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싱글 ‘기적’으로 1위에 오른 빅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지난 2007년초 발간된 ‘시크릿’의 핵심 명제는 단순하게 이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저자 론다 번은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이 명제를 설명한다. 긍정적인 생각과 간절한 믿음이 만났을 때 강력한 힘이 발휘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세계적으로 3억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시크릿’이 주는 메시지는 어쩌면 언어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김춘수 시인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꽃’에서 노래했듯 말이다. 내가 호명함으로 인하여 그 이름이 비로소 사실이 되는 경험, 그것이 바로 언어의 의미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언어의 태생적인 모양새 때문인지, ‘가수는 제목을 따라 간다’는 속설이 풍문으로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울한 노래를 부른 뒤 요절했다든가, 이별을 소재로 한 히트곡을 낸 뒤 싱글로 외로워했다는 사례들은, 어쩌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내 입 밖으로 낸 말이 갖는 주문, 혹은 기도의 힘인지도 모른다.



빅스의 ‘기적’ 뮤직비디오

최근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는 그룹 빅스의 네 번째 싱글 ‘기적(Eternity)’이 ‘기적’을 이룬 것도 그런 예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기적’은 가온차트 6월 1주차(5월 25일~5월 31일) 1위에 올랐고, 닷새만에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난 8일 SBS ‘인기가요‘ 1위를 두고 소속사 젤리피쉬나 팬들은 ’기적‘이라고 기뻐하고 있다.
빅스는 이미 지난해 1위를 기록한 아이돌이고, 두텁고 열성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기적’을 놓고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등 강렬한 콘셉트로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 빅스가, 대중성을 의식하고 내놓은 곡이 바로 ‘기적’이었던 것. 올 봄부터 ‘콘셉트를 계속 유지하느냐, 대중적으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서 고민을 해 왔던 소속사와 빅스는 이번 싱글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감성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세련되게 조화를 이룬 곡이었지만, 앞선 빅스의 곡들에 비해 “다소 심심하다”는 평을 각오해야했다.
더구나 빅스가 싱글을 발표한 때에 플라이투더스카이 지오디 등 아이돌 1세대들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도전적인 상황인데다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빅스는 기대하지도 못한 ‘인기가요’ 1위를 차지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더구나 대선배 플라이투더스카이조차 1위를 하며 “우리가 아니라 인피니트가 1위를 할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대단한 그룹으로 평가 받아온 인피니트와 후보로 올랐던 터.

‘드림콘서트’ 빅스 무대

빅스의 소속사 젤리피쉬는 자세를 낮추고 “노래 제목대로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지만, 지난 시간들을 성실히 이뤄낸 빅스에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텐아시아는 지난해 봄 데뷔 1주년 당시 빅스와 인터뷰를 가졌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신입기자를 뽑는 면접에서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짓말처럼 모두 빅스를 답했던 것. 선배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20대 팬들의 실제 목소리를 직접 확인한 기분이었다.
실제로 직접 만나본 빅스에게는 보석을 품고 있는 원석의 반짝임이 엿보였다. 휴대전화도 없이 서로 의지하며 팀웍을 만들어간 빅스는 이후 7개월만에 당당히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1위를 한 뒤에도 빅스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말 ‘저주인형’ 이후 ‘기적’을 발표하기까지 작곡을 공부(레오)하고 연기활동(엔 홍빈), 예능활동(켄 혁), 피처링(라비) 등 각기 자신의 색깔을 강화해나갔다.
쉼없이 성실히 갈고 닦은 덕분에 ‘기적’ 무대의 빅스는 결코 심심하지 않았다. 컬러렌즈도, 메니큐어도, 지팡이도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 만으로 에너지를 채우고도 남았다. 허수가 수두룩한 여타 아이돌 팬클럽과 달리, 한 명 한 명 더없이 빅스를 아끼는 별빛 팬들의 힘은 그야말로 일당백으로 이들을 응원했음은 물론이다. 음원 발표 2주차에 차트를 역주행하며 음악 프로그램 1위에 오르고 9분만에 콘서트 티켓이 매진된 비결은, 아마도 촘촘하게 걸어간 발자욱이 점점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1만 시간의 법칙’대로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이 채워갈 1만시간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젤리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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