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봄날은 간다’ 공연 장면.
뮤지컬 ‘봄날은 간다’ 공연 장면.
뮤지컬 ‘봄날은 간다’ 공연 장면.

신혼 그 다음날로 신랑 동탁(최주봉)이 가출해 혼자 살림을 떠맡게 된 신부 명자(김자옥).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 성미 고약한 시어머니, 폐병을 앓는 시누이까지 돌봄으로써 하루하루가 고난하다. 지친 나머지 자신도 집을 떠나려 했으나 임신한 걸 알고 포기하는 그녀. 한편 동탁은 배우로 성공한 후 귀향하겠다는 꿈을 안고 나섰으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았는데….(중략)

2003년 국립극장 초연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지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악극 ‘봄날은 간다’. 우리나라 전통 뮤지컬이라는 부제(副題)가 의미하듯, 악극은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가 어우러져 있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유행하던 대중가요를 관객의 기호에 맞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공연한다는 것. 게다가 신파극 요소가 가미된 것도 악극의 특징이다. 부연하면 우연한 사건 전개와 과도한 감정 분출 그리고 한국 특유의 정서가 담겨 있다. 뮤지컬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주된 감정선은 여인의 한(恨). 시집온 다음 날 남편이 가출하고 혹독한 시집살이에다가 쌍둥이까지 낳고 생계마저 책임져야 했으니, 한이 서릴 수밖에 없으리라. 혹여 그녀가 모진 시집살이에 병이 들어 죽거나 자결이라도 했으면, 신파극이 아닌 공포물로 바뀔 수도 있을 정도.

어쨌든 이 공연의 여주인공을 보면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오며, 그러한 극 중 분위기를 통해서 과거 한국 전통 사회 속 여성들이 얼마나 혹독한 시련을 겪었는 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미워도 다시 한번
미워도 다시 한번
뮤지컬 ‘봄날은 간다’의 여주인공을 보면, 얼핏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신영균과 문희가 주연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무려 4편의 시리즈물이 제작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끈 이 작품의 주요 정서도 ‘봄날은 간다’처럼 여인의 한(恨)이다. 유치원 교사인 혜영(문희)이 유부남이면서 총각 행세를 한 신호(신영규)에게 속아 아이를 낳고 미혼모 처지가 됐을 때부터, 그녀에게 닥친 불행은 쉽게 극복될 수가 없었다. ‘봄날은 간다’에서의 명자 역시 혜영 그 이상으로 시련을 겪는다. 그녀는 며느리와 어머니 그리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역할까지 맡았다.

주목할 점은 영화와 뮤지컬 속 여주인공에게 닥친 불행의 원인이 전적으로 상대 남성에게 있으면서도 마치 팔자소관처럼 감수한다는 것. 예를 들어, 남편이 혼인한 다음날 가출했다는 건, 애초부터 자신이 맡아야 할 생계의 부담을 아내에게 떠맡기려는 비겁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떠나버린 남편을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놀라운(?) 건 이러한 극적 전개가 소위 실버세대로 지칭되는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이끈다는 것.

뮤지컬 ‘봄날은 간다’ 공연 장면.
뮤지컬 ‘봄날은 간다’ 공연 장면.
뮤지컬 ‘봄날은 간다’ 공연 장면.

이 공연은 여느 뮤지컬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건 바로 40-60년대 당시 문화를 구수하면서도 맛깔나게 재현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는 주인공 김자옥, 최주봉, 윤문식을 비롯한 중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청실홍실’, ‘서울의 찬가’, ‘봄날은 간다’ 등 귀에 익은 옛가요들이 객석을 들썩이게 했기 때문이다. 실버세대를 주요 관객층으로 초점을 맞춘 뮤지컬, ‘봄날은 간다’. 그러나 20대 혹은 십대에게도 이 공연을 추천하고 싶다. 이 공연은 여타 뮤지컬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우리 특유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한국 현대사를 생생히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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