가 그것이었다. 노이즈가든의 보컬 박건은 “노이즈가든이 15년 전에 페스티벌(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에 나갔을 때는 오늘보다 비가 더 많이 내려서 무대에 설 수조차 없었다. 때문에 오늘 공연이 우리의 첫 페스티벌인 셈이다. 함께 해준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첫 날 헤드라이너를 맡은 자우림, 크라잉넛은 시간이 미뤄지는 바람에 공연을 축소해서 진행했다. 관계자는 “도심형 페스티벌은 제 시간에 공연을 마치지 못하면 신고가 들어오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공연 시간을 축소해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 날에는 우박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3호선버터플라이, 불독맨션 등이 공연을 중간에 중단해야 했다.
대형 페스티벌의 경우 비가 내려도 공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무대에 지붕을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허나 ‘사홀페’의 경우 이에 대한 조치가 원활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21일과 22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음에도 주최 측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홀페’의 경우 세월호 사태로 인해 스폰서들이 빠져나가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폭우가 페스티벌을 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에 인천 송도에서 열린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 2004년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그리고 지난해 열린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등이 모두 폭우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공교롭게도 ‘사홀페’와 이들은 모두 첫 회 행사 때 폭우를 맞았다. 이들 중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과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폭우의 경험을 반면교사삼아 꾸준히 행사를 치러왔고, 지금은 둘 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페스티벌로 성장했다. ‘사홀페’는 올해의 아픈 경험을 약으로 쓸 수 있을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사운드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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