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의 팬이라고 하면 보통 ‘오빠’를 찾는 10대 소녀팬을 떠올리기가 쉽다. 1세대 아이돌의 시초로 여겨지는 그룹 H.O.T의 뜻도 ‘10대들의 우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이돌은 10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돌 시장이 성장하면서 아이돌 팬층은 2030세대로도 확대되었다. 아이돌 콘서트에 가거나 팬 사이트를 둘러보면 20대, 30대 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돌 팬 세계에서 2030팬들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이제 아이돌 그룹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10대 팬층 뿐만 아니라 2030팬층을 모아야 한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이자 뮤지컬 스타인 성민과 신화의 팬 활동 사례를 통해 새로운 팬 문화의 핵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팬들에 대해 살펴봤다.# 2030팬이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뮤지컬 ‘잭더리퍼’ 성민
첫 번째 이유는 이들의 높은 구매력 때문이다. 10대 팬들은 대부분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거나 공연을 가야하기 때문에 팬 활동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다. 그러나 2030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스스로 돈을 벌어 자유롭게 팬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음반을 여러 장 사거나 여러 차례 콘서트나 뮤지컬 공연장에 감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를 응원할 수 있다.‘돈 많은 직장인 팬 한명이 열 학생팬 안 부럽다’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2030팬들이 특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는 콘서트와 뮤지컬이다. 티켓 가격이 한 장당 10만원이 넘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다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당한 가격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있는 2030팬들이 있어야 여러 차례 콘서트와 뮤지컬 공연을 할 수 있다. 그룹 슈퍼퍼주니어의 멤버 성민도 2030팬들의 성원을 받는 대표적인 경우다. 성민은 1,700석 규모 성남 아트센터에서 3회 매진 기록, 일본 뮤지컬 ‘잭더리퍼’ 공연에서는 입석까지 매진시킬 정도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2년 연속 뮤지컬 시장 아이돌 티켓 파워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20대 여성팬 K씨(29)는 “모여 있는 관객석 앞쪽에서는 10대로 보이는 팬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외국인팬과 한국인팬이 섞여있었는데 객석에 앉아있는 팬들에게 말을 걸어보니 역시 20대 이상이었고 대부분 여러 번 같은 공연을 보러 오고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객석에서 만난 성민의 30대 누나팬 L씨 또한 직장인이다. 그는 성민이 공연하는 모든 회차의 티켓을 구매했다고 했다. 20대 학생팬 H양도 과외를 해서 벌은 돈으로 매번 성민의 모든 회차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렇듯 2030팬들은 티켓파워를 보여주며 아이돌을 지지하고 있었다.
2030팬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시간적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대학교에 가거나 업무에 시달리느라고 매우 바쁘다. 그러나 직장인 팬에게는 월차라는 무기가 있다. 바쁜 와중에도 특정 하루를 쉬고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갈 수는 있다. 평일 오전에 공개방송(줄여서 공방)이 있는 경우에 학생팬들은 학교 결석이 어려워 참여가 쉽지 않지만 직장인 팬들에게는 아주 불가능은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종 공방이나 공연장에서 2030팬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으며 아이돌 가수에게는 이들을 공략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 10대 팬이 주류이던 아이돌 팬덤 세계에 어째서 2030팬들이 많이 생겨나게 된 것일까?
신화 콘서트에서 스탠딩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는 관객들, 2030팬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먼저 아이돌 가수들의 평균 수명 연장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16주년를 맞이한 그룹 신화를 비롯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의 경우 학생 때부터 이들의 팬이었던 사람들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 2030팬층을 형성하게 됐다. 지난 23일 있었던 신화 16주년 단독 콘서트에서도 한 31세 여성팬은 “중3때부터 팬이었다”며 신화와 오랜 세월 함께 자랐음을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모든 2030팬이 오래된 팬은 아니다. 아이돌 그룹은 오랜 연습으로 이제는 외모뿐만이 아니라 노래와 춤으로 팬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슈퍼주니어 성민 1년차 팬인 K씨는 “TV를 보고 성민에게 관심을 갖게 됐지만 성민의 뮤지컬 ‘잭더리퍼’ 공연을 보고 매료되어 열혈 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민이 뮤지컬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면 그의 팬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역시 뒤늦게 팬이 돼서 여러 차례 콘서트, 뮤지컬 그리고 공방에 참석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표현하는 다양한 이미지 변화도 2030팬층이 이들에게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다. 그룹 슈퍼주니어-M은 이번 미니앨범 3집 ‘스윙(Swing)’에서 회사원 콘셉트로 변신하며 직장인 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 샤이니는 데뷔 초기 귀여운 남동생 이미지를 구축하며 누나팬들을 모았으며 2PM도 짐승남 콘셉트로 20대 이상의 팬층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 2030팬들의 특징은?
소녀시대 서현을 위해 모인 쌀화환
2030팬들은 성인이기 때문에 비교적 질서를 잘 지키고 매너가 좋다. 가끔 아이돌 팬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2030팬의 비율이 높은 팬들은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슈퍼주니어 성민의 팬도 조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성민의 뮤지컬 퇴근길에는 100명이 넘는 팬이 몰리지만 성민이 등장해도 함성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수고하셨어요”라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래서 성민은 매니저 1명만 대동하고도 팬들이 양 옆에 서 있는 길을 지나서 무사히 차로 이동할 수 있다.팬을 통한 기부문화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쌀화환과 스타숲은 팬들이 스타에게 전달하는 선물을 사회 참여로 전환시킨 성공적인 사례다. 신화 콘서트의 경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쌀 기부량이 7톤이 넘었다. 슈퍼주니어 성민의 경우도 뮤지컬 공연이 있을 때마다 쌀이 모인다. 올해 초 뮤지컬 ‘삼총사’ 공연 때만해도 6톤이 모였다. 거의 모든 스타들의 행사에서 쌀화환은 이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팬클럽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스타의 이름으로 조성되는 숲도 있다. 나무 심는 기업 트리플래닛을 통해 여의도에 조성된 스타숲 구간에는 신화숲, 소녀시대숲, 동방신기숲, 인피니트숲, 슈퍼주니어숲, 샤이니숲, 엑소(Exo) 디오숲 등이 있다.
또 다른 2030팬들의 특징은 바로 ‘일코’, 일명 ‘일반인 코스프레’다. 공연장이나 인터넷 팬페이지 상에서는 2030팬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는 아이돌 팬 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이상의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이 흔치 않다. 성민의 팬사이트에서 조사해본 결과 이들 중 많은 경우가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만 자신이 팬 생활을 한다는 것을 밝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한다고 밝혔다. 주위에서 쉽게 2030팬들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주말을 끼지 않은 요일에 월차를 내거나 자신의 MP3 곡 목록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직장인이 있다면 특정 아이돌의 팬일 가능성을 의심해 보아도 좋다.
아이돌 팬 세계에서 2030팬들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아이돌 팬 세계에 변화를 줬다. 이전에 비해 아이돌 가수는 콘서트와 뮤지컬에서 큰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됐으며 팬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실력을 갈고 닦는데 더 치중해야할 필요가 커졌다. 또한 팬들의 질서의식이 이전에 비해 높아지면서 팬 문화가 성숙해질 수 있었다. 물론 많은 2030 팬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팬이라고 드러내지 않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은 20대, 30대가 아이돌 팬 활동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여겨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2030팬들이 더 증가하고 팬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앞으로는 자신이 특정 아이돌의 팬임을 숨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드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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