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타 코리아’ 출연진, 료니 김동형 구혜영, 차지량(위부터 아래로)

어느 금요일의 오후 4시, 스튜디오 사진 촬영으로 시작된 예술작가들과의 만남은 자연스레 늦은 밤의 술자리로 이어졌다. 그렇게 무려 12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나눈 대화는 충분치 못했다. 허공에 흩어진 말들도 많다. 그렇지만 열띤 얼굴을 가진 이들과의 만남은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 만성적인 무기력증과 냉담함으로 다양하게 피어나는 감정을 감추고 살았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들, 스토리온 채널에서 선보인 ‘아트스타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에서 서바이벌 중인 네 명의 신진작가, 구혜영, 김동형, 료니 그리고 차지량이다. 우리와 같은 공간을 살면서 사유하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이들, 그것 자체가 곧 예술이라는 것을 믿는 진정 살아있는 이들이다. 그 표현은 구혜영에게는 퍼포먼스로, 김동형에게는 테이프 아트로, 료니에게는 회화와 설치 미술로, 차지량에게는 미디어 아트로 발현된다.

비단 그 작업 뿐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 타인의 정서의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네 작가들에게 변화를 질문했다.

‘아트스타 코리아’ 출연진, 료니 구혜영 김동형 차지량(위 중앙부터 시계방향)

변화를 믿고 행동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네 작가들 모두가 가진 스무 살과 같은 열띤 얼굴은 퍽 아름다웠다. 지금의 우리만큼이나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냈던 유럽의 어느 작가가 말했듯, 그 얼굴을 목격하는 것은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우리가 매일 스무 살인 것은 아니니까.’

우리에게 없는 스무 살의 얼굴을 가진 네 작가들은 TV라는 지극히 대중적 플랫폼 속에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이미 많은 이들이 우려 가득한 시선을 바라보고 있던 프로그램이었으며, 이들 역시도 왜곡의 위험이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무릅쓰고서라도 말이 참 많았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은, 대중과 만나 소통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것 역시 하나의 행동이다.

앞으로 대중과 이들의 접점이 넓어지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들의 삶만큼 우리의 삶 역시도 풍요로워지리라 믿는다.

또 하나, 불과 12시간의 만남만으로 이들의 작업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된 것은 상대를 직설적으로 설득하려하지 않아서였다.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을 가득 실었으나 여러 왜곡이 담긴 웅변이 아닌 마음에 불 하나를 지펴주는 것 아닐까. 그들의 작업에는 바로 그 ‘정서를 환기시키는 매력’이 존재했다.

‘아트스타 코리아’ 구혜영

Q. ‘아스코’ 출연 계기를 들려 달라.
구혜영 : 주변의 강력한 추천. 추천을 받고 고민도 했다. 프로그램이 잘못되면 앞으로 작가로서의 생활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나가겠니’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고 결국은 나왔다. 작가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았다. TV에 나가면 한 명이라도 더 내 작업을 많이 보게 되니 결국 출연하게 됐다.

Q. ‘아스코’ 전후 작업을 함에 있어 달라진 고민이 있다면?
구혜영 : ‘아스코’에 나가 매회 미션을 하다보면 작업 외에는 생활할 것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전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구나’라는 것이 정리가 됐다. 좋은 아트스쿨 졸업 한 번 더한 느낌이다. 지금 변화만으로도 ‘갔다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다. 또 스스로도 가능성을 많이 보았다. 크리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했고 스스로도 다시 느끼게 됐다. 내가 어느 정도로 에너지를 끌어 쓸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정말 몇 년간 할 만한 작업 분량을 해치우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다. 안 늙었을 뿐이지 몇 년 더 산 느낌이다.

Q. 작가로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점에서 어떤 노력이나 시도들을 하고 있나.
구혜영 : 내 작업에서 관객은 필수적이다. 내가 사는 이유와 형태와도 비슷한 것이 주변의 멋진 사람들과 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기 위해서 살고 있다. 작업도 똑같다. 내가 살고 있는 방식의 하나의 연장선이다. 같이 있던 사람과 생동감 있는 특수한 상황을 같이 공유하고 기억하는 것. 물론 바로 그 자리에서의 소통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기억에 각인 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언어가 강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고 개그코드가 있거나 부조리하고 이상한 상황을 일부러 연출한다. 비록 그 자리에서 소통하지 못했더라도 한 달 뒤에 어떤 것을 보고 ‘구혜영이 했던 것, 이런 느낌이구나’ 그런 식의 소통은 이뤄지는 것 같다. 그런 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고 싶다.

‘아트스타 코리아’ 구혜영

Q. 퍼포먼스의 성격상 관객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따라서 짜인 형태로 갈 수가 없을 텐데.
구혜영 : 그렇다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계획을 완벽하게 짠다고 하더라도 날씨만 해도 변수가 되고, 또 관객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다. 계획을 짜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생각하고 또 그런 여지를 좋아한다. 거기서 더 많이 배우고 의도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Q. 아직 현대예술 장르에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대중에 한 마디 해준다면.
구혜영 : 오픈마인드가 중요하다. 즐기면 된다. 그림 앞에서 떳떳하게 서서 보면 된다. ‘너무 어려워 안 볼래’ 이러는 것 같은데, 일단은 마음을 열어야 한다. 퍼포먼스를 많이 해서 그런지 현장 반응을 바로 볼 수 있다. 그게 또 묘미이기도 하고. 그런데 런던에서 할 때와 한국에서 할 때의 차이점이 한국인들은 불편한 것을 싫어한다. 몰래 숨어서 보고 싶어 하지 예술에 들어가 ‘내가 한 몫 한다’ 느끼는 순간 불편해한다. 하지만 제대로 감상하려면 뛰어들어서 감상해야 한다.

Q. 자신의 작업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 나아가 사회전반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지 궁금하다.
구혜영 :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작가는 최고라고 생각하고 정말 그렇게 되고 싶다. 어렸을 때 작가로 살아야겠다고 했을 때는 ‘세상을 바꾸는 작가가 되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으나 계속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일이라 절감한다. 어쨌든 모두가 그런 것을 목표로 달려가지 않을까.

4인4색 아스코①구혜영, 예술! 알고 싶다면 부디 뛰어들라!(인터뷰)
4인4색 아스코②김동형, 사소함의 힘을 믿는다(인터뷰)
4인4색 아스코③료니, 우리는 이미 예술 안에 살고 있다(인터뷰)
4인4색 아스코④차지량, 그가 발견한 가능성 그가 보여줄 가능성(인터뷰)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구혜영의 인터뷰와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6월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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