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카

모두가 섹시를 외칠 때, 여기에 복고를 넣어 외친 그룹이 있다. 그룹 스피카는 지난달 27일 신곡 ‘유 돈 러브 미(You Don’t Love Me)’를 공개하며 활동 중이다. 반복적인 가사와 위트 있는 브라스 연주가 돋보이는 ‘유 돈 러브 미’는 가수 이효리가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유 돈 러브 미’가 가진 음악적 매력을 살리는 건 이효리의 프로듀싱도 아닌 스피카만의 매력. 특히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유 돈~~~’이라며 자신의 성량과 가창력을 마음껏 자랑하며 뽑아내는 보형의 목소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의 보는 듯한 이들의 자태도 ‘유 돈 러브 미’의 매력에 힘을 보탠다.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 하는 멤버 김보아의 헤어스타일을 비롯해 멤버들 모두 8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볼법한 스타일링을 선보여 무대에 생동감을 안겨 준다.

스피카 ‘유 돈 러브 미’ 무대

스피카는 ‘유 돈 러브 미’ 무대에서 모자를 쓴 남성 댄스와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를 비롯해 코믹스러운 귀여운 댄스를 추기도 하고, 다시 브로드웨이 여배우 같은 포스로 우아한 안무를 선보이는 것 조차 무대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 시작부터 끝까지, 눈부터 귀까지 모두 만족시킨다.

이들의 가능성이 더욱 빛이 나는 것은 대부분의 걸그룹들이 자극적인 섹시미를 추구할 때 스피카는 홀로 복고풍 섹시로 돌아오며 자신들의 색깔을 잡아가고 있다. 엉덩이 뽕이라는 의외의 자극적인 요소가 숨어 있었지만, 다른 걸그룹에 비해서는 약과다. 스피카의 매력이 통했는지 스피카는 지난 9일 SBS ‘인기가요’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하며 티저만으로도 유튜브 조회수 100만을 넘어서는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감기고, 보면 볼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다. 드디어 스피카의 잠재력이 터지는 것인가?

# 관전 포인트 : 트렌드에 따른 복고 콘셉트? NO!


‘러시안 룰렛’ 재킷 사진(왼쪽)과 ‘아 윌 비 데어’ 재킷 사진

사실 2012년 ‘러시안 룰렛’으로 본격적인 데뷔 활동을 펼쳤던 스피카는 3년차 그룹이 됐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부족한 상태. ‘러시안 룰렛’, ‘아윌 비 데어(I`ll Be There)’, ‘투나잇(Tonight)’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에 도전해 자칫 대체 스피카의 색깔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스피카는 ‘복고’라는 키워드를 꾸준히 추구했던 그룹이었다. ‘러시안 룰렛’은 80~90년대를 관통하는 팝음악 스타일이었으며, ‘아윌 비 데어’는 9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펑키리듬과 힙합 비트를 아우른 곡이었다. ‘투나잇’ 또한 K-POP의 주류 장르인 일렉트로닉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록비트를 중점으로 제작된 곡이었다. 지금 스피카가 ‘유 돈 러브 미’로 매력을 뽐낼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큼 단련된 이들의 복고 키워드 덕분이다.

# 미스 포인트 : 이효리 5명…?
이효리가 프로듀싱을 맡아서일까. ‘유 돈 러브 미’의 무대와 퍼포먼스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미스코리아’가 오버랩된다. 실제로 뮤직비디오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스피카의 모습과 ‘미스코리아’ 뮤직비디오 속 이효리의 모습이 겹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만큼 ‘유 돈 러브 미’는 이효리가 다른 가수에게 처음으로 준 자작곡이자 프로듀서로서 이효리의 욕심이 가득 담긴 곡. 이효리라는 거대한 존재는 스피카에게 아주 큰 구세주나 마찬가지지만, 언젠가 넘어서야할 산이기도 하다.

# 잠재력 포인트 : CD를 집어 삼켰나?

스피카 ‘투나잇’ 무대

아무리 이효리라는 최고 스타가 프로듀서를 한다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소화할 수 없다. 그런데 스피카는 다섯 명의 멤버 모두 뛰어난 가창력을 보유하고 있어 기대가 되는 그룹이기도 하다. 래퍼인 박주현조차도 수준급의 성량과 보컬을 선보인다. 특히 지난해 ‘투나잇(Tonight)’의 음악방송 무대를 본다면 상당한 파워가 필요한 파트가 많은데도 각 멤버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스피카 가창력의 양대산맥을 책임지고 있는 김보형과 김보아는 비슷한 스타일의 파워보컬이지만 미묘한 음색 차이가 매력을 준다. 이들을 필두로 CD를 집어 삼킨 라이브가 매번 펼쳐진다. 이들이 마침내 1위를 차지했을 때, 사람들이 스피카의 실력에 주목하기 시작할 때, 시너지를 생각해 본다면 스피카의 성장세가 더욱 무서워지는 이유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B2M엔터테인먼트 제공, SBS ‘인기가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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