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자락까지 뜨거웠던 JTBC 드라마 ‘밀회’가 오는 13일 16회로 종영한다. 완벽한 텍스트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진리, 그리고 되새겨 보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해준 드라마였다.

‘밀회’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그것도 무려 스무살이나 나이차가 나는 금지된 사랑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은 이들의 사랑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타락해버린 한 여자가 순수를 쫓아가는 과정 속에서 세상의 온갖 흙탕물이 드러났다. 그 흙탕물에서 허우적거리며 저도 모르게 자신을 잃어버린 인생들을 돌이키게 만들었다.

그러니 어쩌면 오혜원이 뒤늦게 발견하게 된 순수한 존재를 지키고자 하는 싸움은 단순한 불륜으로 읽을 수 없는, 지독하고 치사한 세상을 향한 우리 모두의 항변일지 모르겠다. 그 싸움의 결말은 안판석 PD의 시선과 정성주 작가의 손길에서 완성된다. 과연 우리는 이 완벽한 합에서 그려진 김희애와 유아인, 그러니까 오혜원과 이선재의 어떤 얼굴을 확인하게 될까.



마흔의 오혜원과 스무살 이선재의 사랑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밀회’ 속 세계에서도 그러했지만, ‘밀회’ 바깥의 현실에서도 그러했다. 누군가는 이들의 사랑을 불쾌한 불륜으로 낙인 찍었다. 어째서 이들의 사랑을 미화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그 비밀스러운 사랑, 그 자체에 열광했던 이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텍스트를 조금 더 깊게 들여본 이들은 이 사랑을 단순한 불륜으로만 읽을 수 없음에 동의할 것이다. 그것은 우선 이 사랑을 목격한 우리가 ‘과연 그것을 비난할 수 있는 것인가’ 의심을 품는 것에서 비롯된다.

오혜원은 어떤 면에서 현란하고 영특하게 세상을 살았던 이다. 음대생이었던 그는 상류층이 되는 것이 목표인 삶을 살았고 그것을 이루어냈다. 그녀는 서필원 회장(김용건), 한성숙(심혜진), 그리고 서영우(김혜은) 사이를 오가며 이중, 삼중 스파이처럼 살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는 유연했고 여유있었다. 한편으로는 자신보다 더 강한 권력자들을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다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선재를 만난 순간부터 인생이 바뀌고 만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야망없는 순수한 영혼을 목격한 순간, 돈이 최고라고 속삭이는 마귀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만난 순간 마치 반대 각도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때묻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단 한 번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본 적 없는 자신을 반성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칭하고 ‘세상 이치’를 알아야한다며 선재를 훈계하면서도,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선재의 시선에서 그녀는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오혜원은 선재를 지켜내리라 마음 먹으며 위험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 사랑을 지키는 과정은 과거 자신이 속했던 세계와 맞서 싸우는 것이 되어버렸다. 온갖 비리로 얼룩진 세상과 싸우는 일종의 투사가 되어야 했지만, 그 싸움의 방식은 과거의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치밀하게 자신을 속여야만 했고 여전히 치사해야 했다. 그러니 선재는 자꾸만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그것이 더 당당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설득한다. 그럴 수 없다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그녀를 어느새 ‘불쌍한 여자’라고 부르고 있었다.

급기야 세상은 오혜원의 진짜 사랑을 약점으로 삼아 서필원의 희생양이 될 것을 강요한다. 그 강요를 오혜원은 단박에 거절하지만, 콧방귀도 끼지 않는 것이 그녀가 속했던 세상이다. 한편, 그런 그녀를 사랑한 선재 또한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그 싸움은 파멸로 끝날 수도 있고, 그들 나름의 행복한 결말을 그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랑이 끝을 맞기 전 지금도 여전히 불륜이라는 이유로 오혜원과 이선재의 사랑을 비난할 것인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이선재가 아닌 강준형(박혁권)과의 부부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더욱 도덕적인 선택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혜원은 마흔살에 스무살 제자를 사랑한 여자가 아니라, 세상 이치라는 것에 굴복하여 자신을 꾸역꾸역 상류층에 밀어넣으며 ‘우아한 노비’로 살다 마흔살이 되어서야 그 삶이 누추했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라도 복원해보고자 분투하는 인간이다. 그 인간의 내밀한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극적인 불륜만을 바라본다면 그 영혼 역시도 누추한 것 아닐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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